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예언(?)이 적중하면서 먹구름이 감도는 느낌이 든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국민 다수가 ‘정권 견제’보다 ‘국정 안정’을 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과반을 넘게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변화에는 대통령 지지율 편승효과가 여당 지지로 이어 졌다고 볼 수 있다. 민심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표심보다는 지금 코로나19 국면에서 치솟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국민들이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또 해외언론들이 코로나 방역에 대해 잇따라 호평하는 보도를 통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한 것도 한 몫을 담당했다.

 
특히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임기 2년 반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논리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준 것 같다. 반면 정부 .여당의 독주와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당의 호소는 국정 안정론에 묻혀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통합당의 해묵은 선거 전략이 민주. 통합 간 격차를 벌인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나름 ‘정권 심판’에서 ‘견제’로 수이를 낮췄지만 대응책 미비로 유권자인 국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 야권의 치명적 오류는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쏠려 있는데 ‘정권 심판’이라는 오래 된 부정 공세를 펼친 것이 오히려 악제로 됐다. 특히 지난해 말 신속처리안건 (패스트트랙)국면을 비롯해 20대 국회 내내 지나치게 정부, 여당의 발목 잡기에 치중한 것으로 비춰진 것 또한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은 한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통합당은 탄핵과정에서 갈라섰던 정치 세력을 뭉치기만 했을 뿐, 새로운 비전이나, 자기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천 과정에서도 논란이 되면서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는 충격적 결과를 가져 왔다. 대다수의 국민은 민주당의 꼴을 싫어하면서도, 미지근하고 분열만 조성하는 통합당 역시 대안으로 여길 수도 없었기에 차악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은커녕 현실에 안주하는 무능과 무기력을 보이면서 대안 정당, 수권정당으로서의 기대를 저버려 많은 지지 국민들에게조차 실망을 시켰다. 공청 막바지에는 극심한 분열로 제 살 깎아 먹으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가 대립하는 등 공천을 둘러싸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당명은 자유한국당에서 미래 통합당으로 바꿨지만, 실제 이들의 마음가짐과 행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0대 총선(2016년), 대선(2017년), 지방선거(2018년)참패에 이어 4연속 참패라는 충격적인 낙제 점수를 받았다. 이번 총선은 보수 세력에 뼈를 깎는 혁신이 절실하다는 시대적 과제도 부여 했다.
 
찍고 돌아서면 바로 욕하는 게 우리 선거 풍토다 원하는 후보가 없어도 ‘차악’을 고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안 뽑을 순 없고, 그렇다고 뽑고 싶은 후보자도 없지만, 투표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투표지엔 그렇고 그런 정치인밖에 없으니 다른 결정을 할 방법이 없다. 이런 유권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한 투표가 되다보니 정치가 바뀔 일도, 바뀔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 정치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열에 하나가 채 안 된다는 정부 조사기관에서의 조사 결과도 있다. 결과가 어찌되던 21대 총선은 끝났고 승자와 패자도 결정 났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안타까움에 가슴을 칠 것이다.
 
표를 향해 사투를 벌이던 이들은 이제 금배지를 달며, 여의도에 입성하고, 또 한 부류는 아쉬운 마음으로 각자 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 패자는 할 말이 없지만,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요상한 선거였다는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거철에 흔히 듣는 정책이나 선거이슈도 없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선거운동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상황의 위중함 때문인지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선거 이슈를 삼켜버렸고 심판론도 잠재웠다. 정당과 정책 후보자 모두 실종됐다. 조주빈과 n본방 사건도 영향을 줬다. 역대 급 졸속 창당에 패거리 공천, 공약 베끼기, 의원 꿔주기, 비례위성 정당 창당.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고 숫자 늘리기’ 경쟁을 했다.
 
더구나 국민은 알 필요도 없다는 정의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유권자들이 최다 우편물과 최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이는 괴변이 생겼다.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번 총선은 소규모 국지전이 여기저기서 벌어진 것도 특징의 하나다. 온갖 막말의 난무, 각 당과 진영이 보여준 특이한 내전 양상, 과거에서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제껏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의 사태’가 등장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겨냥한 사살’이다. 상당수 친 여권, 후보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킴이를 자처하며 윤 총장 죽이기에 나섰다. 장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쏟아진다싶었는데, 총선이 끝나고 승리하면 7월에 설치되는 공수처에서 첫 번째 행사로 윤 총장을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협박하는 세상을 경험도 했다.
 
그동안도 문 정권 집권 내내 ‘척폐’를 내세워 정적(?)을 제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데, 그것도 부족해 또 힘 있는 정권을 이용, 사화(死火)를 일으키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한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부와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고 판단, 자신들이 일 잘 한다고 임명한 총장을 불의라 몰아붙이고, 급기야는 범죄자 취급을 하며 처단하려고 한다. 이런 언행과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뻔뻔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바로 자신들만이 가장 정의롭고, 가장 애국적이라고 믿는 ‘독점 의식’과 ‘이니 일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맹종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번 총선의 결과로 4년만의 여대야소(與大野小)구도로 바뀌었다. 과거 교섭단체인 제1야당을 배제하고 ‘4+1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 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를 구성, 간신히 선거법. 예산, 공수처법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처리했던 민주당으로선 양 날개를 단 격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시민당까지 과반을 넘어 사법개혁, 대북정책, 탈 원전, 등 개혁 법안들을 야당 협조 없이도 처리 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친북인사와 청와대출신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국무총리, 대법관 등 국회인준을 거치는 인사도 거침없이 청와대 뜻대로 통과시키는 게 가능 해졌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울산 선거와 조국 사태와 관련 현재 기소된 상태의 인물들이 당선되었는데, 사감(私憾)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면서 보복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 결과로 집권당이 사법. 입법, 행정을 모두 독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견제 기능이 약화 될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당장 울산 부정 선거비리와 조국. 정경심 비리, 김경수, 이재명 재판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될지가 의문시 된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뿐만 아니라 기소 여부도 걱정된다. 누가 뭐라 해도 집권여당의 압승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거짓이 난무했지만, 이를 심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야당의 잘못과 전략부재의 책임도 크다. 야당은 이제라도 광주사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발언을 했으면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광주사태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너무 민감한 것 같아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하다. 생뚱맞게 유래 없는 비례연등제를 만들고 조국 수호를 거들며 국민을 혼란 속에 빠트렸던 정의당도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당에 손을 들어준 민심을 겸허히 받아드려, 자만과 오만함을 보여선 안 된다. 이미 집권 하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이제는 ‘적폐청산’ 끝내고 민생 경제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바라기는 민심을 두려워하면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다듬어 정의와 공의가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가 되어 일방적 독주보다는 야당을 파트너로 삼아 통합과 협치를 실천하는 자세가 되기를 바란다. 유권자의 마음은 강물과 같아서 멈춰있지 않고 항상 흐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과는 달리 점점 더 진영 세력으로 가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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