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국내에서 암 사망률이 4위에 오를 정도로 위협적인 질병이다. 서구에서는 폐암에 이어 남자에게 두번째로, 여자에게 폐암과 유방암에 이어 세번째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대장암이 매년 급증하면서 그 위험성으로 인해 올해부터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포함됐다.

대장암은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는데 상당수 그 원인이 있다. 특히 붉은 살코기와 동물성 지방의 과다 섭취는 주요 발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고기를 뜨겁게 조리하면 고기 안에서 발암 물질이 발생한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야채나 곡류를 먹는 사람에 비해 대변 양이 적고 배변 횟수도 줄어든다. 이는 육류에서 나온 발암 물질이 대변 내에 좀더 농축된 상태로 존재하게 만들고,대장 점막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 암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담즙산이 분비되는데,이 또한 대장의 세포를 암세포로 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들로 간혹 대장암 환자 중에는 치료를 받으면서 채식이나 생식만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주대병원 종양내과 임호영 교수는 그러나 “식습관에 의한 암 발생은 단기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5∼20년) 자극이 반복돼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극단적 식이요법이 암의 재발이나 진행을 막는다고 말할 수 없으며,오히려 영양 불균형으로 치료에 따른 부작용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술이나 담배,비만,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유전적인 요인도 대장암 발생에 일부 관여하고 있다.

-증상
대장암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암이 조금씩 진행할수록 그 위치에 따라 증상에 약간의 차이가 나타나므로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우측 대장암은 대변에 적은 양의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지만 육안으로 알 수 있는 정도의 양은 아니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그 동안의 축적된 출혈로 인해 빈혈이 나타나고 가끔씩 복통이 동반된다. 더 진행되면 암 덩어리가 커져 오른쪽 배에서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좌측 대장암은 복통과 변비,설사가 반복되는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기는 게 특징. 직장암은 항문과 가까우므로 비교적 초기에도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다만 피 색깔은 항문에 가깝게 위치한 암일수록 붉은 색을 나타내므로 치질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 진행되면 대변 굵기가 가늘어지고 대변 보기가 점점 힘들어질 뿐 아니라 골반통이 동반된다. 서구에서는 우측 대장암이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암과 좌측 대장암이 많다.

-예방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 평소에 섬유소가 많이 든 야채와 과일,곡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반면 동물성 지방이나 지나친 당분,짠 음식,굽거나 튀긴 음식 등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를 삼가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서 체중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 전단계인 용종(폴립)을 발견해 없애는 것이중요하다. 대장암은 80% 정도에서 용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때 없애면 암을예방할 수 있다.

일반인은 50세 쯤부터 매년 대변 잠혈 검사를 받거나 5∼10년마다 한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거나 대장암 또는 용종 때문에 치료받은 경험자,궤양성 대장염 보유자 등의 ‘고위험군’은 매년 한번씩 검사받는 것이 좋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김남규 교수는 “특히 20대 초반에 용종이 수백개에서 수천개 생겼다가 10∼20년뒤 암으로 진행되는 ‘가족성 용종 증후군’이 있는 가계에 속하면 15세 이후 매년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치료
배를 길게 째지 않고도 복강경으로 암을 수술할 수 있게 됐으며, 두 번에 나눠 시행해야 했던 수술을 한 번에 끝낼 수도 있게 됐다. 또 인공항문을 달지 않고 직장암을 수술하는 일도 많아졌다. 작게 째는 ‘최소절개수술’이 특히 대장암 수술 분야에 최근 집중적으로 도입된 덕분이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혁명적인’ 변화는 배에 1∼2cm 구멍 너댓 개를 내서 하는 복강경 수술. 현재 암이 임파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1∼2기 환자의 수술에 많이 시행되며, 전체 대장암 수술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

배를 20∼25cm 정도 길게째는 기존 수술에 비해 ▲수술시 출혈이 적어 수혈사고의 위험이 없으며 ▲회복기간이 1주 이상 짧으며 ▲통증이 적어 마약성분 진통제를 쓰지 않아도 되며 ▲수술 뒤 폐(肺) 합병증 등 부작용이 적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최근엔 암이 여러 장기로 전이된 3~4기 환자들까지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호경교수는 “기존 개복수술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20∼30% 낮고, 수술 직후 사망률(1∼2%)도 개복수술(2∼3%)보다 낮아 확산되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의 크기가 8cm 이상으로 아주 크거나 ▲암이 주위 장기를 뚫고 들어갔거나(직접침윤) ▲암때문에 장이 완전히 막힌 경우엔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어렵다. 이 같은 경우엔 복강경으로 수술하다가도 즉석에서 개복수술로 전환해야 한다.

스탠트(금속그물망) 삽입술은 암 덩어리가 장을 막은 폐쇄성 대장암 환자의 수술에 많이 시행되고 있다. 대장이 막히면 막힌 곳 위쪽으로 변이 계속 차서 장이 터질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응급수술을 해야 했다. 응급수술이 아닌 경우에도 차 있는 변을 빼 내는 수술을 한 뒤, 다시 암을 절제하는 등 두번의 수술이 필요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외과 손승국교수는 “볼펜 용수철처럼 생긴 스탠트를 장이 막힌 곳에 삽입해 배변 ‘통로’를 확보하면 장이 터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수술 전 장 세척도 가능해 한 번만에 수술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트 삽입술이 필요한 폐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10∼20% 정도다. 또 직장경을 이용한 국소 절제법의 발달로 초기 직장암은 항문을 잘라내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항문과 가까운 하부 직장의 암은 항문 절제가 불가피하지만, 상부 직장이나 그 위 ‘S상 결장’에 암이 있는 경우엔 항문을 잘라내지 않고 수술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때 사용되는 게 직경 4cm 가량의 직장경이다.

원자력병원 외과 황대용박사는 “국소절제법은 주위 임파절 등으로 번진 암까지 ‘깨끗이’ 수술하는 게 어려워 수술 뒤 생존율이 낮고 재발률이 높았는데, 최근 적당한 초기 환자를 잘 골라 시행할 경우 생존·재발율이 기존 수술과 큰 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호경 교수는 “ 수술의 첫 번째 고려사항은 수술종류가 아니라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률이다”며 “최근 도입되는 최소절개수술법들이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생존율이 낮거나 재발률이 높은 경우엔 배를 째는 수술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대장에는 특히 암과 다른 사마귀 또는 버섯같은 혹이 잘생기는데, 이것 대장용종이다. 대장용종은 흔히 발견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서양인에게는 더더욱 많아 부검을 했을 때 절반가량이 용종을 갖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대장용종 역시 내시경을 통해 전기올가미를 걸어 쉽게 절제하거나 레이저 광선을 쏘아 태워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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