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유행을 알려면 그 당시에 유행하던 유행가를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듯 요즘 TV드라마를 보면 세상이 원만하지는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작가의 성향도 그러하겠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각 사가 방영하는 아침드라마가 하나같이 스토리가 똑같은 맥락에서 불륜과 불화의 악순환이 거듭 전개되는 등 정상적인 드라마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각 사의 출연자들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필자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 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도 않고 이해하지 못 할 비윤리적인 생활이 마치 정상적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 그런 상황으로 글을 쓰겠지만 한편으로는 순진한 주부들의 사고를 이상하게 만들며 가정 파탄까지 가져오고 있다.

마치 범죄자들이 방송에서 사건 내용이 상세하게 보도되는 것을 보고 똑같은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주부들이 불륜 등 비윤리적인 행위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심지어는 그 같은 행위들을 모방까지 하며 탈선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는 자신만이 바보 갖고 억울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데 있다. 어쩜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사회의 거울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주부들을 겨냥해서 제작되는 아침 드라마를 보면 각 사가 경쟁적으로 진정한 가정 애(愛)보다는 빗나간 가족관계의 갈등을 부추기는 등 남녀의 불륜 관계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엔 민

게다가 인기 스타들을 상품 진열하듯 내놓는데만 초점을 맞출 뿐 정작 제대로 된 가족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드라마엔 뒤틀리고 비정상적인 구조와 사람들이 가득할 뿐이다. 조부모, 부모, 자신간의 전통적 의미의 가족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노인층은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경로사상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한 시대를 말하듯 깨어진 가족관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하나같이 배신과 복수, 음모, 얽히고 설킨 애증, 이혼과 재혼, 특히 독신남녀는 아주 기본이 되어 있다. 더욱이 아버지의 부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소중한 가치인 가족애가 실종돼 버린 것이다. 흥행코드를 차용해 비슷한 것은 차지하고라도 방송사들이 작품의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흥

예전의 시각으로 볼 때 기성세대가 도저히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극중 가족관계가 파괴되는 등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런 환경변화 탓일까 불륜관계로 세상의 시선에 눌려 사는 비운의 주인공이 아니라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심지어는 핏줄에 앞서 사랑을 우선 삼고, 헤어진 후에는 서로 파트너를 바꾸기도 하면서 오히려 뭇 사람들의 선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무서운 전율을 느낄 지경이다. 순간 대한항공폭파범인 김현희가 생각난다. 숱한 인명을 앗아간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등 수사관까지 동정심을 받았듯이 드라마에 나오는 악녀도 예쁜 탈렌트가 출연하면서잘못된 행위들이 아름답게 미화되고 있다는데 우려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 같은 드라마의 전개는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혼 가정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현 젊은 세대들의 가족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으로 위험스러운 것은 40대 중반의 젊은 주부들이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생각도 없이 쉽게 빠져들고 있다는데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최근 드라마 속의 가족관계를 보면 하나같이 패치워크(Patch work)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특징은 해체된 가족들이 핏줄보다는 애정관계를 더 부각시켜 재구성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만큼 끈끈한 가족관계가 개인 중심으로 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은 물론 자식까지 쉽게 버리는 세태가 난무하는 요즘, 다행이랄까 KBS-TV "부모님전 상서"는 그야말로 전통적인 의미의 홈드라마인 것 같다. 자상한 교감선생님을 비롯해 자폐아 아들을 의롭게 키워 가는 여인(김희애)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부모, 자식간의 조건 없는 사랑과 믿음을 따뜻하게 그린 것 같아 모처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고 나이 든 세대가 공감

모쪼록 교감을 중심으로 한 그런 소박한 사연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푸근해지는 가운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건전한 경쟁. 건강한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족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잊혀져가는 전통적인 가족애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수필가>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