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장사 없고 술꾼에게 제 명 없다” 지난해 지역의 한 보건소에서 절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다. 가히 애주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말이다.

애주가로 소문이 난 최 과장도 술 사랑은 이제 과거의 얘기다. 이제 술이 점점 두려워지고 있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했던가? 그의 12월 달력에는 각종 모임 약속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단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없다. 취소하려해도 취소할 만한 약속도 없다. 최 과장은 벌써부터 속이 쓰려온다. 하물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12월의 각종 송년

술은 적당히 마시면 보약이지만 사람을 미치고 병들게 하는 독약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도 이는 틀림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술이 건강을 해친다는 의학적 검증이 확인된 것은 불과 20-30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지방간과 간경화 등 간질환과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 지나친 음주는 간질환 뿐만 아니라 모든 병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자리라면 즐겁고 건강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연말연시 음주요령과 술이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알아본다.

◆ 알고 마시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 주량 제대로 알고 먹자
보통 주량이라고 하면 한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가 하는 양적인 척도를 말한다. 대개는 각 개인의 환경적인 요소 즉 식사 여부, 스트레스, 당뇨, 비만, 심장병 등의 질환 여부에 따라 그리고,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효소들의 유전적 정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주량은 개인마다 각각 다르며, 술이 센 사람이라도 그날의 상태나 마실 때 무엇을 먹는가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많은 사람이 체중이 적은 사람보다 간과 수분 함량이 커서 술을 더 마실 수 있다. 반면에 홍조증을 나타내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술을 소량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가빠져서 술을 마시지 못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주량을 늘리기 위해 매일 술을 조금씩 마셨다면 기능적 내성과 대사성 내성이 생겨 그 만큼 술을 더 마실 수 있다. 그러나 분명 한계는 있으며, 그만큼의 간 기능의 손상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술이 약한 사람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거나 적게 마시는 것이 좋겠지만 꼭 마셔야 하는 자리라면 자신의 주량을 밝히고 잔을 채우는 횟수나 양을 조절하여 천천히 마시도록 한다.

☞ 술 잘(?) 마시는 요령
① 적정 음주량을 지켜라 : 술에 강한 사람이라도 간을 손상시키는 주량의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 하루의 적정 알코올 섭취량을 일괄되게 정의한다는 것은 무의미 하지만 일반적으로 간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하루 음주량은 80g 이하가 좋다. 즉, 맥주 2,000cc, 막걸리 1,000cc, 소주 한병, 위스키 200cc(5잔) 정도이다.

② 간이 알코올로부터 쉬는 휴간일(休肝日)을 충분히 갖는다 : 술을 마신 뒤엔 2,3일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간도 쉬어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술을 마시는 것보다 한번에 많이 마신 뒤 며칠 간 금주하는 음주법이 오히려 간의 건강에는 낫다.

③ 공복엔 절대 마시지 않는다 :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벽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알코올 분해효소가 채 작용하기 전에 술이 체내로 흡수되어 간에 큰 부담을 준다. 때문에 우유, 죽과 같은 자극성 없는 음식을 먹은 뒤 술을 마시는 게 좋다. 갈증이 날 때에도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셔 갈증을 풀고 나서 술을 마시도록 한다.

④ 음주전 소화제나 위장약 복용은 삼가 하라 : 소화제는 위장내 알코올의 배출을 촉진시켜 알코올이 혈액 속으로 보다 빨리 흡수되도록 한다. 혈중 알콜농도가 갑자기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소화제나 위장약을 먹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숙취해소 음료도 음주 전에 마시면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⑤ 술은 천천히 마신다 : 술은 '원샷' 보다,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는 것이 좋다. 물, 우유 등과 섞어 되도록 묽게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체격이 작은 사람은 혈액량도 적어 혈중 알콜농도가 빨리 높아지므로 술 마시기 전에 물을 마셔 체액을 증가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⑥ 안주는 충분히 먹는다 : 알코올은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열량을 발산하지만 영양가는 전혀 없으므로 안주를 먹어 영양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또한 먹은 것이 있으면 알코올의 흡수가 더뎌져 느긋하게 취기를 즐길 수 있다. 안주로는 치즈, 두부, 고기, 생선 등 고단백질 음식이 좋다. 이러한 음식은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고, 알코올 대사 효소의 활성화를 높이며, 비타민의 보급도 충실히 해준다. 땅콩류나

⑦ 섞어 마시지 않는다 : 술을 섞어 마시면 술 속의 종류가 서로 다른 첨가물들이 상호 반응을 일으켜 더 취하게 만든다. 폭탄주는 미국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성행한 음주문화로 돈이 없어 술을 많이 마실 수 없는 노동자들이 빨리 취하기 위해 싸구려 위스키와 맥주를 혼합해 마신 것에서 유래됐다. 폭탄주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양주와 맥주를 혼합한 것이 가장 취하기 쉬운 농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맥주 안의 탄산가스가 양주의 알코올 흡수 속도를 촉진시켜 취기가 금방 오른다. 소주에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도 같은 원리로 더 빨리 취하게 만든다.

⑧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많이 한다 : 알코올의 10% 정도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말이나 노래를 많이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고 적당히 움직이는 것도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된다.

⑨ 구토가 나면 참지 말라 : 속이 거북한 것은 이미 소화능력 이상의 술을 마셨다는 증거이므로 구토가 나면 참지 말고 바로 토해버리는 것이 좋다. 참고 그냥 잠들 경우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⑩ 흡연은 삼가 한다 : 보통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함께 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술자리에서 가정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흡연 자체도 유해하지만 술과 함께 하면 알코올이 니코틴 흡수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간의 니코틴 해독기능을 약화시킨다. 간은 알코올과 담배 유독성분을 함께 해독해야하므로 쉽게 지치게 된다. 또한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술 잘 깨는 방법
술을 마신 뒤에는 휴식과 잠을 푹 자두는 것이 좋다. 간은 잠자는 동안 가장 활발하게 술 찌꺼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 뒤 괴로운 것은 알코올이 몸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술의 알코올 성분은 체내에서 항상 일정한 속도로 신진대사 과정을 거쳐 분해되는데, 당분과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알코올 대사가 빨라져 숙취해소에 좋다. 따라서 꿀물이나 유자차 등을 마시는 게 좋고, 또 야채나 과일주스도 체내에 남아있는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술 마신 다음날 두통이 생기곤 한다. 두통은 뇌의 혈관이 팽창된 탓인데, 이 혈관을 다시 수축시키기 위해서는 누워있기 보다는 일어서거나 앉아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해장술로 숙취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장술 자체의 위험보다는 연속해서 음주를 함으로써 알코올중독이라는 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은 널리 공인된 숙취해소법으로 섭씨 38~39도의 따뜻한 물에선 혈액순환이 좋아져 해독작용을 하는 간 기능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목욕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독이 되는 목욕도 있다. 사우나나 지나치게 뜨거운 물에서의 목욕은 체온보다 훨씬 높은 열을 몸에 더하는 셈이어서 간장에 많은 부담을 주며, 술 마시고 바로 하는 목욕도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따라서 간장이 적당히

시중에 파는 술 깨는 약들도 술의 독을 없애는 성분들을 조합한 것으로 숙취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주성분인 글루메는 위점막을 보호하고 알코올에 의한 위출혈을 방지하며, 아스파라긴산은 술의 독성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술 마신 뒤 커피 한잔이 술을 깨는데 도움을 줄거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커피에 든 카페인은 술로 흐려진 판단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용우 교수>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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