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디언이다. 내 유일한 소원은 인디언으로 살다 인디언으로 죽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1890년 운디드니 대학살을 마지막으로 인디언의 역사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해 쓴 책들은 대부분 서부 개척 시대인 19세기나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크레이지 호스, 시팅 불, 그리고 운디드니에서 최후를 맞은 수많은 인디언들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남아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전설 속에 혹은 영웅담 속에 화석처럼 남아 있는 인디언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 끝없이 투쟁하고 피 흘리는 살아 있는 인디언들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삶, 끝나지 않은 선댄스>는 바로 인디언의 수난과 저항이 종결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진행 중인 현대사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두 명의 FBI 요원을 살해했다는 조작된 혐의로 1976년 체포된 이래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인디언 저항운동가 ‘레너드 펠티어’의 옥중수기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경험한 자전적인 서술을 통해 20세기 후반의 인디언 수난사와 저항운동사를 그려냄으로써 인권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미국의 이면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폭력과 야만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자유와 인권, 고유의 생활 방식을 지키려 애쓰는 인디언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펠티어의 개인적인 성장사, 백인의 인종차별과 폭력에 의한 인디언의 수난, 인디언의 저항운동, 감옥 생활의 고통과 성찰 등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이 책은 1890년 운디드니 대학살 이후의 인디언의 삶과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소수 민족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디언 저항운동의 상징, ‘레너드 펠티어’

저자 레너드 펠티어는 아메리카 인디언 저항운동의 산 증인으로 30년 가까이 억울하게 옥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1944년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서 태어난 그는 인디언으로서의 자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인 1958년, 인디언 전사들의 선댄스 의식을 목격하고 종족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였다.

1970년부터 인디언 저항운동에 참여했으며 1972년 아메리카 인디언 운동 AIM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생존 투쟁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1975년 6월 26일 파인리지 지정 거주지에서 일어난 정부와 인디언 사이의 총격전에서 두 명의 FBI 요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이중 연속 종신형을 선고받고 1976년부터 지금까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건과 재판은 아메리카 인디언 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조작되고 날조된 것으로, 나중에 공개된 자료들은 파인리지의 총격전이 FBI의 치밀한 계획 아래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펠티어가 범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없으며 재판 당시 FBI가 증거를 조작하고 증인들을 위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세 번의 항소심과 가석방 요구 등은 모두 기각되었다.

끝나지 않은 인디언 잔혹사와 새롭게 시작된 저항운동

1953년 미국 연방 정부는 인디언의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실로 인디언을 도시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종결 정책은 겉으로는 연방 정부의 감독과 보호에서 벗어나 인디언도 다른 미국 시민과 같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의무를 갖게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사실은 연방 정부와 인디언 사이에 맺었던 약 370개의 조약과 5000개가 넘는 법률, 명령이 보장하는 인디언의 지위를 폐지하고 연방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책이었다.

또한 FBI는 인디언을 표적 삼아 덫을 놓고 체포하여 몰매를 가한 다음, 거짓 죄명을 덮어씌워 법정과 감옥으로 끌고 가서는 사법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었으며, 저항운동의 지도자들을 근접 감시하다가 가능한 모든 죄목으로 체포하도록 하는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지정 거주지의 사법 관할권을 가진 어용단체인 부족 평의회를 조종해 각종 부정부패와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

인디언들은 헌법으로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바로 그 정부에 의해 소유권을 박탈당한 채 내다버린 폐차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서 살고 있었다.

가장 추악한 종류의 인종주의가 지정 거주지와 인접한 도시들에서 공공연하게 횡행했다. 그 도시들에서는 인디언에 대한 추행, 폭행, 고문, 심지어 살인까지도 투우나 닭싸움같이 대수롭지 않은 스포츠였다.

실제로 1973년 운디드니 사건 이후 파인리지 지정 거주지에서는 계속되는 폭행에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상자만 260명이었다.

1975년 3월에만 해도 7명이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그 당시 파인리지 지정 거주지에는 50명이 넘는 FBI 수사관들이 있었지만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갖가지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오늘날 인디언 지정 거주지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빈곤율, 가장 높은 실업률, 가장 높은 유아사망률, 가장 높은 청소년 자살률에 허덕인다.

게다가 연방 정부는 지금도 지정 거주지 내에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면서 남은 땅을 한평 한평 빼앗고 있다.

감옥 생활의 고통과 삶에 대한 성찰

이 책은 저자 펠티어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목으로 오랜 세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기록한 옥중수기인 만큼 감옥 생활의 고통과 삶에 대한 사색과 성찰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감방의 철문이 여닫히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는 모습, 갖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고통,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슬픔, 손자의 축구 경기에 왜 참석하지 못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당혹감, 자신의 삶을 앗아간 사람들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하는 모습, 자유에 대한 그리움 등을 꾸밈없이 솔직히 토로한 대목에는 감옥 생활의 고통이

그러나 펠티어는 단순히 고통을 토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편집자의 말처럼 이 책은 대부분 고통과 어둠과 고립 속에서 쓰인 것임에도, 비상한 인간의 빛나는 영혼과도 같이 책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마다 찬란한 빛으로 가득하다.

펠티어는 감옥에서 겪게 되는 고통의 순간, 증오의 순간에도 깨달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삶의 의미를 믿는 까닭이다.

선댄스

북아메리카 평원에서 펼쳐진 인디언의 종교의식이다.

일 년에 한 번 초여름에, 한복판에 기둥을 세운 회장에서 행해진다.

기둥 위의 태양을 보며 며칠씩 춤을 추면서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영적인 에너지와 통찰력 같은 힘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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