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든 지각(知覺)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간혹 자기 스스로에게 人生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속의 삶을 가치있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덜 후회스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꽁꽁 얼어붙은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된다.

필자는 이같은 마음에서 자신에게 수도 없이 질문을 던져 보면서 그때마다 느껴지는 생각을 메모지에 정리해 보지만 명쾌한 답은 구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전철에서, 때로는 사무실에서, 혹은 거리에서도 문득문득 떠오름이 있으면 어디에든 상관없이 메모를 해왔다.

그런 까닭으로 어떤 경우에는 길을 걷다가도 메모를 하다보니 경적을 울리는 소리에 놀라 길 옆으로 피한 경우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백년을 산다해도 짧은 세월이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시한부 人生이란 것을 잊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늘 오늘인 것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제인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은 조금씩 죽음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에게 영원함이 있다면 언제든, 아무때든 우리의 능력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굳이 서두를 필요도, 애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며 슬픔에 빠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여정은 분명 어느 시간에 이르게 되면 종착지에 도달하게 되어있다. 출발지가 있으면 반드시 종착지가 있게 마련이다.

누구든 자신이 중병이 들거나 뜻하지 않은 권고사직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대개는 자신에 다가온 불행에 대해 당혹감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덧없이 지내온 삶의 허망함을 느끼며 삶에 대한 애착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에 자신이 오늘, 내일 교수대 위에 설 사형수가 되어 있다면 현재의 심경은 어떨까?

이런 경우 아마도 '열'에 '열'은 모두 지난날들의 삶에 대한 후회와 함께 자기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면 정말 1분을 1년같이 소중하게 살고 싶다는 生의 강한 애착을 느낄 것이다. 또한 삶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것은 분명하다.

셰익스피어는 "자갈 덮힌 해안을 향해 파도가 이는 것처럼 시간은 끝을 향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한탄했다.

시한부 인생, 인생의 끝이 있기에 우리는 슬픔이란 것을 알고 사랑하는 부모, 형제, 벗들을 잃는 이별이 아픔으로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혹자는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말한다.

유대인들의 인사말 중 '샬롬'이란 말이 있다. 히브리어로 샬롬은 안녕, 평화를 뜻하는 인사이다. 특히 유대인들은 장례식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샬롬이라는 인사를 한다.

이는 영원히 떠나보내는 이와의 작별인사이기도 하지만 죽음과 삶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마음의 평화를 뜻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이 땅에 남아 있는 이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있기도 하다.

그동안 역사의 주요 인물들이 떠났고 또한 근래들어 배우 김무생씨 등 많은 원로 배우들이 이 세상을 떠났다.

삶이 있는 곳엔 죽음이 있게 마련이다. 파란 순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날 뒤에는 붉게 물든 단풍잎이 떨어져 밟히는 가을이 있음을 생각하고 우리는 한정된 삶의 가치를 재인식하면서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약속된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훈련을 해 보았으면 한다. "샬롬" "샬롬"

논설위원 안호원(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서울정보기능대학겸임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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