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 해인 을유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매년 연례행사로 맞이하는 신년 새해이지만 올 새해를 맞는 감회가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만큼 지난해가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힘든 한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해를 돌이켜볼 때 대부분의 국가가 호황을 누리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치권의 당쟁 싸움으로 경기가 하락하면서 대졸 실업자가 넘치고 40대중반의 가장들마저 직장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는 등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해로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한 해였던 것 같다.

악귀를 쫓는 벽사의 힘을 가졌다고 우리 조상들이 귀하게 여겼던 닭띠 해인 올해는 국치의 을사보호조약 100년이 되는 해이자 해방의 기쁨을 맞이한 지 어느덧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또한 올해는 현 정부의 중간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라 할 수 있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오듯 새벽은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어둠을 깨고 찾아온다고 했다.

우리 선조가 조국 해방의 꿈을 안고 압록강과 만주벌판에서 시련을 견디어내며 광복을 맞았듯이 이제 우리도 이 어둡기만 한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을유년 새해를 맞이하자.

우리 국민은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며 시련이 올 때마다 모두가 하나 되어 믿음으로 뭉친 국민이다. 그런 국민이기에 무엇이든 할 수가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단합이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될 때 아무리 막강한 정치권의 힘이라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행착오는 지난해로서 족하다. 우리의 한 목소리가 정치권이 대립과 갈등을 버리고 상생정치로 정책 경쟁을 통해 의회에서 순리로 풀어가는 정치를 하게 만들어 놓아야한다.

이제 대립 갈등 분열 등으로 하나가 되지 못했던 정치권이 지난해와 같은 우(偶)를 범해 우리 국민을 더 이상 춥고 배고픔으로 거리를 방황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 대다수가 겪고 있는 절망적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신성한 국회 장에서 난투극을 벌리는 당동벌이(黨同伐異: 지난해 교수들이 정치권을 한마디로 꼬집는 사자성어로서 자기편이 무조건 옳다고 하며 다른 편을 배척하는 당파주의를 뜻함)식 정치가 더 이상 이 땅에 있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새해 첫 날 새벽을 가르며 목청을 길게 늘이고 우는 닭의 울음소리가 갑신년 마지막 밤까지 각종 편가르기 실랑이와 잡다한 정쟁에 엉켜있는 정치권의 잡귀들이 놀래서 모두 달아나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새해에는 이미 예견했듯이 몇 개 지역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다. 여·야의 치열한 경쟁이 벌써 불을 보듯 뻔하다. 과반 의석을 지키기 위한 집권당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충돌, 피투성이가 될수록 애꿎은 국민들만 골병들고 굶주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세를 과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민의를 올바로 알고 헤아리는 정치를 해야 한다. 희망의 실체가 가장 선명하게 바라보일 때가 바로 절망의 한 가운데 있을 때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도 우리에게 은총만을 주시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은총을 내릴 때는 아무리 급해도 시련을 먼저 던져준다.

왜냐면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모처럼의 은혜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뜬 해가 어제의 해와 다를 바 없고 또 내일의 해 역시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새 날을 맞이하며 감회가 달라지는 것은 그만큼 앞날의 희망을 바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보내는 ‘오늘’ 이란 시간 뒤에는 바로 어제 죽은 사자(死者)들이 하늘을 우러러 그렇게 소원하던 ‘내일’ 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가 되자.

모쪼록 올 한해는 새벽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일터로 나가는 부지런한 가장들이 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아울러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며 엄마와 딸과 아들이 함께 부르는 광고성 노래가 가슴을 저리게 하는 그런 날들이 없어지는 새해 새날이 되었으면 한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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