◆ 술은 몸에 어떤 영향 끼치나?
알코올은 소화가 되지 않는다. 단지 분해되어 혈장을 통해 세포나 신체 조직 속으로 흡수될 뿐이다. 위에 들어온 알코올 성분 중 20%는 위벽을 통해 즉시 혈관으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이보다 늦게 천천히 흡수되어 신체 각 부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혈관에 흡수된 알코올 성분은 뇌에 즉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알코올의 흡수량에 따라 처음에는 기분 좋은 이완 상태를 느끼다가 차차 자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술이 더 들어가면 청력도 둔감해지고 발음도 부정확해지며 물체도 흐릿하게 보인다. 뒤이어 시야가 가물가물해지고 몸의 균형을 잃으며 의식을 잃기도 한다.

술이 각 신체부위별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 간
간은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을 분해 해독하는 장기이기도 하지만 정작 간 자체도 알코올이나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해서 손상을 받게 된다. 간은 침묵의 장기이므로 이러한 손상에도 참을 수 있는 한 묵묵히 견뎌낸다. 그러다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나빠져 그 후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회복되지 않으므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방간 : 의학적으로는 간의 무게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을 때 지방간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50%까지 되는 경우도 있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함께 음주는 지방간의 흔한 원인이 되며, 젊은 연령층에서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과다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은 일부에서 간염, 간경병증 같은 만성간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간염, 간경화증 : 알코올성 간 질환은 술의 종류와 무관하고, 총 알코올 섭취량과 섭취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증상은 심한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증상과 비슷하다. 즉 식욕이 없고 피로감, 구토, 설사, 우상복부(오른쪽 윗배) 통증, 간혹 미열이 있고, 심한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염이 중요한 이유는 만성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며, 복수, 부종, 신부전, 식도 정맥류, 울혈성 위장 질환,

간암 : 간암의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암이 월등히 많지만 구미에서는 알코올성 간경화증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만성 간염이 20년 내에 48%에서 간경화로 되고, 35%에서 간암으로 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따라서 지나친 음주는 간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술을 장기간 즐겨 마셨던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위장관
알코올은 위에 직접 작용하여 위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위염이나 궤양을 악화시키고 식도나 위장출혈의 원인이 된다. 위장으로부터 장관 내로 운반된 지방성분이 분해되지 않아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과음 등으로 장점막이 손상되면 음식물의 흡수에 장애를 일으키므로 흔히 영양장애가 오게 된다.

▲ 췌장
췌장(이자)은 췌액이란 소화액을 분비하는 신체장기인데 장기간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면 술이 췌장을 자극하여 극심한 통증발작을 유발하는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췌장염이 장기간 지속되면 췌장의 기능장애로 인슐린의 분비기능이 감퇴하므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 악성 종양
알코올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간 이외에도 각 부위의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간장, 식도, 인두, 구강, 직장 등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지고 있다. 알코올자체가 발암물질로서 작용하거나, 발암의 보조물질 또는 촉진물질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 심장과 혈관
술은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등을 유발하며 혈액의 순환과 심장의 수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코올성 심장질환은 알코올과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직접 심근에 손상을 주어서 발생하게 된다. 또한 알코올은 심장의 전도계에도 영향을 미쳐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하기도 하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을 높이기도 한다. 상습적으로 오랫동안 과음하는 사람에서는 고혈압의 발생률도 높다.

▲ 내분비계
내분비계는 알코올의 작용에 대해 매우 민감하여 남성의 경우 장기간 음주하면 성욕감퇴가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 남성 알코올 중독자는 성기능 부전의 특징인 여성형 유방, 성형 혈관증, 고환 위축증, 수염의 소실 등이 있다. 또한 알코올이 생식선에 영향을 끼쳐 남성 호르몬 결핍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 면역기능
술을 과량 섭취하면 신체의 보호능력을 감퇴시켜서 세균, 진균 및 바이러스 등 미생물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되고, 알코올성 질환의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알코올을 실험동물에 투여하거나 사람들이 알코올을 남용 또는 과음하면항체반응 억제, 면역에 관계하는 임파구 증식반응의 감소, 세포성 면역반응의 억제 등 여러 가지 면역이상이 일어나게 된다.

◆ 술은 여성 건강을 해친다.
간혹 직장 내에서 남자 못지 않은 술 실력을 과시하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이지만 술자리에서만은 남녀를 구별하는 것이 좋다. 술은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나쁘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의 비율이 높고 수분량은 적어 똑같이 술을 마셔도 체내 알코올농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여성은 알코올분해효소가 남성보다 적게 분비된다. 따라서 같은 술을 마셔도여성의 간이 빨리 나빠지게 된다.

알코올은 여성의 호르몬계에 변화를 가져와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유발하고 불임과 조기 폐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주가 유방암 발병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물며 임신 중의 음주가 더욱 나쁜 것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유산과 사산, 저체중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

특히 임신 초기의 음주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의 원인이 되며, 이러한 아기는 자라서 낮은 지능지수로 평생 학습장애를 나타내고 안면기형과 심장기형, 성장 발달장애를 보이게 된다. 이밖에도 술은 여성의 피부에도 나쁘며 칼로리도 많아 복부 비만을 불러오게 된다.

특히 여성들의 음주가 확산되면서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20대와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자살률이 약 4배정도 높다. 특히 여성들은 음주와 관련하여 성폭력 등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용우 교수>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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