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질병 통계를 수집한 이후 발병이 보고되지 않았으나 2010년대에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는 감염된 길고양이에 물려서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림프절 페스트 환자 사례 보고가 있었다. 올해에는 몽골에서 설치류의 생간을 먹은 사람이 페스트가 발병해 사망했다. 특히 올해 초 한국인 관광객도 예방적으로 격리되어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페스트에 걸리면 갑작스런 발열이 큰 특징이며 증상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림프절 페스트로 진단된 환자 중 20% 정도는 패혈성 페스트다. 증상은 발열,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 일반적인 패혈증과 같다. 출혈성 반점, 상처 부위의 출혈,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에 의한 말단부의 괴사,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저혈압, 신장 기능의 저하,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패혈성 페스트 환자에서는 말단부의 흑색 괴사가 외견상 쉽게 관찰돼 페스트가 흑사병(black death)이라고도 불린 유래가 됐다.
폐 페스트는 가장 중한 형태의 감염병이다. 감염된 환자나 동물의 호흡기 분비물에 비산에 의한 비말 감염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대개 3일~5일이고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오한, 발열, 두통, 전신 무력감의 증상을 동반한다. 빠른 호흡, 호흡 곤란, 기침, 가래, 흉통 등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다. 질병 이틀째부터는 객혈 증상, 호흡 부전, 심혈관계 부전, 허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못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사례도 폐 페스트로 확인되어 추후 전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페스트는 혈액이나 림프액, 가래 등을 받아 페스트균 배양 검사를 시행해 확진하며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에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스트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이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전강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페스트가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해외에서도 발생빈도가 흔하지는 않은 병이다. 하지만 내국인들이 흔히 여행을 가게 되는 북미나 중국 내륙에서도 페스트 발병 사례 보고가 있어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는 여행 예정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질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전강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