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병원 직거래 금지 규정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도매를 통하지 않고 병원에 의약품을 직거래한 제약사들을 적발해 식약청에 통보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은 제약사가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할때는 반드시 도매업소를 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94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도매유통일원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재난구호나 의약품도매업자의 집단 공급 중단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이 규정은 표면상으로는 제약사는 생산을, 도매상은 유통만 전담토록 하자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등 제약사와 의료계간의 검은 커넥션을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 조항 대로라면 관련 규정을 어긴 국내 44개 제약사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1개월간의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규정을 적용받아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는 한 곳도 없다.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한 조항인 셈이다.

문제는 이 조항을 놓고 제약업계와 도매업계, 심지어 정부 부처간에도 이견이 팽배해 사태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조항’이라며 복지부 쪽에 삭제를 권고하고 있다.

제약사들도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기업 자율에 맡길 것을 주장한다.

반면, 도매업계는 관련 규정을 삭제할 경우 유통과정에 검은 거래가 되살아날뿐 아니라 제약기업은 영업 및 판관비 증가, 병원은 별도의 전담인력 배치 등 서로의 부담이 늘 것이라며 이 규정의 존속을 주장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복지부 역시 현행 규정대로 해당제약사들을 처벌해야한다는 기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직거래금지규정이 있다고 해서 리베이트 제공 등 의약품 납품과정의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도매상의 부도, 거래회피, 저가덤핑 낙찰 등 도매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제약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규정은 하루 빨리 폐지돼야 마땅하다.

예컨대, 이런점 때문에 제약기업이 도매업소에 제품 공급을 거절하면 도매업소는 해당 제약사의 다른 제품에 대해 고의로 저가 낙찰받거나 100원짜리를 50원에 납품해 정부측에 약가인하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보복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99병상까지는 직거래를 허용하면서 100병상 이상은 안된다는 단순 논리도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

병원납품에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특혜나 다름없다.

이번 기회에 도매업소들도 제약기업이 믿고 제품 납품을 의뢰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