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 할 것 없이 인간이란 모두가 선(善)한 마음과 악(惡)한 마음을 갖는 등 양면성을 지닌 채 이 세상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일상(日常)에서 우리는 때로는 선을 행(行)하면서도 그 행함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며 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경험을 쌓게 되고 그 가운데 무엇이 옳고 그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깨달음에 달했을 때는 이미 우리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회한만 가득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정을 흘려보내며 ‘사랑의 아픔’ ‘이별의 상처’ 그리고 ‘ 분노와 기쁨’을 연속적으로 느끼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해 한 해를 보내며 직·간접적으로 인간 수업을 통해 성숙되어 간다.

그러나 이 사회가 점점 복잡 다양해지며 과학의 발달과 문명의 갈등 속에서 오직 자기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참으로 슬프게도 순수한 인정, 따뜻한 마음보다는 감정이 없는 차디찬 기계 같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분명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예전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민심은 더욱 더 각박해졌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없으면 ‘친구의 의리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이 무참히 깨지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속칭 ‘구정’으로도 불리는 ‘설’이 돌아온다. 민족고유 명절인 설이 오면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들뜬 기분이 들게 마련인데 올해는 차가운 날씨만큼 마음이 얼어붙은 것만 같다.

더구나 언제부터인가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이 명절을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기보다는 그런 날을 귀찮아한다는 사실에 필자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든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음식을 만들고 손님 접대하는 것을 힘든 가사노동으로만 여겨 명절만 다가오면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소리가 안타깝게 들린다.

물론 이런 날 무조건 남자들은 먹고 놀며 여자들만 상 차리고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모든 게 어찌 보면 즐겁게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한다고 생각한다면, 또 남자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마음에서 함께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다면 그렇게 귀찮아하거나 우울증까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요즘 세태가 ‘설’ 같은 명절이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풍습이라고 생각한다는데 있다. 조금 귀찮다고 자기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조상에 대한 감사를 모르고 섬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식들에게 섬김을 받으며 또 받은 은혜에 감사할 수 있겠는가 묻고 싶다. 옛 속담에 뿌리가 없으면 아무리 거대한 나무라도 쓰러진다고 했다.

따라서 나와 조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맺어진 한 뿌리 한 나무임을 알고 감사함으로 조상의 넋을 기리는 것이 자신을 높이는 것이고 나아가 자식들로부터 보답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또 귀찮더라도 이번 설 연휴에도 고향을 찾아가는 차량들의 빨간 실선들이 가마득히 줄을 잇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친척을 찾아 반갑게 인사하고 감사하며 조상에게 감사하고 또 이웃과 친우들에게까지 더불어 감사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그런 날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저 초 한 자루 켜놓고 물 한 그릇이라도 정성스레 떠다놓고 향 한 개비 피우며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의 시간을 갖자.

아울러 오랜만에 만난 부모 형제자매, 친구들과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마음으로 문안과 함께 덕담을 나누면서 복된 한 해를 기원하는 그런 따뜻한 ‘설’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 같은 바램은 요즘 같이 삭막한 시국엔 아무래도 경험자적 사랑의 포근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때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심송교육개발연구원장.서울정보기능대학겸임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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