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피부과 김용환 교수

자연스런 노화현상 중에 하나인 흰머리. 그러나 20∼30대 젊은층에서 때아닌 노화(?)로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새치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지만 흰머리가 머리 전체를 하얗게 덮어 가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방법을 찾아본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생기는 흰머리의 대부분은 유전적 요인, 정신적 스트레스 등 특별한 원인질환이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뇨나 빈혈 등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가는 세월을 한탄만 하기보다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흰머리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건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김용환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흰머리 왜 생기나?

모발의 색은 모근에 있는 색소세포인 멜라닌 세포가 “멜라닌”이라는 색소를 만들어 모발에 공급해 검은색을 나타내게 된다. 멜라닌은 그리스어로 「검다」는 뜻의 「멜라스(melas)」에서 온 말로 일종의 단백질로 구성된 미립자이다. 멜라닌에는 흑갈색을 나타내는 「진성 멜라닌」과 노란색이나 붉은 색을 띤 「갈색 멜라닌」이 있는데, 머리카락의 색은 이에 따라 검은색이나 금발, 붉은색으로 결정되

그러나 노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멜라닌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흰머리가 생겨나게 된다. 머리카락이 신체 다른 부위의 모발에 비해 빨리 희게 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생장기에 있는 모발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흰머리는 인종 혹은 개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백인은 보통 30대 초반, 흑인은 40대 초반, 동양인은 20∼30대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년기부터 나타나는 조기 백발의 발생비율은 남성에

일반적으로 흰머리가 나는 순서는 옆머리, 앞머리, 뒷머리 순으로 코털이나 속눈썹보다 먼저 희게된다. 전체적으로는 겨드랑이, 음부, 가슴 등의 모발은 연령이 증가하더라도 백모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흰머리?

10대나 20대 젊은 나이에 시작되는 조기백발은 우성유전에 의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나 친지 중에 흰머리가 많고 일찍부터 나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자식들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젊은 나이의 흰머리는 무엇보다도 스트레스가 가장 큰 촉매역할을 하거나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멜라닌 색소가 모발에 스며드는 것을 막게 된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데도 갑작스럽게 새치가 많이 생길 경우에는 다른 질환들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및 항진증, 악성빈혈, 당뇨병 등의 자가면역질환 등이 동반돼 나타나기도 하며, 어느 일정한 부위에 흰머리가 몰려서 생겼다면 백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백반증이 있는 경우 그곳에서 자란 모발이 흰색을 띨 수 있다. 또한 원형탈모증이 회

치료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화로 인해 생기는 흰머리는 치료법이 없다. 흰머리를 뽑아봐도 모근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번 흰머리가 생기면 뽑아도 다시 검은색 머리가 생기기는 힘들다. 현재까지 흰머리를 없앨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염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너무 잦은 염색은 모발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두피에도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노화로 인한 흰머리는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백반증, 갑상선질환, 악성빈혈, 당뇨병 등의 원인질환에 의한 경우에는 그 질환을 찾아 잘 치료하면 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흰머리를 없앨 수 있다. 따라서 너무 이른 나이에 흰머리가 생겨났다면 한번쯤 다른 질환을 의심해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흔히 '새치'라 불리는 장년기에 드문드문 흰머리가 나타나는 장년성 백발은 원인이 잘 알려지지 않아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양모제를 바르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유전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유전에 의한 흰머리의 치료도 가능해질 수 있으며, 멜라닌세포를 변화시키는 자극이나 증식을 유도하는 물질들을 개발해내면 노화성 백모의 원인규명과 치료도 가능해지므로 미래를 기대해보는 것도 좋다.

예방이 가능한가?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 두피의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해주면 색소세포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빗이나 손가락 등으로 두피 마사지를 자주 하고, 머리를 삼푸와 린스물이 충분히 빠지도록 깨끗이 머리를 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흡연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두피의 모세혈관이 위축되고 그 결과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색소세포가 죽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술,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피 영양 활성제를 발라 주는 것도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야채, 해조류, 콩, 칼슘, 단백질이 많은 식품은 모발을 건강하게 해주므로 평소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생을 많이 하거나 머리를 많이 쓰면 흰머리가 난다?”는 말처럼 스트레스가 흰머리 발생을 촉진시키므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가급적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어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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