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프랑스 갈리마르 산하 드노엘 출판사가 이 소설을 출간할 당시, 언론은 두 명의 저자와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한 권의 소설이라는 독특함을, 이 소설이 던진 주제의 진지함보다도 더 주목했다.

저자들이 의사와 문학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다, 또 두 작가가 공동으로 구성 ・ 집필해 펴낸 첫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소설이 프랑스 최고의 지성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들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데다, 또 온갖 거짓과 협잡을 일삼는 문학의 배덕자들을 정면 공격하기까지 했다.

이 소설의 소재를 처음 고안해 낸 것은 에릭 뒤샤텔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지간인 두 작가는 4년에 걸쳐 한 장(章)씩 집필해 가며 서로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의사인 필립 포스텔이 쓴 <드 스말트의 사건 이야기>는 랭보의 무덤 도굴사건을 해결하고자 형사가 된 드 스말트가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들의 연쇄살인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다.

문학교사인 에릭 뒤샤텔이 쓴 <비텔뤼스의 진짜 이야기>는 소설의 주인공을 모집한다는 광고에 이끌려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버린 청년 비텔뤼스의 이야기다.

자신의 작품과 똑같이 귀가 잘린 채 살해당한 비평가, 몰리에르 동상에 맞아 살해된 극작가, 랭보의 시“나는 타인이다”를 남기고 죽은 작가.

유일한 단서는 사건 현장에 남겨진 그리스어 금언 “비밀대화를 누설하지 말라”는 글귀뿐.

도대체 세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 속에 설정된 1964년 사라진 랭보의 두개골 도난사건과 파헤쳐진 시인들의 무덤은 이 살인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건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상들은 프랑스 문단을 긴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작가 뒤에 숨어 있는 대필자, 문단을 쥐고 흔드는 언론, 젊은 작가들을 죽이는 독설적인 비평가, 바닥난 영감을 채우기 위해 주인공을 고용하는 소설가, 광대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작가…….

작가이기 전에 이미 보드게임 개발자이기도 한 두 저자는 풍부한 문학적 지식과 상징을 이용해, 독자들과 고도의 한 판 게임을 벌인다.

어느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이 살인사건의 윤곽을 그릴 수 있지만, 「사건 이야기」와 「진짜 이야기」 모두를 읽어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진실은 하나, 이야기는 둘! 두 개의 이야기로 짜맞추는 독특한 한 권의 소설이 오랜만에 정통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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