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과는 달리 요즘엔 직업도 많다.

지식의 양이 늘고 그 폭이 커가면서 직업 또한 그에 비례해서 다양해지고 특수화해 가는 것 같다.

이 같은 직업은 각기 그 나름의 독특한 역할이 있고 그것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이나 지위, 그리고 일반인의 인식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흔히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쉽게 말은 하지만 직업의 역할이나 인식은 말과는 달리 차별화되어 있다.

더구나 이런 직업 중에 인간을 주 대상으로 하는 직업과 인간 아닌 물체를 그 대상으로 하는 직업 사이에는 분명히 뛰어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이 중 인간을 다루는 직업인 교사, 목사, 의사의 경우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의사의 역할을 보자. 그의 관심은 찾아오는 인간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고객의 환부가 그의 대상이다. 의사는 ‘김 똘똘’ ‘이 순애’ 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그들의 위장병이나 두통을 상대로 하며 고객 역시 자기 전체를 의사에게 맡기기보다 자기의 특정한 환부만을 드러내어 의사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에 비해 목사는 인간을 다루는 직업인이면서도 의사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인간을 대한다. 제도적 뒷받침이 있는 목사이건 그렇지 않은 목사이건 그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정신적 고뇌나 신앙, 종교적인 입장에서 영혼의 구원을 다루면서 인간 총체를 직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신도의 정신적 문제, 개인생활, 가족관계, 사업, 병고 등 그들이 간여치 않는 영역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부류의 극단적 직업에 비해 교사라는 직업은 전인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면에서는 목사와 같은 역할을 요구하는가 하면 또 어떤 면에서는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생각하기에 따라 나쁜 세상, 좋은 세상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고 인식하는가에 따라 세상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아울러 그처럼 훌륭한 의사, 목사, 교사라는 직업인이 있음에도 불구, 이 세상은 여전히 부조화의 세상으로 타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의사는 육신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목사는 방황하는 영혼을 구원하지 못하고 교사는 무조건 돈만 많이 벌고 출세만 하면 성공이라는 잘못된 기계식 교육을 시키고 있다. 아무튼 물질 만능주의, 오직 자신만 성공하고 출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발상의 현대 교육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근본인 인성(人性)이 사라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성품이 기계화되면서 메커니즘의 현상을 초래하는 등 인간이 소외

또한 물질은 풍요로워졌으나 마음이 빈곤해지면서 불안과 회의에 빠져 자기 분열증에 빠져버리기도 하는 망조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 같은 현실 속에서 안타깝게도 인간은 자신의 밖에서 삶을 찾으려 노력하며 지친 듯 주저앉는다. 자신이 찾고 있는 진실 된 삶은 비로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숫한 나날을 방황하고 있다.

우리는 이 땅에 살면서 자신의 일상을 명예와 물질로 채우면 채울수록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지만 현실은 결코 나 혼자만의 기쁨과 성취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가 없다. 명예와 부를 누린다고 해서 성공하고 행복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몇 해 전 비슷한 시기에 이 세상을 떠난 테레사 수녀와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생각난다. 두 분을 두고 누가 더 화려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를 묻는다면

남을 행복하게 하고 그 행복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던 사람과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던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는 불문가지다.

어찌하든 요즘 세상살이가 힘든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회를 탓하고 남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그에 앞서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 이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보면 이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소외된 사람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따뜻한 눈길을 주었다면, 관심을 보였더라면 대구지하철 참사나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옛 말에 하루를 살게 하려면 밥을 주고 평생을 살게 하려면 농사짓는 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교육은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남보다 똑똑하고 뛰어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만을 가르친다. 그러나 정작 이 세상이 멸망하지 않고 밝고 맑은 세상을 지속시키려면 우리 안에 있는 인성을 되찾아주는 아름다움을 마음에 심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물질축복이란 개념을 깨고 공생 공존하는 마음 자세로 아름다운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마땅하다.

사실 이 세상 사람들은 유산을 남긴다. 바라건대 자기만을 생각하며 사는 이기적인 방법보다는 좀 부족해도 남을 먼저 생각해줄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을 유산으로 남기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기술과 요령, 지식을 물려주기보다 그런 유산을 남기면서 우리 좋은 세상 만들고 좋게 사는 마음을 갖고 살아보자.

아울러 다른 세대에게 무엇을 전 할 것인지 선택하는 분별력을 갖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보냈으면 한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수필가)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