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을 할 만큼 달라진 21대 국회가 지난 달 30일 개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업무까지는 아직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 된다. 177석을 차지했으니 이제는 막가자는 건가? 그야말로 국민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몰락하고 있다. 전운이 감돈다. 예상은 했지만, 우려한대로 여권이 본색을 드러내며 국회 상임위원회 18개를 모두 독점 할 뜻을 내비췄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21대 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간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이번 21대 국회에선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갖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지난 달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총장은 "현재 여야 의석은 절대 과반이고 그간 과반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국회 운영을 위해서 상임위원회를 나눠 가졌던 것"이라며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이 다 가져갈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이어 "절대 과반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지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야당인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이 언급한 11대 7로 상임위원장 비율을 나눴다는 발언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만약 법정시한인 오는 8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표결로 간다면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간다는 의미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원칙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통합당이 과거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1대7로 자기들과 나눌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 이라며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는 전혀 다르다. 국민이 그렇게 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다수의 의석을 성원해준 것이고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거부의 뜻을 밝혔다.

여야는 그동안 의석 비율에 맞춰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가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몫으로 11개, 통합당 몫 7개의 상임위원장 배분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177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점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단초는 177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제공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을 전후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한다며 국회의 주요기능을 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배정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어 미래통합당이 끝까지 두 상임위원장(법제, 예결) 자리를 ‘관행’이라는 구태를 내세워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배정할 수도 있다는 뜻도 피력하며 통합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논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통합당은 최소한 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협조해 달라”고 밝힌바 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77석만큼 책임여당의 역할을 하도록 원 구성을 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촉발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입법과 예산편성을 위한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법상 임기 개시 후 7일인 오는 5일 임시회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 상임위원장 독식을 위한 포석을 까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통합당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의회 민주주의의 파괴이자 행정부를 견제해야할 국회의 책무를 내팽개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이어 관례에 따라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 및 의석비율에 따른 7석의 상임위원장 배분을 요구했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 국회의 18개 상임위원회를 이끌 상임위원장 배정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모든 법안이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거치는 법제사법위원회는 위원장이 국회 운영 전체를 좌우하기도 한다.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야 대치의 핵심인 법사위원장을 통합당이 양보할 경우,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야가 나누는 쪽으로 협상이 풀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법사위원장을 놓고 맞서는 상황이라면 민주당은 177석 '절대 과반' 여당의 지위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민주당의 기준은 다르다. 이번 총선에서 얻은 177석은 ‘단순 과반’이 아니라 '절대 과반'으로 전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절대 과반'은 18개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어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표결할 경우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다 해도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다만 독선을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예결위와 더불어 상임위원장 ‘투 톱’으로 일컬어지는 법사위의 핵심 권한은 ‘체계·자구심사권’이다. 본래 취지는 법안이 다른 법안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자구가 적절한지 등을 심사하라는 것이지만, 때로는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무기로 활용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19대 국회 때는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해당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당시 위원장은 2013년 12월 31일,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해당 권한을 앞세워 붙잡았고, 결국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게 됐다. 또 2015년 5월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이상민 당시 위원장이 가결된 56개 법안에 전자결재를 하지 않아 3개 법안과 2건의 결의안만 처리된 채 본회의가 산회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국민의 과반 이상은 통합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 씨앤 아이’(조원C&I)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사흘간에 걸쳐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의향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 56.0%가 ‘관례대로 하라’고 응답했다.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총선 결과대로 여당 주도 하에 구성하자는 의견과 국회 관례대로 합의해 구성하자는 의견 중 어디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여당 주도로 구성’하자는 응답은 37.2%에 그쳤다.

‘여당 주도로 구성해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이 과반을 넘는 경우는 광주·전라지역 응답자(53.6%)이거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65.6%), 열린민주당 지지층(87.7%), 스스로를 ‘진보’라고 응답한 이들(66.2%)이 전부였다. 연령별 구분에서는 모든 연령에서 과반을 넘지 못했다. 나머지 계층은 ‘관례’를 중시하는 모습이었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가 78.3%로 가장 많았고, 대구·경북(67.4%), 대전·세종·충청(59.1%), 경기·인천(57.0%), 서울(56.8%), 부산·울산·경남(50.1%)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광주·전라지역에서 ‘관례’에 방점을 찍은 이들은 36.2%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는 통합당 지지층의 91.5%가 통합당의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국민의당 지지층은 86.5%, 정의당 지지층은 63.4%가 ‘관례대로 하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은 29.7%, 열린민주당 지지층은 6.9%로 적었다. 기타 정당이라는 응답자의 58.2%, 지지정당이 없다는 이들의 78.6%, 잘 모르겠다는 이들의 74.7%도 통합당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응답자 개인의 정치성향별로도 유사했다. 스스로를 ‘중도’라고 답한 이들 중 67.8%가 관례대로 협의해야한다는데 공감했다.

현재 국회에는 예결위를 포함해 총 18개의 상임위가 있다. 주요 상임위로는 법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심사 등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는 법사위가 있다. 관례적으로는 여당이 청와대와 국회를 관할하는 국회운영위원장을 가져가면, 야당은 법사위원장을 가져가 여당을 견제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 밖에 국회 상임위는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있다. 국회법은 복수의 상임위원을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임위 업무가 많지 않은 운영위, 정보위, 여성 위는 겸임 상임위로 운영된다. 예결위도 사실상 겸임 상임위다.

“국민이 그렇게 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다수의 의석을 성원해준 것이고,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거부의 뜻을 밝힌 집권 여당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관례대로 하자’는 소리도 경청했으면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재앙(災殃)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물(水)과 같은 국민의 마음은 멈춰있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자만’은 스스로 ‘자멸’을 ‘자초’할 뿐이다. 과거 ‘열린당’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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