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면서 이 나라가 더욱 더 혼란스럽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 논 자유 대한민국이 과연 존속될지가 염려스럽다. 북한에 우호적인(?)문 정권이 어떻게 할지가 의문시 된다.

총선 직후 여당이 압승한 것이 당연하다며 이제는 검찰개혁을 할 때라고 환호하는 한 지우를 보면서 그런 걱정이 앞선다. 황당한 것은 자신은 여당을 찍기는 했지만 이렇게 까지 압승을 거둘 줄은 몰랐다며, 이제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조국의 가정을 파탄시킨 윤석열을 구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보 전진을 위해 일 보 후퇴’라는 마음으로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진보에 표를 던졌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몰표가 나와 개헌을 빼곤 다 할 수 있는 ‘절대국회’가 되었다.”고 놀래기까지 했다.

시끌벅적했던 4.15 총선이 끝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은 언제 난장판 선거가 있었느냐는 듯 떠들썩했던 정치판의 일을 벌써 다 잊어버리고 일상의 삶 속에서 코로나19를 견디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어쩜 신(神)은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인간에게 ‘망각’(忘却)이라는 귀한 선물을 준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인간의 기억은 참 짧기만 하다. 그래서 역사와 유행은 수레바퀴처럼 늘 반복되는 것 같다.

이번 4.15총선에서 여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된 친 여권 당선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자신감 때문일까. 일반시민들의 언어 습관을 뛰어넘는 비아냥거림과 듣기에도 거북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자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도록 갚아주겠다.” 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 겁박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의 심판은 이미 이뤄졌다.”는 최 당선자의 주장처럼 이들이 총선 승리가 사법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윤 총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김용민 민주당)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황운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마자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내 편 안든 검찰부터 손을 보겠다.”는 협박으로 시작한 범여권의 식상한 상상력은 정말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나라’에서 ‘세상이 바뀐 줄 모르고 날뛰는’ 그들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법적 심사의 대상을 ‘정치적 아전인수식’으로 해석 하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모습에서 벌써부터 21대 국회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범법행위를 수사하는 검찰을 ‘쿠데타 세력’ ‘반개혁세력’으로 규정하고 검찰개혁의 논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또 전직 검찰총장 2명을 고발하기도 한 모 여 부장검사 역시 공수처가 신설되면 윤석열 총장이 첫 수사 대상이라고 광분해서 떠든다. 공수처 설립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특정인을 처단하기 위한 보복기관으로 비춰진다. 지난 한 해는 조국 가족으로 인한 사건으로 온 나라를 흙탕물로 오염시켰고, 대통령의 관심에 이 나라가 이분화 되어 광화문, 서초동에서 싸움질도 하지 않았는가.

벌써부터 법조계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감지되고 있는 게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4.15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 몸을 한껏 낮췄던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 당 대표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 총리제를 적용하는 개헌론(송영길)을 ‘화두’로 꺼내놓았고, 문 의장은 개헌안을 20대 국회에서 결론지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류교체(?), 이인영의 사회적 패권교체(?), 추미애의 토지국유화에 이어 이용선 당선자가 ‘토지공개념’ 도입 강조해도 국민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임제, 토지공개념 도입은 이미 지난 2018년 청와대 개헌안에 담겨졌던 내용이다. 그 당시 야당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사법부,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한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거대한 권력을 움켜쥐게 된 여권으로선 마음만 먹으면 못할게 없다. 국회 청문회도 맘먹은 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권은 180석 슈퍼 여당의 탄생이 국민의 지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착각에 빠져 오만하면 국민은 반드시 이를 심판 할 것이다. 정당투표율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가장 높은 투표율( 33.84%)을 보인 점을 봐도 우리 국민이 보수에 대해 마음마저 접은 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해 의석 비(60 : 34.3)가 한쪽으로 치우치긴 했지만, 실제 보수 야당 지지 세력은 7 : 6 정도로 높다. 그러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도록 갚아주겠다.” 고 날 뛸 필요도 없고 “니들끼리 잘해봐라 이 나라를 떠나야겠다.” 냉소나 한탄만 할 일도 아니다.

자유대한민국이 더욱 더 불안하고 우려되는 것은 오는 7월로 예상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출범이다. 공수처의 초대 처장이 누가 되느냐가 관심사다. 최근까지 공수처 초대처장에 여성 법조인으로 두 명의 판사 출신과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바 있는 이 모 변호사가 거론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 모두가 진보성향의 인사로서 문 대통령의 사람들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물론 7명으로 구성돼있는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중 6명 동의를 얻어 복수의 후보를 대통령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되는 건 맞다.

그러나 그렇게 임명된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눈치를 안보고 소신 것 직무를 수행 할지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수십 년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게 하는데 실패해왔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는 공수처 설치에 앞서 문 정부는 기존 검찰을 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으로 만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중심제국가다. 권력기관들은 본질적으로 청와대를 바라본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검찰 하나만 가지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양손에 검찰과 공수처를 들고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검찰청 내에 한 특수부서로 설치하면 되는데, 유독 대통령 직속으로 만드는 것은 자칫 대통령 권한을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내비쳐질 수도 있다. 97년 김대중대통령이 공수처법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야당인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대표도 공수처법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성격과 구조는 동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대통령 집중 형 권력구조를 갖추고 있어 높은 곳에서 지시를 할 경우 검찰 또는 경찰은 제대로 기소나 수사를 소신껏 할 수 없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다 보니 자칫, 권력의 충견(忠犬)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고, 또 현재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검찰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한편으로는 여권이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떠돌고 있다. 앞으로 21대 국회에서는 공수처장 임명, 사법부와 검찰개혁 관련 법안 등 많은 난제가 놓여있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4+1이라는 괴이한 행태의 법안 통과 방식에 많은 국민이 우려를 표시 한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영국의 역사가 액튼 경의 말이 제 21대 국회에서는 틀린 말이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본다.

문 대통령과 여권을 바라보면서 “짐(朕)이 곧 국가”라고 했던 어느 왕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름 그대로 풀이 하자면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 잠깐 머물다 가는 정류장 같은 자리다. 그 개인과 자리를 구분 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민주정치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아나운서 출신이나 청와대 출신이나, 법조인이 아니면 국회의원감이 그리도 없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21대 국회에서 협치의 정치 문화는 과연 가능할까? 여권은 이해찬 당 대표가 언급했던 과거 17대 총선 때152석을 확보하고도 열린우리당이 승리의 자만과 오만에서 강경한 정국 운영으로 민심을 이탈하면서 참패를 당하고 폐족을 자처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원한 승자도 없지만 영원한 패자도 없다.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처럼 불행한 대통령으로 막을 내리면서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