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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의 정치인을 위한 정치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2020년 04월 23일 (목) 10:01:54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4.15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례 없는 압도적 승리(180석 확보)를 거뒀다. 지역구만으로 과반을 휩쓸어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법안처리를 의해 필요한 의석을 확보했다. 헌법 개정을 제외한 입법 활동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등 대부분 권한을 자유롭게 처리 행사 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의 압승으로 4연승하는 신기록도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지난 3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 경직되게 추진된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청와대 정부’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 독주가 계속 되었으며 코드 인사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지수와 청와대 인식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다. 청와대는 비판이나 쓴 소리를 ‘정권 흔들기 용 발목 잡기’로 규정하고 귀를 닫고 외면했다. 여당의 지금 같은 일방적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국난 극복 프레임이 먹히고, 오히려 야당 실책이 부각되면서 현 정부의 실책이 덮어졌다는 ‘설’(說)도 일리가 있다. 여권이 행정. 사법. 지방 권력에 이어 국회 권력마저 장악하면서 무소불위 독주가 가능해진 지금 문 정부와 여당은 진짜 국정 운영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승리를 과거식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고 다수의 힘을 내세워 과시하려 한다면 언제든지 민심의 저항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해찬 당 대표가 “과거 열린우리당의 아픈 상처를 번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한 말을 명심해 들어야 한다.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단독 과반의석을 얻어 환호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리한 입법 시도와 당내 계파 싸움으로 자멸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로 정권이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었다. ‘정치’라는 추상적 개념은 멀고 ‘정치인’이라는 구체적 개인은 가깝다. 정치라는 과정은 보이지 않지만 정치인들의 쇠락과 너절함만큼 눈에 띄고 욕하기 쉬운 대상은 없는 것 같다.

정부 수립 후 반세기를 훨씬 넘은 지금, 우리는 정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을 보며, 정치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의 행위를 갖고 평가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정치사(史)를 보면 정치적 거인(巨人)들의 눈부신 영광과 처절한 추락이 명멸한 역사를 이어왔다. 박정희가 있었고, 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있었고, 거슬러 올라가면 이승만도 있었다. 그 시대 어떤 정치를 했느냐 보다 어떤 정치인을 닮아 그의 정치를 계승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죽은 정치인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집권당에 따라 역사적, 학술적 재해석이 테러와 독재의 대상으로 바뀌기도 하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미래의 새 정치를 제시하기보다는 그분들의 구(舊)정치 성향을 내세우며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람의 정치(politics of personality)는 과거의 거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도 그런 성향이다. ‘사람’(人間)을 내세우는 문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라는 말을 쓸 때 우리는 대통령의 개인 인격이 정부의 모든 기구와 관료제 최 말단까지 구석구석 녹아들어가 있는 모습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과거 왕권시대처럼 한 개인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옹호나 공격도 매우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곧 대통령(문재인)을 비판 하는 것과 같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정권심판과 같은 일로 생각한다. 똑같은 논리로 조국의 개인적 흠결을 찾는 일은 정부와 법무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동일시하며, 윤석열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검찰을 비판하는 것과 똑같다.

그럼에도 사람인 정치인을 추종하는 부류들은 자기 최면에 깊이 빠져 억지 논리를 펴면서도 당당하다. 우려한대로 여당이 압승하면서 ‘여당이 대승을 거두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호 수사대상으로 삼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이 현실로 다가왔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울산시장 선거 등 각종 정치적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국민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최대의 관심사다. 4.15 총선은 사법부에게도 중간 심판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이 정부 출범 넉 달 뒤 인 2017년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평가로 규정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하며 구체제 주류 법관들에 대한 좌천 성 인사를 했다는 법조계의 평가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대신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성향의 판사들을 핵심보직에 앉히는 속칭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인사 때 고법 부장급 판사들을 비롯해 50명 이상의 판사들이 전례에도 없는 집단적으로 사표를 내면서 법원이 정치판으로 변질되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청와데 출신 17명,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를 사법농단 세력으로 규정 했던 판사 출신들이 국회에 입성, 정치적으로 친정부 성향의 법관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총선 결과가 법원이 진행하고 있는 각종 정치적 사건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조국 부부의 비리 사건을 비롯,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지사. 벌금형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의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것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다. 재판부가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배경에는 유죄 판결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의식, 법원이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분분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부 들어서면서 여론이라는 이유로 재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공정해야 할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한 정치인에 휘둘렸다는 항간의 소리가 설득력을 갖게 된다. 더구나 공직자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조국사수에 열을 올리던 최강욱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바뀌었다. 예측 건데 이들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검찰 추가 수사에도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과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간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윤 총장이 사퇴압박으로 옷을 벗는 상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공수처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불가능에 가깝다. 현 정부가 그렇게 우둔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현 정부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고 그런 시도를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괜한 분란을 만들어 정치적, 사회적 논쟁거리를 제공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여당과 문 정권지지 세력들과 사법부가 ‘이니’ 가하는 일은 이유 달지 말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보다 정치인을 맹종하며 따르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 예로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린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후 이뤄진 여권의 ‘고사 작전’으로 윤 총장의 입지가 상당히 위축된 것만은 사실이다. 여권이 바라는 대로 21대 국회가 윤 총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 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공수처 초대 처장은 역사적으로 명예로운 자리이자 역사에 그의 치적이 기록될 것이다.

바보가 아닌 담에 이런 가치를 정치적으로 거센 논란이 일 사건과 맞바꾸겠는가. 공수처의 수사 설은 현재로선 몇몇 사람이 지지세력 결집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최순실 사태가 박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면 문재인 시절에는 조국 대란이 문 정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조국도 문제였지만 조국 대란에 청와대와 여당이 깊숙이 관여했던 태도가 더 큰 문제였다. 나라를 둘로 쪼개놓은 조국 논란, 이번 소란은 대통령이 불을 붙이고, 기름까지 끼얹으면서 양분화 된 국민들의 분열을 마치 로마의 내로 황제처럼 즐긴 것 같다.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이번 정부 들어서 한층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말한 때다. 조국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조국을 놓아달라고 하지 말고, 사법부에 조국을 비롯한 울산 선거개입 사건 등 각종 정치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라’고 지시를 해야 한다. 망설이면 그만큼 국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2년 후엔 대선이다. 단 한 사람의 정치인을 위한 정치는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과거를 보더라도 권력이란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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