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인 상무 "제약산업 질적·양적 성장…저성장 시점, 규제시기와 일치"

지난 30년간 기업의 연령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신약 R&D 투자 및 외부 규제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전략을 잘 수립한 제약기업이 성장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최근 물질특허 제도 시행 이후 30년간 한국 제약산업과 기업의 성장 변화를 분석한 '1988~2017년 최근 30년간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 패턴과 성장요인' 논문을 발표했다.

엄 상무는 "한 국가에서 모든 제약기업들의 성장, 시장의 진입과 퇴출, R&D 및 혁신의 방향성, 규제에 대한 영향 등을 알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그 동안 추측에 불과했던 것을 실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명 변경이나 M&A 등을 통해 사라진 제약사를 포함한 431개사를 전체 대상군으로 했으며, 30년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상위 30개 제약사를 선정했다.

30년간 제약기업의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성장률은 7.59%로 나타났다. 10년 단위로 봤을 때 1988년~1997년이 13.7%로 가장 높았으며, 1998년~2007년 5.45%, 2008년~2017년 4.25% 성장했다.

엄 상무는 "흥미로운 것은 저성장 시점이 규제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라며 "IMF, 의약분업, 일괄약가인하 등 산업에 미치는 정책이 성장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 직후인 1998년 -4.1%, 의약분업 시행 해인 2000년 -5.9%, 제약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2012년 -2.5% 등으로 성장률에 반영됐다.

전체 제약기업과 상위 30개사의 성장률을 비교했을 때 1998년~2017년 각각 7.59%와 7.56%로 차이가 크지 않았고, 생산실적 보고 업체수는 평균 224.5개로 200개~250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 중 60% 이상의 기업이 30년 이상의 연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창립 60년 이상 기업 22%, 59~50년 22%, 49~40년 9%, 39~30년 7%, 29~20년 7%, 19~10년 18%, 9~1년 15% 등이었다.

물질특허제도 강화, 국내 제약산업 혁신성에 영향

또한 상위사와 중견·하위사와의 사업 영위형태가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기업 431곳 중 국내사, 비상장사, 중소·중견기업, 21년 이하의 기업, 일반의약품, 화학합성물, 제네릭 생산중심 기업이 125개로 가장 많은 반면, 상위 30대 기업은 국내사, 상장사, 대기업, 21년 이상의 기업, 전문의약품, 화학합성물, 신약·개량신약을 보유한 기업이 15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30개 상위 제약사 중 분류한 네 개 그룹(1그룹 변동성높음/성장률높음, 2그룹 변동성낮음/성장률높음, 3그룹 변동성높음/성장률낮음, 4그룹 변동성낮음/성장률낮음)의 완제의약품 생산실적과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을 비교했을 경우 그룹 순위변동성이 높고 성장률이 높은 1그룹이 가장 높은 실적 증가를 보였다.

엄 상무는 "상위 30개사 중 대부분이 전문의약품을 생산하고 90% 이상이 신약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상위사 중에서도 성장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정책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및 정책이 한국제약산업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다"며 "1988년 물질특허제도 도입 이후 특허출원 건수는 매년 14% 증가했고, 특히 내국인의 특허 출원수는 연평균 27.7%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1987년 이후 내국인의 특허 출원수 증가, 신약의 발매 증가, R&D 투자비의 증가를 볼 때 물질특허제도 강화가 국내 제약산업의 혁신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1994년 GMP 의무화 제도 도입 역시 생산실적이 전후 2.3배 증가하고, GMP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7.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 의약분업은 국내 제약기업의 운명이 갈린 해로 평가받았다.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비중과 품목수는 점점 증가했고, 상위 30개사 중 전문약 생산비중이 높아진 기업이 통계학적으로 순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엄승인 상무는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엄청 노력해온 것이 한 눈에 보였다. 일찍 투자한 기업은 계속 결실을 맺고 있다"며 "제도나 적절한 전략을 갖고 선제적으로 투자하면 상위 성장을 계속하는 그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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