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지난 2001년 여성암 1위로 올라선 뒤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2년 유방암 환자는 7천317명으로 지난 95년에 비해 199% 증가했다.

발병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서구 여성들은 50세 전후 폐경기를 지난뒤 유방암 발병률이 뚜렷하게 높아지는 반면,한국 여성들은 40대가 가장 많다. 최근엔 20∼30대 젊은 환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서구적인 식생활과 만혼의 증가,출산율 및 모유 수유 감소,음주 등 여성의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다른 암과 달리 초기 유방암(0기,1기,2기)의 경우,80∼90%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기 발견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들어 많은 여성들이 유방을 손으로 만져 암을 찾아내는 자가 진단을 하고 있다. 유방에 뭔가 손에 잡히는 덩어리가 있는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한다. 멍울은 유방 조직에서 자란 비정상적인 혹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물컹한 지방조직이 많은 서구여성과 달리, 유선 조직이 단단한 형태로 이뤄진 ‘치밀 유방’이 많아 멍울이 자주 만져진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유방에서 만져지는 멍울 중 실제로 유방암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20% 이하”라며 “유방의 단단한 부위를 멍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반대로 혹이 생겼는데도 정확한 검진을 받지 않다가 암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방 멍울이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생리가 끝난 1주일 후에 만져봐야 정확하다.

생리로 뭉친 유방 조직이 자연스런 상태로 풀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방 멍울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유방암은 단단한 조직이 새롭게 생겨 자라는 종양이다. 부드럽던 부위에서 단단한 부위가 생길 경우 유방암이 의심된다. 또 유방암 멍울은 커지게 되면 바깥으로 돌출되거나, 반대로 주변의 유방조직을 끌어당겨 그 부위가 함몰돼 보인다. 대개 통증은 없다.

유두에서 노란색 액체나 피와 같은 비정상적인 분비물도 나올 수 있다. 유두 분비물은 5∼10%만이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데, 한쪽 유방에서 주로 나온다. 멍울은 유방암이 림프절에 전이되어 겨드랑이에서도 만져질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여성 스스로 유방암 멍울을 찾아내는 자가촉진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가 중국 상하이 여성 26만6천명을 대상으로 이 중 절반에게만 유방 자가촉진법을 교육하고 독려하면서 10~11년을 지켜본 결과, 그런 교육과 권고를 받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유방암 사망률이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이은숙 유방암센터장은 “유방암이 손으로 만져지려면 2cm 정도 돼야 하기 때문에 자가촉진의 조기 검진 효과가 작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유방암환자의 70%는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져서 병원을 찾고 있고 암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생존율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유방암 크기가 2cm 이하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 5년 생존율이 95%를 상회하지만, 크기가 그 이상이면서 림프절 전이(4개 이상)까지 발견되면 생존율은 50%대 안팎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조기검진을 위해서는 자가촉진과 함께 방사선사진으로 유방암 병소를 찾아내는 유방촬영술의 병행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유방암학회 조기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30세부터 매월 유방 자가검진, 35세부터는 2년 간격으로 의사의 유방진찰, 40세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 외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한쪽에 이미 유방암 발생 경력 등이 있는 고(高)위험군은 전문의와 상담, 별도로 검진 스케줄을 세우도록 권한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미국과 달리 유방암 발생이 30·40대 여성에게 많아 젊은 나이에도 철저한 검진이 요구된다.

현재 국내 유방암 환자 3명 중 2명이 50세 이하인 반면, 미국 등 서구 여성은 50세 전후 폐경기를 지나서 나이가 들수록 유방암에 더 잘 걸린다.

오세민외과 오세민박사는 “젊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유방암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육류 과다섭취 등 서구식 식생활을 더 오랜 기간 했기 때문”이라며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과일·야채·섬유질·콩 단백질 등을 많이 먹고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방암에 걸리면 항상 잘라내야 하나. 정답은 아니다.

유방암의 완치율도 80%가 넘어섬에 따라 환자들의 관심은 기존유방과 똑같이 복원해주는 ‘미용’에 오히려 관심이 많다.

유방과 가슴 근육,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몽땅 잘라내는 전통적 ‘홀스테드 수술법’은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의사들은 이제 유방은 물론 민소매 옷을 입었을 때 살짝 드러나는 겨드랑이 선(線)까지 지켜 달라는 환자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영동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시도되고 있는 ‘감시림프절 생검법’은 이런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유방암 세포가 제일 먼저 옮아가는 곳은 겨드랑이 림프절이다. 따라서 유방절제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유방보전수술 때도 겨드랑이 림프절을 잘라내는 게 원칙이다.

겨드랑이가 움푹 파여 보기 흉하게 되는 것과 림프부종, 손저림, 신경손상, 어깨운동장애 등의 합병증은 생명을 얻기 위한 당연한 ‘대가’로 여겨졌다.

이 생검법은 그러나 암의 크기가 1~3cm 이하인 경우, 세포가 제일 먼저 전이됐음직한 림프절을 검사해 그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림프절을 절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방법이다.

감시림프절에 암세포가 없는 경우라도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았다고 100% 장담할 수 없어 도입을 꺼리는 의사들이 많지만, 최근 외국 임상결과 보고에 따르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양정현 교수는 “이 방법에 따라 지난 2년간 약 50명의 유방암 환자를 림프절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뒀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방보존수술의 보편적 시행도 최근의 치료경향 중 하나다.

유방 전체를 잘라내지 않고 원형을 남겨놓는 유방보존술은 1920년대 개발됐지만, 재발 가능성 때문에 과거 의사들은 웬만하면 유방을 모두 잘라내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10년을 전후해 유방절제술과 보존술의 재발·생존율이 큰 차가 없다는 게 국제학회서 인정됨에 따라 유방보존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보존술 비율은 1996년 18.7%에서 2000년 27%로 폭증했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 교수는 “암 크기가 3cm 이하인 조기암(1·2기) 환자에게 주로시행되지만 최근엔 진행암(3·4기) 환자인 경우도 수술 전 항암요법 등을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등 수술 적응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노동영 교수는 “물론 0기나 1기 환자라도 유방을 모두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피부와 근육 등으로 유방을 만들어 붙이는 ‘유방재건술’을 절제수술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내시경을 이용하는 내시경 수술, 암 덩어리를 얼려서 파괴하는 냉동수술, 레이저 수술, 고주파 열 수술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임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젤로다’ 등 차세대 항암제의 개발로 수술 뒤 항암요법을 받는 환자나 재발한 환자의 치료에도 큰 발전을 가져왔다.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는 타목시펜이나 탁솔 등. 그러나 최근 먹는 항암제 ‘젤로다’가 개발돼 가정에서 간편하게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과거엔 타목시펜 등항암제가 안 듣는 경우엔 속수무책이었으나 최근 ‘아로마타제 억제제’ 등의 개발로 재발암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유방암 환자의 30~40%는 ‘c-erbB2’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 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항암제(Herceptin 등)도 개발돼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방암은 이제 다른 암에 비해 치료후 경과도 좋아 완치에 가까운 날이 그리 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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