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구한 날과 구하지 못한 날의 마음상태, 왜 이리도 천지 차이가 되는지?
몇 푼 가지도 않는 헝겊조각에 불과한 마스크 한 장이 한 사람, 한 가정의 일상(日常)을 안도와 불안 사이로 갈라놓을 줄이야, 문 대통령의 말이 씨가 되는 가, 경기 위축 장기화로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 같다.
마스크 두 장을 구입하는 날은 아무 일도 못한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와 추위 속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두 장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에 매진이 되면 마스크 한 장도 살 수가 없다. 몇 시간을 추위에 떨며 기다렸는데,

 
약사에게 하루 공급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250개라고 했다. 순식간에 매진이 된다고 했다. 요일 제를 실시하면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게 현실이고, 현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이다. 오히려 줄을 서있는 동안 감염이 될까 두렵다고 사람들은 걱정한다. 코로나 19가 끼치고 있는 태풍은 인간들을 가능하면 갈라놓고, 끊어놓고, 흩어지고, 홀로 있게 하고, 학교와 직장과 종교와 이동도 모두 단절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조직 안의 사람들조차 직접대면을 꺼리게 하고 있다. 비(非)대면 강의, 설교, 배달, 비접촉, 소통,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고 있다. 인간과는 더욱 멀어지고 기계와는 더욱 가까워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계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세계와, 나라와, 일터와 한 사람의 삶이 ‘자가 격리’ 된 기분이다.
 
지구촌 시대에 어떤 나라, 어떤 도시, 어떤 사람들은 쇠창살처럼, 막힌 공간에 격리되어 갇혀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막힌 현실이 되어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인 바이러스 하나에도 휘청대는 인류 문명, 그리고 우려되는 것은 ‘인간 성정’이다. 코로나 19이후, 인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만 하다니, 2020년대 새로운 10년을 희망차게 시작 한지 두 달 만에 세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코로나 19 팬데믹’공포에 휩싸여 떨고 있다.
 
미국이 지난 토요일 국가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유럽 발 입국금지가 발령되고, 뉴욕증시 폭락이 이어진 직후 내린 결단이었다. 확진자 1,700명에 사망자 41명이 나온 시점이다. 한국에 비하면 초입단계에서 초강수 극약을 처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강 정책 군단을 보유한 백악관의 용단이 이렇다면 대(大)공항에 버금가는 불길한 암운(暗雲)을 일찍 알아차린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 이 국제적 난국에 존재감이 전혀 없는 청와대 정책 팀, 자화자찬해대는 대통령과 장. 차관, 거기에 생명줄에 혈안이 된 정치권, 물론 한국의 방역모델을 해외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자화자찬 할 때가 아니다.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위기의 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공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알았으면 한다. 오히려 많은 국민들은 현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반백’의 여윈 모습을 더 걱정한다.
 
대구, 경북사례에서 보듯 언제, 어떤 형태로 바이러스의 습격을 당할지 모른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모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촘촘한 방역대책과, 전 국민의 성실한 부응만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 50일 넘게 겪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로 경제와 사회 전반이 멈춰버렸지만, 정치는 활발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으로 방역에 대한 정치적 간여도 심한 편이다. 정치인들이 누적되고 있는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은 뒷전이고, 오직 표에만 관심을 갖고, 서로를 물고 뜯으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이 때 아니게 지역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은 뿌듯하기보다 역겨움을 느낀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무력, 무능 연합군’이 펼칠 난장 드라마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뜨겁고 홧병이 도지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명대로 못살 것 같다고, 넋두리를 한다. 정책역량이 이렇게 바닥인 정권, 현장 감각 제로인 정권은 건국 이래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전문가불신, 기업불신 풍조는 여전히 버리지 못해서 화선(火線)마저 예상 못해 마스크 한 장 제대로 공급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조업 강국에서 마스크 대란이라니, 분배 정의라더니, 고작 마스크 분배도 못하는 무력한 정부가 되었다. 한마디로 현장을 모르는 의사(疑似)공익주의자들이라 할 수 있다.
 
상인들이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문대통령을 향해 '살려 달라.'고 외치는데, 대통령은 '잘 나가는 경제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조금 주저앉았다'고 국민의 염장을 질렀고, 신촌 식당을 방문한 정세균 총리는 '손님이 적으니 편안하시겠다.'며 엉뚱한 추임새까지 넣었다. 보좌하는 근신들이 대통령을 속였는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다면, 무능한 지도자다. 중국 전국시대 제(濟)나라의 재상 ‘추기’는 위왕(威王)에게 “군주가 듣는 말 중에 불공정하고, 비 객관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 며 “부인은 사랑해서, 신하는 두려워해서, 백성은 바라는 게 있어서, 군주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직언했다.
 
코로나 19 사태의 와중에도 대통령 등의 현실 인식과 판단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발 입국을 초기에 막지 않았던 점이나 때를 놓친 마스크 수출 금지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메시지가 정제되지 않은데다가 긍정과 부정이 수시로 엇갈려 혼란스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수의 직언이 다수의 의견의 장벽을 뚫지 못한 결과일까. 아니 근본적으로 청와대와 여당 내 제대로 된 ‘내부 야당’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민의 심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나는 마스크를 일주일 째 쓰는 데 아무 이상 없다.”(이해찬대표)“마스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료진들이 더 갖고 싶어 하는 것.”(박능후 장관).이런 말을 듣는 국민들은 복장이 터진다. 이런 땐 뭐라 말해야 할까. 참 한심하다. 정부부처에 포진한 공무원 군단은 무엇을 하며 혈세를 축내는지, 국책연구소 수천 명의 박사들을 두고도 탁상공론 기안(起案)만 만들고 있으니, 지도자의 실책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혼란도 결국은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한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어쩌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 혼란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기업의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거리가 한산해지며 유령의 도시가 되고 있다. 이미 가게 운영을 포기한 자영업자들이 나오고 있고, 몇몇 종사자들은 해고 됐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지금 어디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금처럼 소비 침체가 계속된다면 유통, 여행 관련 대기업도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의학적 사망(medical death)만 심각한 게 아니다. 경제적 사망 (economic death)이 시작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전직 부총리는 “의학적 사망은 물론 심각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경제적 중상을 입거나 사망 상태에 이르는 이들은 병으로 죽은 이들보다 더 많을 것이다. 수십만 명이 벼랑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돌이킬 수 없이 타격을 입은 이들은 지혈이나 응급조치만으로 되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불어 닥친 불행한 상황들을 이겨내는 건 정말 어렵지만, 그걸 극복한다면, 분명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아침이 언제 올까 싶지만, 밤이 깊을수록 여명(黎明)은 밝아오기 마련이다. 남은 2년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 망가져도 아랑곳 않는 막무가내 정권을 징벌하는 방법은 단 하나. 선거(選擧)로 국민이 심판(審判)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