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소아과 전문의 유지형>

‘엄마, 배가 아파요!’, ‘엄마, 머리가 아파요!’, ‘엄마, 다리가 아파요!’ 

이 세 가지가 아이들이 부모님들에게 아픔을 호소할 때 말하는 가장 흔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배가 아픈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데 학동기 아동의 10%에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의학적 용어로 볼 때 4세에서 16세 사이의 소아에서 3개월에 3회 이상 반복적으로 발생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복통을 만성 반복성 복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늘 배가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그러나 그리 심해 보이지 않고 다른 데 관심을 돌리면 복통을 호소하지 않는 아이들도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반복성 복통의 주요 원인은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이며, 증상이 나타나는 기전은 장의 운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장이 예민한 과민성 장 증후군, 장의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의 기능 장애, 장 내의 염증, 유전적 소인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서 부모님들께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맹장염 같은 수술을 해야 할 병이 아닌가’ 하는 것과 ‘오래 두어서 암 같은 큰 병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잘 물어 보시고 소아과 의사에게 알려 주셔야 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복통의 특성 :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픈지 꾹 누르듯이 아픈지, 가만히 있어도 아픈지 만져야 아픈지
② 복통이 나타나는 시간 : 음식을 먹기 전에 아픈지 먹고 나서 아픈지, 밤에 자다가 깰 정도로 아픈지 아침에 일어나서 아픈지 하루종일 불규칙하게 아픈지
③ 통증의 정도 : 이리저리 몸을 뒤틀면서 아픈지, 그냥 말로만 아파하는지
④ 동반되는 증상 : 구역질이나 토하는지, 설사나 변비가 있는지
⑤ 유발 요인 :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하거나 먹기 싫은 음식을 먹으라고 할 때인지
⑥ 일상 활동에 미치는 영향 : 유치원이나 학교에 잘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조퇴하고 올 정도인지
⑦ 어떤 조치가 복통을 완화시키는지 : 배를 쓰다듬어 주면 안 아파하는지, 관심있는 놀이를 하면 복통이 없어지는지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 장중첩증(장이 꼬이는 것) 등 빨리 조치를 취하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 병들은 하루 이틀 사이에 그 통증이 점차 심해지고, 열이나 구토·설사 등의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 증상이 단순히 복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혈액 검사나 소변·대변 검사, X-레이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학동기 아이들의 경우 배꼽 위쪽 명치 끝이 자주 아프다고 하거나 음식과 관계가 있을 경우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을 감별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기질적 원인(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가 아닌 병변이 있어서 아픈 경우)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체중 감소가 동반될 때
②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
③ 배꼽으로부터 먼 부위에 통증이 올 때
④ 잦은 구토가 있을 때
⑤ 3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설사가 있을 때
⑥ 통증으로 인하여 밤에 잠이 깰 정도일 때
⑦ 복통이 있으면서 성장이 잘 안 될 때

만성 반복성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든지 동생이 생겨서 부모의 사랑을 덜 받게 된다든지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고, 10% 정도만이 원인 병변이 있는 기질적 원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질적 원인을 놓쳐서는 더 큰 병이 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할 때는 위에 기술한 복통의 양상들을 잘 살펴보고 소아과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는지 좀 더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