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범 교수 "복약 순응도·부작용 측면 우수…노인 천식환자 대상 연구 유의미"

65세 이상 경증 천식환자 치료시 경구용 항류코트리엔 제제가 일반적 치료방법인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비교했을 때 비열등하다는 리얼월드 데이터가 국내에서 나와 주목된다.

이 연구는 현재 실제 진료환경에서 항류코트리엔 제제와 흡입 스테로이드제의 친식 치료효과를 비교 평가한 경우가 많지 않고, 노인 천식환자에 집중해 진행된 연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경증 천식환자 1692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JACI in practice(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n practice) 최근호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천식은 폐에 발생하는 질환이어서 폐에 바로 흡수되는 흡입 스테로이드제가 경구용 제제보다 상대적으로 치료효과가 좋다"며 "또 흡입제는 스테로이드 성분을 기본으로 기관지 확장제도 첨가돼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연구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흡입제와 경구제 간 효과 차이를 비교했던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주도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연구는 최적화된 환자군만 모아서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택편의(selection bias)가 발생한다"며 "예를 들면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흡연을 하지 않고, 다른 질병도 없는 30대에서 60대 사이의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리얼월드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와 맞물려 노인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이것이 다른 연구 결과와 달리 흡입제보다 경구제가 우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 월드 데이터 상에서 꼭 흡입제만 우수한 것이 아니라 경구제, 특히 항류코트리엔 제제가 비슷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고 할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급성 천식 악화가 발생하지 않은 환자 비율은 항류코트리엔 제제 사용군과 저용량 흡입 스테로이드 사용군에서 차이가 없었다.

또 치료 개시 후 1년 이내에 천식 관련 외래방문, 응급실 방문 및 입원을 1회 이상 경험한 환자비율이 류코트리엔 사용군과 저용량 흡입제 사용군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환자당 평균 방문 횟수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노인 천식환자 복약 순응도, 항류코트리엔 사용군 높아

다만 복약 순응도(MPR)는 두 군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MPR 80% 이상 비율은 항류코트리엔 사용군에서 17.9%, 저용량 흡입제 사용군에서 16.0%였다.

김 교수는 "일반적 치료방법인 흡입제는 디바이스마다 사용법이 다르기도 하고, 노인 천식환자의 경우 흡입제 사용 교육을 여러번 해도 익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흡입제와 같은 천식약제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약을 10번 복용하도록 처방했을 때 10번 다 복용하면 순응도가 100%인데, 흡입제는 10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약제가 제대로 흡입되지 않으면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65세 이상 천식환자 중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로 추측되고 있다. 이는 결코 낮지 않은 수치여서 노인 천식환자에서 복약 순응도가 강조되는 이유다.

부작용 면에서도 항류코트리엔 제제는 흡입제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흡입 스테로이드는 경구용 스테로이드보다 훨씬 부작용이 적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령이 높은 분들에게는 골다공증이 생길 우려도 있다"며 "부작용만 놓고 본다면 항류코트리엔 제제가 흡입 스테로이드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경증 환자들이기에 가능했던 것으로써 천식의 진행 정도가 중등증 이상 넘어가게 되면 경구제만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경증이라도 현재 가이드라인 상으로는 1차적으로 흡입제를 사용해야 하고, 흡입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어려울 때나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 경구제를 사용한다"며 "경증 천식에 한해 2차로 경구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 이 연구의 가치"라고 밝혔다.

후속 연구·새 국책과제 진행 예정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국민건강임상연구(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15억원)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향후 후속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최근 GINA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경증 천식환자는 흡입제로 기관지 확장제만 사용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염증치료제를 초반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변경됐다"며 "후속연구는 새로 바뀐 가이드라인을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김태범 교수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책과제를 수주해 중증 천식에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의 바이오마커 발굴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에 생물학적제제가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는데,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약들"이라며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중증 천식에서 많이 쓰이는 생물학적제제들에 대한 효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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