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속성은 분화다. 살아있는 권력은 사라진 정권과의 차별화에 나선다 그 순간 운명의 길을 얽히며 갈라진다.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함성이 충돌했다. 그곳은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진지다. 조국 사태로 험악해진 대치다. ‘퇴진’ 과 ‘사수’의 전선은 긴박하기만 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시각이 드러났다.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심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순간 갈라짐은 더욱 고조된다. 문 정권의 권력은 청와대로 집중되어 있다. 장관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최장기록을 세운 이낙연 총리의 한계도 분명했다.조국 법무장관의 검찰 개혁은 속도전이다. 그것은 청와대의 검찰 장악 의도로 비춰진다.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그 수단에 불과하다. 검찰개혁도 권력분산이다. ‘죽창가’는 조국이 민정수석일 때 일이다. 청와대 참모가 대중 선동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의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 만들기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마저 깨졌다. 협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극한 대결로 보수 궤멸을 다짐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2달 반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국론분열의 세대결장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마침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8·9 개각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가 표면적으론 일단락됐다.

처음부터 이처럼 국력이 소모할 정도로 오래 끌어올 일이 아니었다. 조씨와 그 가족을 둘러싼 위선과 특혜, 반칙, 파렴치 의혹은 법치국가의 공직 책임자에게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하물며 그런 사람에게 법과 규범을 세우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정의부 책임을 맡긴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보수, 진보 정파를 따질 것 없이 노무현 정권이었으면 애초에 조씨에 대한 장관 지명이 철회됐을 것이다. 조국의 검증과정에서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학원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 나왔다. 여태까지는 공직자들이 혐의가 있어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 의당히 공직을 내려놓는 것이었는데 이런 관행까지 무시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하여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조국의 사퇴는 사필귀정으로 본다. 많은 국민들은 불법적인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과 조국을 지키려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유는 군(軍)도 믿을 수 없고, 국정원도, 사법부도, 언론도 믿을 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이는 일찍이 문 정권이 정권을 잡으면서 요소요소에 코드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국이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국회에서 고백한 이후 해외 언론들은 아예 현 정권을 사회주의로 못 박고 있다. 겉으로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싸움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대통령 문재인과 조국이 한편이 되어 국민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던 ‘화(禍)쏘시개’ 조국은 서울대에 부끄러운 ‘치(恥)쏘시개’가 되었다. 교수 한 명이 서울대 73년 역사와 2만8800명의 재학생, 그리고 2100여명의 동료교수들을 욕보였다.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서울대를 자신의 화장실 드나들 듯 했다. 심지어는 장관직에서 밀려나며 20분도 채 안 돼, 로스쿨 직원이 복직신청서를 대리(팩스)로 작성했고, 이를 홍기현 교육부총장이 전광석화로 사인했으며, 오 총장은 이를 방관했다. 복직 신고를 하면서 ‘정은이’가 말했듯 ‘삶은 소(牛)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할 짓이다.

서울대생 96%가 그의 복직에 반대하고 있으나 자동복직 규정 운운하며 정치적 보신을 했다. 학문적 자세와 정치적 선택은 양립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서울대의 연간 예산은 1조6000억원(병원 제외) 규모지만 늘 돈이 모자란다. 그런데도 쓰는 것을 보면 헤프기만 하다. 장학금은 신청하지 않아도 주고, 학기 중에 불쑥 복직해 등산만 다녀도 월급을 준다. 돈 밝히는 조국의 월급이면 날고 기는 강사 8명(3학점 기준 월 108만원)을 쓸 수 있는 금액이다. 안타깝지만 강사들은 일자리를 뺏기고 울부짖는다. 2011년 말 법인화 이후 학교에 사탕만 빼먹고 있다. 자율을 빙자한 무 개념 행정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책임도 지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봉급은 매년 공무원 인상분에 맞춰 꼬박꼬박 올린다. 주인이 없으니 누구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서울대는 도대체 왜 그 모양이야?” 최근 몇 달을 두고 온 나라를 둘로 찢어놓고 있는 사건에 서울대 출신 조국이 등장하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어렵지 않게 나오고 있다.

돈 권력 명예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그것이 ‘자녀입시’에도 작용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한국적 현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자녀 입시를 위해 벌였던 온갖 위법적 행태에 서울대 인맥이 주. 조연을 맡고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부조리 막장드라마를 연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례로 딱 한명이던 고교생 인턴은 조 장관의 딸 아니면 아들이라고 한다. 우연치고는 기구한 우연인 것 같다.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는 딸의 환경대학원 장학금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모두가 조국과 절친한 동문들의 협조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부정의와 거짓, 비리로 점철된 자가 공직, 특히 정의부를 책임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 ‘공수처 신설’을 주장하기에 앞서 자신 주변의 적폐를 철저하게 청산해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검찰개혁의 임무는 조국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듣도 보도 못한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금까지 그가 보여 온 언행은 내로남불의 화신(化身) 그 자체였다. SNS에서 전방위적으로 쏟아낸 언어의 칼부림은 국민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큰 칼이었다. 그래서 그를 차기 대선 후보감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국 장관 임명의 비극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은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으로 전락하면서 발생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모아 검찰청 앞에서의 대규모 관제 데모를 통해 반대세력들을 억누르면서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세워 조국의 장관 임명을 성공시킬 것이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뛰어난 다중지성을 가지고 이것이 너무나 분명한 진보진영의 내로남불의 민낯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그들은 광화문에 집결하여 국민여론의 본심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 속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하락하고, 조국을 앞세운 검찰개혁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조국이 밀려나게 된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앞으로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조국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참된 국민통합의 정로를 걸어가야 할 것이다.

조국 사태와 관련, 국민에 대해 사과 없이 ‘공정 사회’를 주문하는 것은 국민을 희롱하는 처사다. 우리 국민은 훌륭한 대통령을 많이 선출했지만 결국 대통령직 퇴임 후 그 말로가 비참했다. 존경 받기보다는 비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사과문을 발표한 이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다.

문 정권을 보면서 더욱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권력을 잡고 청와대에 들어가서는 과거 일을 잊어버리는 즉,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 같다. 또 여론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오불관언인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처신하다 결국 모두 처벌, 비난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이는 또한 주권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대통령 퇴임 때가 돌아오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청개구리 신세가 된다. 국민은 잘못 뽑은 죄로 청개구리처럼 청와지탄(靑蛙之嘆)하고, 청와대는 스스로 잘못을 저질러서 퇴임 무렵 청와대에서 ‘청와지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백성은 가까이 할 수 있지만 얕잡아 보면 안 된다.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해진다.” 중국 오자지가(五子之歌)에 나오는 성어다. 또 성경에 보면 솔로몬의 다음 왕인 르호보암의 이야기가 나온다. 르호보암 왕은 원로들의 ‘고언’을 모두 거부하면서 ‘민의’를 갈라놓았다. 결국 이스라엘은 둘로 분열되었다. 문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떠오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안보, 교육, 정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회원로나 측근들의 경험과 간언을 듣지 않으려고 하고, 협력을 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 개혁’‘공수처’ 문제로 대통령이 나서서  강요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밖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의 결단이 시급하게 필요한 때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