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독경(牛耳讀經) 소에 경 읽기'란 뜻인데,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줘봤자 ‘도통 이해하지를 못한다.’는 말이다. 어떤 말을 해줘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마이동풍(馬耳東風)도 비슷하지만, 암튼 안타깝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집권 여당의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눈만 뜨면, 윤미향 당선자의 불법과 위선이 양파를 까듯 한 겹, 한 겹 벗겨지는데도, 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권에서는 생뚱맞게도 ‘친일세력 발악’(?)이라고 되받아치며, 윤 당선인을 감싸고 있다.

통합당의 허실덕분에 총선에서 어부지리로 압승, 행정·사법·입법 3부에이어 제4부라는 언론, 특히 관변 언론까지 장악한 문 정권이 제5부로도 불리는 NGO에 대한 영향력까지도 행사하려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이런 오만함의 자신감 때문인지 여권에서는 ‘내로남불’ 차원을 뛰어넘는 몇 가지 위험한 경향이 엿보인다.

속단 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부분이 그렇게 비춰진다. 첫째, 양심은 중요하지 않다. 양심 세력인 것처럼 비치기만 하면 된다. 1980년대 운동권에서는 ‘네차예프의 교리문답’처럼 목적 실현을 위해 인륜과 도덕도 버려야 한다는 흐름도 있었다.

둘째, 명분과 개념을 선점하면 끝이다. 진정성 있는 노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입으로만 떠드는 정의, 공정, 평등, 생명, 기억, 평화, 인권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교육, 평등을 앞세워 수월성 교육 기회를 없애면서, 자신의 자녀들에겐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준다. 북한 정은이의 평화와 인권은 외치면서도 아니러니 하게, 북한 핵무기와 북한 주민 인권은 나 몰라라 내팽개친다.

셋째, 다음 세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오직 장기집권만 중요하다. 미래 세대에 빚으로 떠넘기는 줄 알면서도, 재정지원금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국채 발행을 독려하고 있다. 최대 피해 계층으로부터 최대 지지를 받는 아이러니는 야당 무능의 덕분이라 생각된다.

넷째, 국익보다 지지층이 우선이다. 탈 원전은 세계적 미스터리다. 경쟁력이 초일류이고, 시장도 확대일로다. 또한 한국형 원전(APR 1400)에서는 스리마일·체르노빌·후쿠시마 같은 사고나 방사능 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지지층만 챙기는 것 말고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탈핵 운동가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감상을 한 영화 ‘기생충’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위선적 인 삶을 살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어 부끄러운 줄도 알고, 자신을 감추며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생물학적으로도 기생충은 비열하지만 탐욕스럽진 않다. 숙주가 잘 살아야 기생충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 ‘윤미향’ 같은 경우는 훨씬 나쁘다. 잘못이 드러나는데도 뻗대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을 궤변과 힘으로 굴복시키려드는 게 똑같다. 마치 뒷골목에서 힘없는 사람을 이용하거나 협박해 뜯어먹는 ‘양아치’와 같다.

탁월한 ‘선전선동 술’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파시즘의 특징이다. 초대형 현수막과 야간 촛불행진은 아돌프 히틀러와 요제프 괴벨스의 발명품이다. 장기 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독일의 비밀경찰 같은 공수처를 설치, 정적들을 궤멸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민중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려 한다. 아무리 지적을 해도 ‘소에 경 읽기’다. 시민 참여와 기부로 운영되는 시민단체(NGO)의 도덕성과 투명성은 생명과 같다. 이는 사기꾼이 아니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도 모금도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존립 근거를 허무는 온갖 불법과 위선이 들통 나고 있는데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윤 당선인은 너무도 당당하고 뻔뻔스럽기만 하다. 윤 당선인은 사죄는커녕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했다. 왜 뜬금없이 조국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일까. 윤 당선자가 말하는 조국은 누구인가. 지난 한 해 이 나라를 두 동강으로 만들어 분열(광화문. 서초동)을 조장한 장본인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며 그를 놓아주자고 했고, 조국과 관련, 형사범죄 피의자이기도 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의 통화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을 당부까지 했다. 소름끼친다. 어찌하다 이 나라가 조국 부부와 윤미향 당선인 같은 부류가 설쳐대는 세상이 되었는지? ‘그 나물에 그 밥’ 유유상종이다. 정치 이념이나 정책 차이 이전에 ‘인간의 조건’부터 의심케 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이틀 동안 정의연과 정대협(정의연의 전신)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윤 당선자의 개인 계좌 추적 절차에 착수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인권침해. 검찰수사로)황당하고 당황스럽다" 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검찰 수사로 윤 당선자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본격적인 반격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검찰 수사는 오랜 기간 이 단체의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임기가 곧 시작하는 점을 고려해,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하는 오는 30일 이전에 윤 당선자에 대한 수사 향방을 결정하기 위해 수사 결정 엿새 만에 압수 수색에 들어갔고, 고발인 조사 없이 바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국회의원 임기가 30일 시작되면 검찰 조사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不)체포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연이 검찰의 정당한 압수수색에는 인권 운운하면서, 정작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권침해는 나 몰라라 하는데, 도대체 정의연과 여당 지도부가 말하는 인권의 기준이 뭔가 묻고 싶다.

정의연이 2013년 경기도 안성에 조성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둘러싸고도 의혹이 줄을 이었다. 정의연은 정대협 시절이던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 공동모금 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10억 원으로 안성에 있는 7억5천만 원짜리 주택을 매입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 지역 시세를 고려하면 7억5천만원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대협 대표였던 윤 당선인의 남편 김 모 씨와 친분이 있는 여권 인사(21대국회의원 당선자)가 건물 매입에 일부 관여한 정황도 드러나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의연은 애초 단체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단독주택을 구해 쉼터를 조성할 생각이었으나 기부금 10억원으로는 적당한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쉼터 조성이 추진되던 2012년 이미 명성교회로부터 마포구 쉼터를 무상 임대받아 할머니들의 거처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도 새삼 드러나 '굳이 거액을 들여 안성 쉼터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 2주가 흘렀지만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전직 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향한 의혹은 풀리기는커녕 매일 곁가지를 쳐가고 있다. 이외에도 윤 당선인은 2018년 안점순 할머니, 2019년 김복동 할머니 별세 당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본인 명의 계좌를 올려 장례비용을 모금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유럽 캠페인 비용도 같은 방식으로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인 입출금이 뒤섞이는 개인계좌는 법인계좌만큼 엄격히 관리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1천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으려면 모집 전 행정관청 등록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기부금 유용 의혹 등 해소 차원에서 당시 모금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윤 당선인은 개인계좌로 받은 조의금 또는 후원금 내역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회계공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확보 과정 등 정의연 활동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검찰 수사로 의혹의 실체가 가려지게 됐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가 오늘(25일) 대구에서 추가로 열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에 대한 자신의 뜻을 정확히 밝힐 예정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해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성금·기금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수요시위를 그만둬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이날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뒤흔드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 줄 수 있도록 윤 당선자를 감싸기보다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민중은 바닷물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소수의 커다란 목소리만 듣지 말라. 4.15 총선 승리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대선이 눈앞에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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