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여름에 ‘더위 먹었다’라고 하는 일사병이나 열사병이 많았지만, 요즈음은 문명의 이기인 에어컨의 보급으로 오히려 ‘냉방병’이라는 병 아닌 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에어컨을 쉽게 생각해서 ‘날이 더울 때 시원하게 해주는 기계’ 정도로 이해하고 있으나,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내분비계-면역계-신경계 복합병태를 일으키는 아주 좋은 구실을 하는 ‘병 만드는 기계’의 샘플이 되기도 한다.
에어컨은 한여름의 무더위와 끈적끈적함을 없애기 위해 온도를 낮추는 역할과 습도를 낮추는 두 가지 기능으로 쾌적한 상태를 이끌어 준다. 여름에는 내분비계, 자율신경계, 면역계 등 정상적인 생체의 적응, 보호기능이 작동하여 “더위 먹지 않게” 노력을 하는데, 이 때 오히려 5℃이상의 기온차가 나는 건조한 방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면서 온도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냉방병이라는 부적응 증후군이
이를 하나씩 살펴보면, 첫째, 온도변화에 따라 자율신경계통과 내분비계통이 몸을 적응시켜주는데, 에어컨의 가동으로 실내외의 온도차가 크면 조절능력에 무리가 따르게 되고, 이럴 때 피로, 무기력, 두통, 복통, 오심, 구토, 소화불량, 수족냉, 생리불순, 불면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둘째, 적당한 습도에서는 피부와 호흡기, 점막 등에서 분비물이 나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세척, 살균할 수 있지만 에어컨의 가동으로 습기가 말라서 건조하면 코 막힘, 목 건조, 마른기침, 꺼칠한 피부 등과 함께 면역계통의 기능저하로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이 많을 수 있는데 여름감기 등이 그것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원래 온도변화에 적응도 약하지만, 특히 노출이 많은 옷차림으로 장기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자세로 사무를 보다보면 남자와는 다른 ‘하초의 냉증’이라는 질염이나 방광염 등의 발병이 더 쉽다.
이와 같이 냉방병의 증세는 뚜렷이 한두 가지 증세가 아니며, 인체 여러 기관에서 문제가 생기는 병이기에 여름철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질병과 쉽게 구분이 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냉방병의 증상과 감별할 증상에 대해 하나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여름에 목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냉방병인 경우에는 밀폐된 환경에서 공기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코의 점막에서 점액 분비물이 증발하기 때문에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목이 따끔 따끔거리면서 아프고, 콧물, 기침, 재채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에 열이 심하게 나는 경우에는 단순한 여름감기 뿐만 아니라, 레지오넬라에 의한 감염이나 다른 발열성 질환일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배가 부글거리고 설사하는 경우에도, 고열이 나거나 물 같은 설사를 계속 한다면 장염이나 가성콜레라일 수가 있으므로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여름에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여름철에 덥다고 오히려 차가운 것에 오래 노출되어 병이 생기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얼굴이나 목에 직접 맞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두통이나 현기증은 뇌종양에서 빈혈, 피로상황 등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격렬한 통증이나 어지러움이 오래 간다면 단순히 냉방병으로 여기지 말고 원인 질환이 있는지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여름에 목덜미와 어깨가 뻣뻣하고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불량한 자세로 책상에 많이 앉아 근무하기 때문에 VDT증후군 같이 목과 어깨에 근 골격계 질환이 많은 편이다. 이런 경우에 냉방병에 의해 심해진 것일 수도 있으나, 원인은 척추, 관절에서의 근 골격계 질환일 수도 있다.
냉방병은 주변의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 아니라, 대개 빠른 시간 내에 온도차이가 큰 곳을 왔다 갔다 하여 신체에서 온도차를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 신체부적응 증후군이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찬바람을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하고, 가벼운 긴 옷을 이용하여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외온도와 실내온도 차이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덥다고 창문을 꼬옥 닫거나 냉방손실을 막기 위해 실내를 밀폐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경우 공기가 탁해지기 쉬우므로 2시간마다 한 번씩은 환기를 해야 한다.
1~2주마다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쉬는 시간마다 가벼운 체조나 스트레칭 등을 통해 몸을 움직여 주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냉방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에서는 근무시간 중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여름에 좋은 차로는 기침 감기에 좋은 칡차, 계피차, 생강차를 마시고, 배가 차거나 아픈 경우에는 꿀차가 좋다. 처방으로는 오미자, 맥문동, 인삼 등 세 가지 약재를 섞은 생맥산을 먹는 것이 좋다. 오미자는 내부 장기의 기운을 원활하게하며，맥문동은 체내에 쌓인 불순물을 없애주고, 인삼은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해줘 더위에 대한 몸의 저항력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