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일손을 놓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두고 무(無)노동 무(無)임금의 원칙을 적용하고 출근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 정문에 ‘공사 중’이란 팻말은 침묵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전 국민의 냉소적인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이 든다.

의회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어떤 것이고 또 얼마나 막중한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매력 때문에 국회의원 금뱃지를 한번 달아보려고 재산을 탕진하면서까지 공천을 받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

온갖 감언이설로 상대를 험담하면서 어렵사리 표를 얻은 탓일까 예나 지금이나 국회의원 뱃지를 달면 무식꾼, 욕쟁이, 폭력배로 둔갑하는 등 거수기가 되어 입에 거품을 내뿜으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런 판국에 한 국가의 공조직마저 대통령주변 측근들에 의해 휘둘리다보니 최고 통치자의 영(令)도 제대로 서지 않고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나라 공권력이 이처럼 약해지다보니 철도노조, 전교조, 심지어는 공무원노조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하는 등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로 움추러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더 이상 믿을 곳도, 의지할 곳도, 떨어질 바닥마저 없는 현실 속에서 성난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1인 시위의 투쟁까지 선보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정국을 더욱더 불안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을 정도다.

온통 막말에 막가는 행동들이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며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사실을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더구나 지난 9일 오후에도 서해백령도 동방 5마일 해상에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3차에 걸친 경고 끝에 40분만에 월북했고 지난달에도 북한 경비정 3척이 남침 10여발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를 떠보며 정국을 어지럽게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정부 여당이 안보강화는 제쳐두고 오히려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보안법 폐기 등 4대 개혁법안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그 저의가 어디에 있든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최 광 국회예산정책처장도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보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와는 거리가 멀고 심지어는 반(反)시장적이고 사회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타인 버그조지타운대 아시아 연구소장도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에 기고한 ‘사회혁명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이 사회혁명이 진행 중이며 이 개조과정에서 한국사회 내부의 분열과 한·

또 미국 주간지 퍼레이드,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믹스트 등에서도 북한의 김정일을 세계 최악의 독재자, 과대망상적 독재자, 상습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며 거짓 자로 단정 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국제정세에도 불구 북한에 저자세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것으로 비춰지는 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기를 서두른다는 사실이 뜻있는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도적 차원에서 동족인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도 좋고 남북간 화합의 장 마련도 좋겠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선 철통같은 안보의 힘을 갖고 대화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여당의 어느 분의 말처럼 정부 여당은 조급증을 갖고 정책을 서두르지는 말자. 다행이랄까 그동안 파행으로 치닫던 국회가 총리의 사과로 일단 정상적으로 열리게 됐다. 이제라도 여·야구분 없이 머리를 맞대고 보안법폐기보다 더 급한 민생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정을 논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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