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국무회의 때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 그리고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자협회 창립55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도 ‘가짜 뉴스’를 거듭 언급했다. 한술 더 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가짜 뉴스는 표현의 자유 범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가짜뉴스이며 기준은 어떻게 하는 지 묻고 싶다. ‘경제가 어렵다’ ‘미. 일 관계’ 등 현 정권에 불리하고, 정권과 관점이 다른 의견을 표명이라도 하면 무조건 가짜뉴스로 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가짜뉴스인지 아닌 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를 청와대와 조 후보자가 ‘가짜 뉴스’ 로 단정 짓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정권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것은 전체주의, 김정은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며 역사적으로는 이미 인류 보편성에 반하는 것으로 판명 된지 오래다. 역사를 보면 정권과 다른 의견을 억압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정권은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 의견의 다름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에 매우 소중하다. 다른 생각과 의견을 인정하지 않으면 혁신 성장도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다른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않다. 오히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종교나 정치도 마찬가지다.

문 정권은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일부 정론지와 유튜브 등을 지목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소셜 미디어인 유튜브는 20세기 정보화 시대에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는 자유로운 공론장이기도 하다. 그런 유튜브 등을 정부가 규제하려고 한다. 오죽하면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한국은 디지털 독재 체제로 가느냐?”는 비판 기사를 게재했을까. 정권과 생각이 다른 의견이나 뉴스를 억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에 대해 무리한 규제는 금물이다. 기자와 시민이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언론 공간에서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의 본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언론매체들이 아쉽게도 문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는 시위가 단 한 줄도 기사화 되지 않는다는 게 한 예라 할 수 있다.

사상 유례없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새벽까지 열렸다. 청문회가 불발되자 여권이 갑작스레 ‘꼼수 간담회’를 밀어붙이면서 법적 절차인 청문회를 무시한 채 후보자 임명을 강행 할 것이란 의구심을 갖게 했다. 여당 수석대변인이 직접 사회를 보면서 질문은 제한하고 답변은 무제한으로 했다. 더구나 이번 간담회 성격상 정치부나 사회부 기자들이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민주당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해 제대로 된 간담회가 되지 못하고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시간을 만들었다. 더구나 국회출입기자들에게 3시간 전 알려 충분히 질문내용을 준비 할 수도 없었고 기사에서 본 내용을 중복으로 질문을 했을 뿐이다. 간담회는 한마디로 ‘조국 원 맨 쇼’였다.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짧은 답변과 긴 설명을 섞어가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그러나 핵심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딸의 장학금을 받은 것도 몰랐다하지만 어떻게 부모가 되어서 딸의 등록금에 그리 무심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아내에게 밀며 오리 발을 내민다. 10억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독단으로 했겠는지 의심스럽다. 국회 청문회와는 달리 이번 기자간담회는 의혹을 추궁할 수도 없다. 단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의 질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나마나한 이벤트에 국회출입기자들이 조연으로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하다.

이번 꼼수 기자간담회는 예상대로 국민이 주목하는 의혹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의혹투성이라는 것을 재확인 했을 뿐이다. 조국의 해명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법치국가를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한번 도 본 적이 없는 꼼수 간담회였다. 사노맹 출신으로 전향을 하지 않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트윗터에서 기득권을 향한 신랄한 비판으로 100만 팔로워를 확보한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처럼 “그 시절 했던 말이 돌아와서 자신을 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젊은 세대들은 조후보자의 ‘조로남불 발언 찾기’ 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가계 곤란 장학금을 받았던 것을 비판하며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썼다거나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압수수색을 받을 때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식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아이가 장학금을 받은 사실을 몰랐고, 반납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나는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미꾸라지처럼 교묘히 빠져나가는 식의 해명을 늘어놓았다.

조국 인사 청문회가 가까스로 오는 6일 열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진실의 의미는 없어졌다. 비난하는 쪽이나 옹호하는 쪽이나 서로 ‘진실’(fact)을 외치지만 정작 진실에는 여. 야가 관심이 없다. 단지 편을 갈라 어떻게 하든 이기겠다는 생각뿐이다. 말꼬리를 잡고, 상대의 약점을 후벼 파고, 상대측의 신뢰를 공격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은 임명이다. 조 후보가 임명되고 말고는 그리 중요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공동체가 공유하는 최소한의 상식, 가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무엇을 하면 되고, 안 되는 지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며 대한민국이 어느 체제인지 말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회적 비난을 받는 행동을 두고 정치권이 수시로 공방을 벌이다보니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분별능력이 없어지면서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흔히 조국 후보자로부터 생긴 ‘조로남불’ 이 비단 조국 후보자에게만 붙어진 말이겠는가.

불과 3년 전 현 야당세력에 분노한 군중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그 때 날 선 비판을 하던 사람들이 더 한 모습으로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기에 좌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모두 색안경을 끼고, 틀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혹 정부에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떼로 나서 ‘뭐가 잘못’이냐고 으름장을 놓으며 과시를 한다. 불공정한 학사 관리, 장학금 지급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그럴 자격 있느냐고 질책하며 우익보수로 몰아붙인다.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과 권력도 실력이야’ 라고 했던 정유라의 심보와 다를 게 무엇인가. 어이없게도 대통령 아들까지 나서 유명인을 부모로 둔 ‘고통’이니 참으라고 동정론을 편다. 입시 부정에 밀려나고 자격을 갖추고도 장학금을 못 받아 ‘알바’로 전전하며 고생한 학생들의 설움에 소금을 부리는 짓을 서슴없이 한다. 자신들의 도덕성이 아니라 조국만큼 모든 걸 가질 수 없었던 자들의 시기심으로 돌린다.

물론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공직을 검증하는데 법률위반만 따지는 건 아니다. 불법행위는 청문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다. 불법이 아니니 당당하다면 가진 자, 기득권자의 편법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공직자에게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그들의 욕망을 자제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에게 ‘너는 깨끗하냐?’거나 ‘네가 못 가졌다고 시기하지마라’고 반박하고 욱지르는 건 기득권자의 상투적 수법이다. 집권한 뒤에는 무조건 잘못은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린다. 그저 임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먼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정치인이야 그렇다 쳐도 국민들마저 그들의 선동에 따라 진영화 되고 있다.

객관적 판단 기준은 사라지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한다. 사안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어느 편이냐를 먼저 따진다. 진지한 토론은 사라지고 댓글 전투만 치열하게 난무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386 체제가 출범하면서 독립된 양심세력이 사라지고, 사회원로들이 정파적이거나 ‘적폐’로 몰려 힘을 잃었다. 양심을 개인과 집단의 이익 아래에 두어서는 안 된다. 임명 반대가 절대적인 민심임에도, 문 대통령과 여권이 초법적 임명을 강행한다면 민심의 역풍 또한 전례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국은 스스로 후보를 사퇴하고 교수직도 내려놓아야 한다. 조국이 갈 곳은 법무부 청사가 아니라 법무부 소관인 교도소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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