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에 잘 걸릴 수 있다. 특히 여러가지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 문제가 된다.

세균에 의한 질병을 크게 세가지 부류로 나누어 본다면, 첫째는 식중독, 이질 등과 같이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 두번째로 일본뇌염, 말라리아와 같이 모기나 다른 벌레에 물려서 옮는 질병, 그 외에도 냉방시설 때문에 전염되는 질병 - 예를 들어 레지오넬라병 -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여름철에 이러한 세균에 의한 질병이 잘 발생하는 이유는, 우선 세균이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인체에 병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세균은 자기가 살아가야 하는 환경, 즉 인체 내에서 가장 번식력이 강한 특성이 있다.실험실에서 세균배양을 해보면 사람의 체온인 37oC 근처에서 세균이 가장 잘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외부온도가 높으므로 세균이 더 잘 번식할 수 있는 온도조건이된다.

이러한 온도 조건 외에도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은데 이것도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이다. 모기와 같은 벌레에 물려서 옮는 병은 벌레가 다른 계절보다 여름철에 많고 활동도 활발하니까 여름에 잘 생기는 것이며, 레지오넬라병은 냉방시설을 통해 전염되니까 당연히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

1) 음식과 물을 통해 옮는 질병
음식과 물을 통해 옮는 질병에는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병도 있고, 최근에 새로 발견된 것도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앞서 언급한 식중독, 이질, 그리고 흔히 다른 지역의 물을 마셔서 생긴다고 해서 물갈이 병이라고도 하는 여행자 설사, 그리고 콜레라, 장티푸스 등이 있다. 새로 발견된 질병으로는 대장균 O157, 작년 대만 등지에서 유행한 장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다. 질병양상이 좀 다른 것이긴 하지

음식이나 물을 통해 옮는 병이라도 각 질병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식중독은 인체의 피부에 많이 서식하는 포도상구균에서 나오는 장독소에 의해 발생하는데,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다룰 때 포도상구균이 음식에 오염되어 음식 속에서 번식을 하고 독소를 분비한다. 식중독은 이미 만들어진 독소를 먹어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한 후 수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구토, 구역, 복통, 설사 등이 발생하는데 독소에 의한 질병이므로 역시 설사보다는 구토나 구역, 두통 등의 증상이 주로 발생한다.

이에 비해서 물갈이병 즉 여행자 설사를 비롯한 감염성 설사는 세균이 직접 장에 들어와서 증식을 하고 거기에서 독소를 내던지 장점막을 침범해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잠복기가 8시간에서 5일까지로 다소 길다. 증상도 주로 복통과 설사가 나타난다. 이질은 심한 형태의 감염성 설사인데, 설사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곱똥이라해서 끈적끈적하고 덩어리 진 점액이 떨어져 나오며, 발열 등의 전신증상이보통 설사병보다 심하다. 콜레라도 감염성설사의 일종으로, 쇼크나 사망을 초래할 정도로 아주 많은 양의 설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설사변은 쌀뜨물 같은 모양 - 이를 수양성 설사라고 함 - 이고 혈액이나 점액이 섞여 나오지는 않는다.

장티푸스는 장에 세균이 침입해서 생기는 병인데도 불구하고 설사 등과 같은 장과 관련된 증상은 별로 없고 고열이 오랫동안 - 한달 가량 -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합병증으로 장출혈이나 장천공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사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음식이나 물로 전염되는 세균질환도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결론적으로 음식을 섭취한 후 수시간 내에 구역, 구토를 하면 식중독을, 수일 내에 복통, 설사를 하는 경우 감염성 설사를 의심하여야 한다. 설사에 혈액, 점액 등이 섞이고 열이 심하면 이질을, 다량의 수양성 설사를 하면 콜레라를 생각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인모를 열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엔 장티푸스가 아닌가 의심하여야 한다.이질, 콜레라나 장티푸스는 사망할 수 있는 중증 질환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셔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장균 O157은 사실 대장균의 일종으로 그 이름으로만 볼 때에는 특별한 균이 아니다. 대장균은 정상적인 사람의 장에도 살고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장균도 다 같은 균이 아니고 나름대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O157 이라는 특정 항원을 지닌 대장균은 다른 대장균과는 달리 혈변과 콩팥의 기능손상을 일으키는 독소를 분비한다. 그래서

