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만이 해결책


-송상호씨와 양돈규씨의 의사도덕성에 관한 논쟁을 읽고-



최근 송씨와 양씨의 논쟁을 읽으며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해 평소의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송씨와 양씨는 나름대로 정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한발짝 물러나 관찰하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협소한 관점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송씨는 보험재정의 확보 방안으로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 축소신고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유독 ‘의사’를 강조하고, 2000년부터 2001년에 수가가 인상된 것만을 언급할 뿐, 이후에 수가가 인하된 것(진찰비와 처방료의 통합을 포함하여)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며, 축소 신고자에 대한 사례를 들 때도 재산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신고금액이 실수입과 다르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만약, 재산이 과거에 축적해놓은 것이고 지금은 수입이 많이 줄어든 경우라면 재산상태에 따라 부과하는 지역 의료보험에서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직장 의료보험료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소득 축소신고는 전문직이건 비전문직이건 개인 사업장에서는 일반화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병의원은 특정 전문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있어 그것을 축

양씨 역시 자신의 직업적 관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송씨의 비판에 대하여 극도로 방어적인 자세만을 보이고 있다. 부정을 저지르는 의사가 전체 의사의 0.1%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아마도 양씨는 그러한 부정을 저지른 적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동료 의사들 역시 자신과 비슷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적 과잉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하여, 혹은 생존을 위하여 절약적인 의료보다는 수요 창출에 힘쓰는 많은 의사들이 있음은 사실이다. 송씨의 지적처럼 의료계가 이런 부분에서 자정노력을 소홀히한 것 역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료계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동료의 허물을 감추는 것에만 최선을 다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국민을 위해 절약적이면서도 질좋은 의료 서비스를할 청사진을 내놔야 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의료는 교육, 국방, 치안과 마찬가지로 공공영역으로 다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의료의 공공성을 오직 보험료 지급 과정에서만 개입하여 얻으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사업자인 의료계와 의료 소비자인 환자, 보험료 징수와 지급자인 정부는 필연적으로 대립관계에 서게 된다.

우리나라는 의료의 대부분을 민간의료가 담당하고(91%), 공공의료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주로 의료 소외지역에 대한 보완적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최소한 60% 이상을 공공의료가 담당하고, 민간의료가 특수한 의료수요에 대해 보완적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 예산 대비 보건의료 부문 예산은 불과 0.2%로 그나마 거의 행정예산에 쓰이고 있는 실정으로, 미국의 20.5%나 대부분 15∼20%의 보건의료 예산 비율을 보이는 OECD 국가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구조조정, 민간위탁, 매각 등의 형태로 공공의료는 더욱 위축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우리 의료의 미래를 상업적 의료체계에 전적으로 넘기는 날이 오리라는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양질의 의료와 절약적 의료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다. 하지만, 시장경제적 경쟁체제로는 한 마리의 토끼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의사’이자 개인기업의 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이윤의 추구’라는 보편적 가치와 유혹을 ‘강인한 윤리관’만으로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고액의 수험료와 길고 고통스러운 수업과 수련, 좋은 자리를 물색하고 자금을 끌어서 위험부담을 안고 개업하는 과정에서 ‘의사’는 점차 ‘최고경영자’로 변신해 간다.

러한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려 하지는 않고 마치 ‘도적들’만 의사가 된다는 식의 비난과 책임 지우기는 ‘사회적 폭력’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냐는 식의 의료계 자기합리화나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식의 책임회피도 의사로서 최소한의 사명감을 저버리는 비겁한 행위다. 이제는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건강권의 실현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민창/춘천연세가정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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