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백신이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인류 최초로 개발한 백신은 광견병 예방약이었다.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였던 ‘루이스 파스퇴르’는 발효와 부패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1885년 질병이나 부패현상이 특정한 원인균에 의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고 광견병 백신을 개발하게 된다.

백신은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한 20세기 들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질병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1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티푸스 백신은 미군 수천명을 살려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강력한 신경독성을 지닌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지만 1961년 먹는 백신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거의 박멸된 상태이다.

경구용 백신은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다양한 조건에서 배양시켜 병원성을 없앤 생백신이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다시 병원성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1990년대 들어 면역성이 취약한 사람의 체내에 소멸되지 않은 백신이 머물면서 수년에 걸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마침내 병원성을 회복한 경우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소아마비 백신만큼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 복합백신인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MMR(홍역·볼거리·풍진), B형간염백신 등도 인류 과학문명이 잉태한 위대한 발명품이다.

1982년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 MSD가 혈장에서 처음 제조한 B형간염백신은 매년 전세계 수백만명의 몸숨을 B형간염의 위협에서 구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DTaP)에 B형 간염 백신을 섞은 혼합백신이 처음으로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마다 여름만되면 기승을 부리는 일본뇌염백신은 우리에게 특히 익숙한 약물이다.

그동안 국내의 일본뇌염 예방백신은 모두 불활성화 한 사백신이었지만 2002년 한미약품이 일본에서 수입해 온 백신은 생백신이다.

이밖에도 현재 인류가 개발중인 백신의 종류는 수십여종에 이른다.

20세기 들어 인플루엔자가 대 유행하면서 2000만명에 가까운 인명을 앗아 갔고, 의학이 발달한 20세기 후반에도 에볼라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HIV) 같은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아웃브레이크’와 로빈 훅 원작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또 하나의 ‘아웃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최근 그 위력이 약화된 상태지만 1981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HIV는 매년 감염자수를 늘려가며 여전히 위협적 존재가 되고있다.

또 90년대에 들어서는 북한·이라크·러시아·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비롯, 탄저균, 콜레라, 선(腺)페스트 등 생화학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질병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하기도 했다.

무수한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매번 패배를 시인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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