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평론가 고미숙씨의 저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고 있다.

2003년 3월, 출판사 '그린비'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초판에서 8쇄를 하고도 모자라, 또다시 리라이팅 클래식으로 재 출간돼 7쇄를 더할만큼 독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고전 아닌 고전'이다.

고미숙은 이 책에서 박지원에 대한 열렬한 애정과 자신만의 발랄하고 경쾌한 문체로 '고미숙표 <열하일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를 저자 자신의 경험과 노마디즘(nomadism, 유목)적 시각에서 접근, 새롭게 재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문체는 그 자체로 유쾌하기 짝이 없지만, <열하일기>와 만나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한 시대의 사유체계에 대한 도전은 문체로 드러난다고 믿는 저자는 고문(古文)에 반대하고 살아있는 생생한 문장을 추구해 문체 반정의 원인이 되었던 박지원을 만나고 있다.

저자는 연암이야말로 머묾과 떠남에 자유로왔던 유목민이었으며, 사물의 '사이'에서 사유할 줄 알았던 경계인이었다고 말한다.

<열하일기>는 중심이 없고 시작도 끝도 없는 '리좀'이며, 모든 장이 저마다 독립적인 세계를 가진 천의 고원이라고 선언한다.

또 '탈주'와 '재코드화', '재배치'의 대가인 연암은 사물의 어느 한국면에 머물지 않는 강한 호기심과, 풍부한 유머, 그리고 통렬한 패러독스로 <열하일기>를 채우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리라이팅 클래식' 이라는 기획의 진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예컨대, 고전을 '다시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을 사는 사람이, 오늘날의 코드로 텍스트에 접근하는 것이며, 마침내 그것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고미숙은 연암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훌륭한 프리즘으로 그것을 이루어냈다.

저자는 시공간을 넘어서 원저자와 때론 웃으며 때론 논박하며 대화를 나눴다.

시대를 뛰어넘는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고전에 대한 해설서가 아닌 새로운 책 리라이팅 클래식을 낳았다.

그리고 그 소통은 독자에게로 확장된다.

책을 읽는 독자가 원저자와 만나 소통하고 그 가운데 '지금-여기'의 저자가 끼여드는 고전, 요컨대 원저자, 저자,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과 사유의 장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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