이 세균은 1982 년에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는 집단적으로 심한 혈변이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처음으로 발견되게 되었는데, 이 대장균은 소의 장에 정상적으로 사는 균이다. 소의 장내의 물질이 도살한 소의 고기에 오염되거나, 우유와 같은 소의 생산물에 섞이고, 사람이 이런 음식을 섭취했을 때 전염된다. 햄버거는 고기를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햄버거 고기 속에까지 균이 오염될 수 있는데, 이런 햄버거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 세균은 바닷물에 사는 균으로,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 육지에 가까운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이 때 이 세균이 많이 증식을 한다. 그래서 바닷물 속의 어패류를 오염시키거나 바닷뻘에서 서식을 하고 있다가, 사람이 어패류을 날로 먹거나 상처난 피부로 바닷물을 접촉하면 사람에게 침범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증상은 설사 등의 장관증상보다 피부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우선 오염된 음식이나 오염된 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익힌 음식만 먹고 물은 끓여서 마셔야 한다. 상품화된 생수나 음료 등은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끓인 물 대신 마셔도 된다. 과일은 깨끗이 씻거나, 껍질을 까서 먹는 것이 좋다. 햄버거 고기와 같이 갈아서 만든 고기는 그 속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조리를 하여야 하며, 고기에서

음식을 보관할 때에는 냉장고 등에 보관해서 세균이 증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위험을 생각해 볼 때, 간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저하되는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는 여름철에는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런 환자는 맨살로 바닷물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콜레라와 장티푸스에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데, 콜레라백신은 부작용이 심하고 효과는 적어서 별로 권하지 않는다. 장티푸스 백신은 최근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은 백신이 개발되었다. 모든 사람이 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으나, 장티푸스가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한다던지, 환자나 보균자의 가족 등과 같이 특별히 전염될 위험이 높은 사람은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2) 모기 등의 벌레에 물려 옮는 질병
일본뇌염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최근 예방접종에 대한 권고안이 변동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뇌염 백신을 3세 때 1-2 주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12개월 후에 추가접종을 하는 기본접종후에 15세까지 1년 마다 재접종하는 식으로 하여왔는데, 자주 접종하면 뇌병증 등의 부작용이 더 많아진다. 그래서 1994년 이후부터는 재접종의 주기를 2 년주기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는 말라리아 유행지역이었다. 아마 나이드신 분들은 어렸을 때 학질이라는 병을 앓은 사람이 많은데, 학질이 바로 말라리아이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1986 년 이후에는 감염자가 한 사람도 발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약 10 년 후인 1993년 다시 우리나라에서 외국에서 수입된 말라리아가 아닌 토착형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해가 갈수록 그 숫자가 늘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에 의해 전염되어 발생하는데, 말라리아 원충은 주로 우리 몸의 적혈구에 침입해서 증식을 하고 적혈구를 파괴시킨다. 적혈구가 깨어질 때 여러가지 염증물질이 분비되면서 고열과 심한 오한,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간이나 콩팥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고 혼수에 이르기도 한다. 말라리아는 4가지 종류가 있고, 그 중 열대열 말라리아가 가장 중증증상을 나타내고 사망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열대열 말라리아가 없다. 대신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지에 여행을 하다가 걸린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가 많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으려면 여름철에 우리나라 경기북부나 강원도 지역을 여행할 때에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실 때엔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말라리아에 대한 예방조치를 하여야 한다. 우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말라리아를 전파시키는 모기는 주로 저녁부터 새벽 사이의 밤 시간에 활동하므로, 이 시간대에는 가급적 외부로 나가는 것을 삼가하고 방충망이나 모기장이 쳐져 있는 실내에 들어가 있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 모기약을 뿌리거나, 모기향, 모기 매트 등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기는 냄새에 민감하므로 목욕을 하는 것이 좋고 향수 등은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모기가 잘 무는 저녁 시간에 외출을 하는 경우 긴 팔에 긴 바지를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옷은 가급적 밝은 색의 천이 두꺼운 옷으로 몸에 딱 붙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노출되는 피부가 있는데, 여기에는 곤충 기피제를 바른다. 열대열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외국을 여행할 때에는 예방약을 복용하여야 한다. 이들 지역에

3) 냉방시설을 통해 옮는 질병
대형 냉방시설을 통해 주로 전염되는 레지오넬라 병은 폐렴을 주로 일으킨다. 일반적인 폐렴과 구분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고 따라서 진단하기가 힘들다. 대형 냉방시설이 있는 곳에서는 냉방에 사용되는 물을 잘 소독하여야 하며, 이 세균에 대한 감시배양검사를 주기적으로 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가정용 냉방시설을 통해 전파되는 예는 드물다.

지피지기라는 말이 있듯이, 여름철 질병도 잘 알고 대처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방에 효과적인 간단한 수칙들을 잘 알아서 실천하면 즐겁고 건강한 여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오원섭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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