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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맘의 육아일기 - 노산이라는 이름의 공포
2020년 06월 19일 (금) 06:02:58 문윤희 기자 news@pharmstoday.com
30대 후반에 결혼, 40대 중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험난한 육아전쟁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직장 맘이자 고령엄마의 눈물겨운 분투기. 매주 금요일 문윤희 기자의 생생한 체험담으로 찾아옵니다.<편집자 주>

만으로 35세를 넘긴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고령산모'로 분류된다. 고령산모로 분류가 되면 일단 다양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나의 경우 검사를 진행하며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했던 기간은 기형아 검사를 진행하는 임신 5~6개월이었다 

의사로부터 "기형아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를 하는 방법은 3가지 정도가 있다. 당신은 고령 산모 중에서도 더 나이가 많아 고위험산모에 속한다. 일반 검사 보다 더 정확도가 높은 검사를 권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걱정이 몰려왔다.

주변에서 고령산모가 심리적으로 가장 위축되는 순간이 '기형아 검사'를 권유받는 순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먹고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로부터 직접적으로 "기형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산모"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안절부절 못하자 가까운 지인은 "기형아라서 아기를 포기할 게 아닌데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며 용기를 줬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이가 많아서 임신도 힘들었는데 나이가 많아서 아이가 잘못될 가능성 역시 높다고 하니 나는 출산까지 얼마나 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하나 걱정이 밀려왔다.

결국 남편과 나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기형아 분별 확률이 높은 고가의 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기가 어찌됐든 우리는 검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며, 아기를 키울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다음 진료 때까지의 시간이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는 점이다. 이미 일반 검사를 하기로 결정은 내렸지만 머릿속은 온통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하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이가 기형아여도, 난치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해도 내가 태어날 아이의 엄마인 것은 분명했고, 이 아이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내 아이를 바라볼 사회적 편견과 그런 편견에 맞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더 속상한 것은 아이가 이런 환경에서 받을 상처였다.

이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다시 나를 원망하는 단계로 왔다. 남편에게 "연애를 1년만 하고 바로 결혼했으면 이렇게 걱정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남편은 이런 나의 상태를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달리 위로할 방법도 없었다.

나의 걱정은 땅을 파고 저 깊숙한 곳까지 갔다가 반전을 맞았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둘째를 낳았는데 아이는 다운증후군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둘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는 정상아인 형과 잘 어울렸고,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웃었다. 평소에도 적극적이어서 엄마에게 이것저것을 물으며 귀찮게 했고, 엄마가 힘든 기색을 보이면 먼저 다가가 안아주는 아이였다. 아이는 일상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형의 배려에도 자신이 할 일은 끝까지 해내려 했고, 독서도 놀이도 누구보다 열심이어서 엄마를 뿌듯하게 하는 아이였다. 그녀는 글을 통해 "둘째는 사랑"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글을 읽으며 나는 아이가 주는 행복감에 매료됐다. 결국 내 두려움의 원인은 아이의 상태 문제가 아니라 내 생각의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사회적 편견과 싸울 수 없지만, 아이가 받을 상처 역시 막지 못하겠지만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생겼다. 또 아이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바로 잡으니 다음 진료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두 차례 이어진 기형아 검사에서 아이는 정상아 소견을 받았다. 내 걱정이 미안할 정도로 아이는 건강했고, 잘 자리고 있었다. 아이 상태에 대한 고비를 넘기니 떡하니 임신성당뇨 검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필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할 무렵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60kg 중반이었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70kg이 돼 있었다. 의사는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임신했다고 너무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요"라고 했다. 순간 부끄러웠다.

붓기도 이때 시작되서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임신성 당뇨검사를 앞두고 급격히 살이 찌는데다 몸이 붓기까지 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다이어트를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나는 걷기로 했다. 그리고 진행된 임신성 당뇨 검사. 결과는 안정권, 야호! 나는 쾌재를 불렀다.

걱정했던 고비들은 모두 잘 넘기고 있었다. 매달 가야하는 병원 진료일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낳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초고령 산모였지만 동시에 그런 걱정들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행복한 산모로 변신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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