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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악몽,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9년 11월 07일 (목) 09:59:18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사람은 현재를 보고 하늘은 미래를 본다.(人見目前. 天見久遠) ”명나라 작가 풍몽룡의 소설 ‘지옥을 떠들썩하게 한 사마모의 단죄’속 한 구절이 생각난다. 현 정치권을 바라보면서다. 모든 권력의 힘은 흘러가게 되어있다. 멈추지 않는다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도 정치인 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탐욕에 젖어 마침내는 비애의 삶으로 생(生)을 마감한다.임기 절반에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오는 10일이면 문재임 대통령이 임기 반환 점 이다.

산술 적으로는 절반이라 하지만,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은 이미 한참 됐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당선 초기에는 서슬이 퍼렇고 의욕도 있어 보이지만, 임기 후반이면 그 저력에도 한계를 느끼며 힘이 빠지게 된다. 더구나 지지율까지 떨어지면 더 말 할 것도 없다.

이미 여러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리는 지켜보아서 잘 안다. 폐족(廢族)을 선언했던 친노 세력, 386세대가 촛불을 등에 업고 다시 권력을 장악하면서 민생 경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혈귀(血鬼)가 되어 전 정권에 대해 무조건 적폐 청산이란 미명아래 피의 보복을 하며 한 세월을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봉하 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장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 한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 당시는 무심코 들은 말이었는데, 지금 꼼꼼히 생각해보니, 그 ‘임무’가 정적(政敵)을 겨냥한 적폐청산과 함께 언론과 검찰에 대한 복수가 아닌가 싶어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래서 신뢰하는 조국에게 장검(長劍)을 하사하고 검찰을 향한 복수혈전을 명령한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가슴 아픈 죽음 역시 검찰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를 갈았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문 정권이 검찰과 언론에 대해 압박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진의는 아닐지라도, 그런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라꼴이 엉망이 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조국 사태는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가 양분화 되어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격돌하고 대중매체간의 경쟁이 가열되거나, 유튜브 등 SNS에서 관련 정보가 양산되어 대중매체에 의해 보도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충격으로 비화되었다. 늘 옳은 사람도 없고, 늘 틀린 사람도 없다.

조국 사태에서 확인 된 진실이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과 청와대는 ‘그래도 우린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뭉쳐야 이긴다’는 도그마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눈앞에 분명히 보이는 개인의 문제까지 제도 탓으로 돌리려한다.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개인 (조국)이 아니면 검찰 개혁이 안 되고, 개인 (이해찬)이 아니면 총선에서 승리 할 수 없다는 인식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지난 해 8.25 더불어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운동 때부터 이해찬 대표는 ‘보수 궤멸 론을 주장하고, 올 봄에도 내년 총선에서 260석 확보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바 있다. 소름 끼치는 순간이다. 조국 사태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조국 본인과 가족의 처신과 의혹, 진보의 도덕성 논란, 검찰 과잉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논란, 검찰 개혁 요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나라가 두 동강 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서초동, 광화문 시위가 상반된 논리를 주장하고 일부 정치권이 올인 하면서 진영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조로남불’ 현상이 속출했다. 조국 사태는 미시적으로 볼 때 다수가 배타적인 다양한 견해를 표현하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의 특성과 함께 거시적으로 볼 때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의 대립과 힘겨루기로 나타났다.

야당시절엔 그렇게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더니 집권 2년여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되레 ‘적폐청산’ 칼춤을 부추겼다. ‘남의 국민’에겐 인권도 남의 일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변창훈 검사, 포승에 묶인 채 법정에 선 이재수 기무사령관. 이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조국 수석이나 문 대통령은 ‘인권의 인’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니 여당 정치인들조차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랬던 문대통령이 조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권 존중 검찰권 행사’를 말했다.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것이다. 내 지지자만 국민이고 조국만 인권인가.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며 “국민들 다수가 검찰 개혁을 원한다”고 했다. 광화문의 민의는 외면하고 서초동 소리만 듣는다. 도대체 누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송구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사과의 진정성과 구체성이 결여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송구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역시 억지춘향이다. 민주당의 실패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을 오히려 조장하고 두둔한 데 있다.

이래서는 등 돌리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국감장에서 조차 노영민 비서실장도 야당의 추궁 속에서 ‘결과적으로는 조국 인사는 실패’라고 했다.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지 않은 사과는 진짜 사과라 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이 대표, 노 실장 모두 조국 사태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조국 사태의 중심에 섰던 그들이 진실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면 그런 식으로 말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국민을 능멸하는 오만함이 있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그 뿐만 아니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대적 착오 법무부 훈령이 검찰 개혁이라고 발표했다. 그야말로 잠자던 소가 누워서 웃을 일이다. 검찰 수사의 기본인 계좌추적과 휴대폰 압수수색도 번번이 기각됐다. 국민이 심판한 조국 일가의 그림자가 법치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러니 누가 검찰 개혁의 순수성을 믿겠는가.

또한 2%에 해당하는 최고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 대통령의 입맛대로 휘두를 수 있는 공수처, 권력이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의심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조국 사태는 국제적 망신감이다.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은 부인이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었지만, 선거 운동원에게 일비를 과다하게 지급했다는 의혹이 주간지에 보도되자마자 바로 장관직을 사임했다. “단 1분1초도 법무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가 손상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아베 총리 역시 즉각 “장관 임명권자인 나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석 달이 다 되도록 사태를 정리하지 못하고 조국 한 사람을 감싸고 있는 문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 청와대, 교수 복직을 신청한 뻔뻔한 조국과는 달라도 너무 대조적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광화문 민심은 한국당 지지도, 박근혜 지지도 아니다. 다만 무리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과 가족비리에 대한 의문제기이고 좌우를 막론한 기득권의 오만함에 대한 항의였을 뿐이다. 또한 지난 2년 반 국정의 실패, 안보에 대한 문책이지 어느 당을 지지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보수층이 쪼개져 무대가 다르다 보니 국민들은 울타리도 없이 돌아다녀야만 했다.

내년 4월 15일 총선이 우려된다. 불과 161일 남았다. 보수가 이처럼 분열되어 선거를 한다면 결과는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문 대통령의 하산 길은 결코 순탄치만 않을 것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 정의 등 핵심 가치가 훼손되었고, 도덕상마저 타격을 입었다. 인사 실패로 국회청문회보고서 채택을 거치지 않고 임명된 장관만 22명으로 역대 정부 중 최고치로 기록됐다.

문 대통령은 “모든 것은 조국을 장관에 임명한 나의 책임이고 나의 잘못이다.”라고 참회해야한다. 그리고 공수 처, 검찰 개혁에 앞서 민생 경제와 정치개혁부터 해야 한다. 따라서 진영을 초월한 탕평 인사로 ‘통합정부’를 꾸리는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쇄신이 급선무다.

386세대도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에서 떠나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을 위로하고, 정권도 사는 길이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민심이 폭발한 칠레, 급기야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하야까지 요구하는 칠레.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분열을 조장하고 대통령을 덮친 조국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은 것(小)을 탐(貪)하다 큰 것(大)을 잃는(失) 우(愚)를 범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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