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순수한 우리밀로는 맷돌 돌리는 손잡이를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유명무실한 돌에 불과하다. 이 같은 맷돌이 지닌 상징성의 가치는 맷돌의 이분법적 구조에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맷돌의 윗돌과 아랫돌은 상(上)과 하(下), 좌(左)와 우(右), ‘이상과 현실’ 등으로 묘사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맷돌은 이 같은 갈등구도를 균형과 조화로 극복해가는 우리들의 생활 단면을 대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처구니’는 바로 이 같은 갈등구도가 지닌 내재적 에너지를 새로운 가치 창출로 탈바꿈 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한의사협회의 내분을 지켜보면서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한의사협회가 되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금은 한의협이 사분오열되어 집행부를 성토하며 회장을 탄핵할 때가 아니다. 단합을 해서 산적한 현안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고심(苦深)을 해도 역부족인데 극심한 분열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오는 18일 긴급대의원 총회에서 회장 사표 건에 대한 논의가 있겠지만 우선 표결에 앞서 지식인을 자처하는 회원들이 감성이 아닌 이성을 갖고 이 문제를 심사숙고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어떤 지도자라해도 ‘공(功) 과 과(過)’ 가 있기 마련이다. 공은 제쳐두고 과 만 가지고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성급한 처사인 것 같다. 이 문제야말로 전 회원의 의사를 물어야 할 것 같다.

회무를 집행하다보면 다수 회원들의 욕구(성취욕)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상당수 회원들이 회장의 잘못을 지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 회장의 퇴진까지를 바라지 않는 눈치다. 한편으로는 진료를 마다하고 회원들이 진료실에 앉아 있을 때 협회에 상근한 ‘최환영’ ‘안재규’ 회장 같은 분이 있었다는 것을 오히려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그분들의 노고를 위로 했어야 한다.

많은 회원들이 그처럼 우려했던 IMS의 경우도 안 회장은 묵묵히 해내지 않았던가. 일부 회원들은 ‘투쟁’ 운운하지만 투쟁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진득하게 결과를 기다리지 못한 일부 회원들의 성급함과 강경적 행동이 유관 기관이나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을 뿐이다.

작금의 사태는 벼랑에 선 사람을 절벽으로 떨어뜨리려는 잔혹함을 보이는 것이다. 항해하던 배가 풍랑으로 암초에 부딪쳤다고 해서 대책도 없이 선장을 바다에 던져버린다면 과연 그 배는 어떻게 되겠는가 묻고 싶다. 결과는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선장이 없는 그 배는 난파선으로 표류하다 침몰하고 말 것이다. 현재의 한의협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늦게나마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의계 원로들인 명예회장들이 긴급회의를 하는 등 회원들을 향해 ‘화합’을 호소하며 집행부가 사퇴하는 지난날의 아픈 전철을 되풀이 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명예회장단의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대의원들의 지적도 옳다. 일차적인 모든 책임 또한 회장에게 있다. 책임을 물어 따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원로들의 애타는 호소를 받아들여 회장의 사표를 반려하는 지혜와 아량을 보였으면 한다. “더 이상의 미련도 없고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 이라고 말하는 안 회장이지만 회원들의 도리는 그게 아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가 , 의식하지 않았던 행동이 남에게 커다란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짧은 시간이지만 안 회장도 많은 것을 생각하며 자숙하는 눈치다.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안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자. 아울러 회장을 잘못 보필하고도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일괄된 문구에 조건부로 사표를 냈다 반려된 이사들의 사표를 받되 재신임 여

그래서 새로운 집행부가 회무를 수행토록 해 남은 임기를 잘 맞추는 훌륭한 지도자로 떠나게 하자. 늦었지만 지금이 좋은 기회다. 참모들을 바꾸지 않고는 혁신의 협회가 될 수 없다. 협회는 정치꾼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잠시 순간이지만 한의사협회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로 표류하고 있다. 맷돌의 역할을 하려면 위 아랫돌(회원과 집행부), 그리고 ‘어처구니’(지도자)가 균형을 이루며 제대로 된 삼중주로 돌아가야 한다. 지성인이 모인 한의협은 분명 해낼 수 있다. 또 그렇게 될 것을 믿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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