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에 걸쳐 대규모 검찰학살인사를 자행하며, 조직 개편을 통한 사실상 수사 방해, 기소 대상 축소 지시에 이어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공소장 공개까지 거부하는 등 상식이하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추 장관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5월부터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 공소사실을 공개해오던 법무행정을 느닷없이 공소장 공개는 ‘잘못된 관행’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평가절하 했다. 또 “관행일지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면 과감하게 고쳐 나가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울산시 선거 부정에 연루된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는 논조다.

검찰의 기소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오히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국가가 개인이나 법인을 처벌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게 기소다. 정부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관계자 외, 국민은 누가 왜 무슨 일로 재판을 받는지 모른다. 또 수사와 기소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지적에 대해 “참 심각하다. 단순히 알 권리보다 조금 이따 알아도 될 권리가 있을 것 같다”라는 궤변을 늘어놓기까지 했다.(조금 이따는 총선 이후? 그리고 비천한 국민은 천천히 알아도 된다?)
공소장 공개를 국회법에 넣어 명문화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져 15년 이상 계속됐던 확립된 관행이다. ‘깜깜이 수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국회법 제 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 4조는 군사. 외교. 대북관계의 국가 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 할 경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명백한 사항에 한해 행정부 자료 제출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국의 공소장도 예외 없이 공개된바 있다. 그런데 유독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연루된 부정선거 의혹사건의 공소장만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예외를 만드는 것이고,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추 장관은 일본. 미국 등을 예외로 들었지만 미국 등 외국에서도 국민적 관심사인 중요 사건은 판결 확정 전이라도 공소장을 공개하거나 그 진상을 상세히 알리는 것이 일방적 관례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추 장관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정계일각에서는 국회를 통한 법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추 장관이 의도적으로 저항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판사 출신인 추 장관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불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료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대다수의 국민들은 추 장관의 이 같은 상식이하의 결정 배경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고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추 장관이 이런 무리수를 둘까. 조국 사태 때문인가, 대통령 측근들이 상당하게 연루된 유재수 사건 때문일까. 아니다. 두 사건은 조국과 친문 실세들의 윤리나 도덕적 타락에 얽힌 ‘양념’에 불과할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울산 시장 선거 사건이다. 문 대통령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폭발적 휘발성 때문일 것이다. 추 장관의 비공개 방침에도 불구, 언론을 통해 드러난 백원우 전 청와대 정무 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 내용은 당시 청와대 간부들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어떻게 훼손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드러난 청와대의 선거 개입은 매우 심각하다.

대통령 친구를 울산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모두가 다 나섰다. 자유당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정부 예산을 마구 퍼붓는 것이 과거 고무신, 막걸리 선거보다 더 나은가. 공직이 후보 사퇴의 댓가? 말이 되는 일인가. 공소장은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소장에는 현직 대통령이 언급되었는데, 통상의 경우 공소장에는 수사대상이 아닌 인물에 대해서는 적시를 극도로 자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35번이나 언급된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것 일까. 혐의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근혜 정부의 직권 남용이 무색하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유치한 수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 당한 건 “민주당을 뽑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란 발언 때문이다. 비교가 안 된다. 공정한 수사도 보장되었어야 했는데 ‘살아있는 세력’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모두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수사를 마무리하게 해주지 않으면 의혹을 풀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무조건 믿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도 많고 참견도 많이 하고, 해명도 하던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사안이 이 정도로 심각하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해명을 하던, 잘못을 인정하던 입장을 밝혀야 도리가 아닌가. 적어도 국민에게는 속이지 말고, 성실하게 의심을 해명하는 게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의 의무가 아닌가.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러려고 그런 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농락하는 것인가. 무슨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는지 묻고 싶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 정부는 ‘의리’를 내세운다. ‘대깨문’이 뭔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그들에게는 논리도 상식도 다 버리고, 조폭 같은 의리만 내세운다.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도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다. 문패들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사법부도 눈치를 보고 거기에 휘둘린다. 문 대통령이 주창했던 ‘기회는 평등한가. 과정은 공정했나, 결과는 정의로웠던가, 조국으로 모두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런 와중에 추 장관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 검찰 내 수사. 기소 주체 분리를 검토하겠다고 발표, 굵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 검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를 분리해 수사 검사의 독단 또는 오류를 방지하고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와 청와대 관련사건 기소저지 노력이 먹혀들지 않자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방안을 강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추 장관은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 주도의 청와대 관련, 사건 기소 강행에 대해 노골적으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검사장 회의에서 윤총장의 기소지시를 어긴 이성윤 서울 중앙 지검장에게 “검찰총장 지시사항을 세 번씩이나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 고 공개 항의 한 것을 두고도 “상당히 유감스럽다.” 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이어 “검찰총장은 수사에 있어 일반적인 지휘. 감독권을 갖고, 구체적 지휘권은 검사장에게 있다. 당시(법무부가)수사 심의위원회 등을 거치는 것이 좋겠다는 구체적인 지시와 의견을 냈는데도 (검찰총장이 기소를 지시해)우회했던 것”이라고 질타하면서 ’수사. 기소 분리원칙을 발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냉소적이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규정한 현행 검찰청법 제6조와 제7조, 제8조, 제12조를 보면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의 수사, 재판 등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검사장 및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고 규정되어있다. 검찰의 기능을 완전히 분쇄시키며 임종석. 조국을 보호하려는 그런 시도라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추 장관의 잔꾀와 책략은 이미 만천하에 다 드러났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사건으로 기소 된 13명의 공소장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단체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보수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475명)’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정교모. 6000명)’등이 국회 앞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시국선언문 곳곳에 ‘사법권의 독립을 파괴했다.’ ‘법치주의를 능멸했다.’ 등의 표현이 담겨져 있다. 정교모는 지난 해 법원 앞에서 조국 당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도 총선이 끝난 후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은 추미애 장관을 국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했다. 추미애 장관의 이례적인 공소장 비공개와 수사. 기소 분리 결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문 정부의 부정선거 개입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언제까지 침묵을 지키려고 하는 가. 헌법과 법치주의를 수호 할 의무가 있는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은 더 늦기 전 국민과 역사 앞에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아울러 추 장관은 국민을 기만한 죄를 인식,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것만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유권자는 표로 심판,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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