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김모양은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너무 긴장한 탓에 수능 1교시를 망치고 남은 시험을 포기해야만 했다. 또 다시 시험일이 다가오자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3인 정모군도 시험에서 조금만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시험지가 땀에 젖을 정도로 긴장하곤 한다.

누구나 시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한 불안감이 유난히 커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바로 “시험불안증”이 있는 경우이다. 답안을 밀려 쓰거나 두통과 복통을 가져오기도 하며, 아예 시험을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진정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시험불안증이 어떠한 증상들을 가져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건양대병원 정신과 박진균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시험불안증이란?
막상 시험을 치르면 공부한 기억은 나는데 정답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태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심리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시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수능점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어 있다. 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아드레날린이란 물질의 분비를 자극해 우리의 뇌의 활동을 잠시동안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작업수행능력과 주의집중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오히려 주의집중력이 약해지고 알고 있던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이처럼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게 되면 기억에 필수적인 뇌 부위인 해마로의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고 해마의 작동이 불가능해져 기억력과 응용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도 기억을 할 수 없게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해마를 점점 위축시키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체내에 분비돼 신경사이의 연결이 끊기게 되고 결국 머리가 텅 비거나 눈앞이 캄캄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처럼 시험불안은 단순히 불안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각장애 등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답을 하나씩 내려쓰거나 한 문제에만 강박적으로 매달려 전체 시험을 망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시험불안증의 증상들>
1. 모든 시험에 자신이 없고 긴장하게 된다.
2. 식욕도 잃고 속이 불편한 정도로 신경이 날카롭다.
3. 시험기간 줄곧 마음이 편치 못하고, 시험걱정으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4. 문제를 푸는 동안에도 시험결과가 걱정된다.
5. 주의집중해서 문제를 풀 수가 없다.
6. 시험을 칠 때는 안절부절못하고 몹시 당황한다.
7. 시험을 치는 동안 손발이 떨린다.
8. 시험치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이 마른다.
9. 시험만 보면 좌절감이나 패배감을 경험한다.
10. 몹시 긴장해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시험불안의 극복
시험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손쉽고 중요한 방법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즉 ‘나는 할 수 있다ꡑ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스스로 “나는 잘 하고 있어”, “나는 충분히 노력했어”, “시험에서 나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겠어” 등의 긍적적인 암시를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응도 매우 중요하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질타나 공부만 하라는 식의 말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힘들어도 조금 더 힘내자”, “너는 열심히 잘 하고 있어” 등의 격려가 매우 바람직하다. 학습방법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시험장에서는 시험불안을 느끼는 다른 학생들과의 잠담이나 시험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 등을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험불안은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정도 차이가 있지만 노력한 것에 비해 시험성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본인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시험 때 떨리지 않게 하는 약, 불안도 없애고 기억력도 좋아지는 약, 기분 좋아지는 약 등을 찾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들은 중독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심할 경우에는 복식호흡이나 근이완법으로 긴장완화를 시도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유달리 실전에 약한 수험생이라면 시험 직전 시행할 수 있는 몇 가지 긴장 해소법을 익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간단한 긴장 해소법>
▶복식호흡 : 두 손을 배꼽 위에 올려놓아 호흡시 복부가 움직이는지 확인하면서 입을 다물고 공기를 깊숙이 코로 들여 마신다. 잠깐 정지하였다가 입을 열고 천천히 내쉰다. 이와 동시에 온몸에 긴장을 푼다. 다시 깊이 들여 마시고 내뿜고 계속 3번을 반복한다.
▶근이완법 : 눈, 안면, 목, 어깨, 가슴, 배, 팔, 손, 다리 등의 신체 부위를 10초동안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서서히 힘을 빼면서 근육을 이완시켜주면 긴장이 해소된다. 신체부위를 돌아가며 긴장을 풀어주면 된다.
▶명상 : 편안한 자세를 유지한 채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만 신경을 쓴다. 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말들을 속으로 반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양대병원 정신과 박진균 교수>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