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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감정싸움 끝내고 상생적 해법을 찾을 때다
2019년 08월 29일 (목) 10:25:22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겁먹은 개” “웃기는 것” “삶은 소대가리가 양천대소.” “설(舌)태 낀 혓바닥” 북한이 이달 들어 문대통령을 비롯한 정경두 국방장관, 박지원의원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욕설 퍼레이드에 등장한 표현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조차 잘 쓰지 않는 극렬한 용어를 구사해 비난한 최고봉 수준이다. 이런 저급한 어휘들과 표현을 동원해 대남. 대미 비난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는 비난을 거침없이 마구 퍼부었다.그럼에도 불구, 간첩 신영복, 윤이상과 북한괴수 김원봉을 존경하고, 미군이 월맹에 패했을 때 희열을 느꼈다고 했던 문대통령이 드디어 작심하고 일을 저질렀다.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던 문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기념식 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제시한 바 있다. 만병통치약 쯤 되는 ‘평화경제’를 내세웠지만 북한의 응답은 올 8번째 미사일이었다. 볼턴 미 국가 안보보좌관이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행위’라고 규정했지만 정작 우리는 미사일을 미사일로 부르지 못하고 ‘미상의 발사체’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했다. 완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국가는 영토. 국민. 주권의 위협을 단호히 저지한다. 결기 있고 준엄한 경고가 마땅하지만 왠지 북한 김정은에게는 자애로운 마음이 되어 국민들에게 오히려 이해를 구했다.

‘대화는 대화고 안보는 안보다’ 처칠의 말처럼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어 넣고, 호랑이와 대화 하자는 꼴”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벌써부터 “김정은이 ICBM 실험만 중단해 주고, 트럼프가 재선 될 경우 그 보상으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그 조짐은 이미 지난 6.30 판문점 회동 때부터다. 한국 대통령이 빠진 채 우리 측 지역에서 이뤄진 미. 북 정상회담. 자존감이 좀처럼 용납되지 않는 일을 문재인 정권이 만들었다. 스스로가 목소리를 거두고 미. 북 중간에 끼여 눈치만 보면 어떻게 나라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이미 중국과 러시아 영공 침범에 이어 미사일을 연일 발사하면서도 큰소리치는 북한과 일본의 행위에 대해 무관심한 미국, 그리고 경제보복을 한다고 하는 일본에 흔들리는 나라가 되어버린 게 기정사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판국에 지소미아를 파기해버리면 일본은 물론 미국이 우리를 신뢰 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여기겠는 가. 트럼프는 문 대통령을 일찍부터 신뢰하지 않았다. 믿을 수 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로의 흥분되는 구호에 박수만 치며 환호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런 문 정권이 유독 동맹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대응하며 한. 일간 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민 여론을 의식 의도적인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 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다. 문재인대통령이 일본과 미국과 영원히 척지고 살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할 수는 없다. 2016년 협정을 체결한지 3년 만이다. ‘지소미아’협정 파기 선언 이후,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문 정권이 과연 지소미아 파기 이후의 파장을 예상하며 대책이라도 세워놓고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행정부’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한 어조로 우려와 실망을 표출했던 미 국무부가 이번에는 주한 미군 안전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처럼 강도 놓게 표출된 미국의 불만은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갈등을 이유로 한. 미. 일 삼각 협력의 틀을 흔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급 채널을 통한 여러 차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시하는 협정을 하루아침에 걷어차 버린 데 대한 불쾌감과 한국 정부를 동맹의 파트너로 신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회의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 주한민군 철수를 포함, 동북아 안보 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을 미국이 검토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미국이 급기야 독도방어 훈련까지 문제를 삼았다. 북한에는 저자세인 한국 정부가 이에 질세라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비판적 논평을 문제 삼아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자제를 요청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 갈등의 전선이 한. 미 갈등으로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상대국 정부의 행동조치가 아닌 논평만을 문제 삼아 대사를 부르는 것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례적인 항의조치가 한. 미 간의 견해 차이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미국의 조야에서 한. 미 동맹에 대한 현 문 정권에 태도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한. 미 동맹에 파열음을 일으키고, 동맹 간의 신뢰를 훼손함으로써 ‘안보 외톨이’를 자처하는 조치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독도 훈련에 대해 “한 일 간 최근 다툼을 고려 할 때 현안을 해결하는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소미아 문제로 악화된 한. 일 간 갈등 상황에서 일본 편을 들어준 셈이다. 지난 96년부터 실시해온 독도방어훈련을 두고 일본은 늘 항의해왔지만 미국은 중립을 지켜왔었다. 그랬던 미국이 부정적 태도로 돌변한 것이다. 이는 한국 이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소미아를 파기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문 정권이 스스로 ‘애치슨라인’ 밖으로 나가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미국 조야에서 흘러나오는 판국이다.

미 의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지소미아를 파기한 문대통령의 결정을 몹시 우려 한다.” “한 일 정보공유의 미래가 의심스러워진 데 실망이 크다.” 등등.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유독 한국 정부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월남 패망이 떠오르는 움찔한 순간이다. 그야말로 문 대통령의 말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위기의 상황은 대통령을 잘못 뽑은 국민의 결과다. 미래가 불투명하며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종료 시점까지)3개월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 발언의 진의가 일본과의 물밑협상을 통해 나온 언급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우리가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혹자는 지소미아를 깰 의사는 없는데, ‘조국’에 대한 관심도를 일본으로 돌린 후 청문회가 끝난 후 미국을 중재자로 뛰어들게 하는 협상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조국 하나를 위해 국가와 사회의 에너지를 계속 낭비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작은 조국 지키기에 집착하다 자칫 큰 조국(나라) 망칠까 두렵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위기의 경고음을 내는 일조차 쉽지 않다. 자칫 전쟁주의자나 극우주의자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청년들에게 거짓 평화의 위험을 알리며 문대통령을 믿지 말라면 “그럼, 전쟁을 원하는 거냐.”라고 팔을 걷어붙인다. 대통령마저 민심에 동떨어진 행위로 비판하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우리가 지소미아를 중지하면 일본도 피해를 보지만, 한국의 안보에 더 큰 구멍이 뚫린다는 것을 왜 모른 척 하나. 전쟁의 기본원리는 나의 강한 것으로 적의 약한 곳을 치는 것이다.

아군의 더 큰 타격을 무릎 쓰고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은 병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지소미아가 파기 될 경우 일본은 말 할 것도 없지만 미국의 마음마저 떠나게 해 한. 미 동맹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껍데기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1965년 한. 일 국교정상화 협정’을 흔들고 ‘2015년 한. 일 위안부 협정’ 일방파기에 이어 세 번째 협정도 무효화한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국가 안보를 걸고 왜 그런 무도한 도박을 하려는 가. 한 번 금이 간 동맹 또는 우방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한. 일 갈등의 해법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국가가 ‘일구이언’(一口異言)을 해 발생하는 위신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문제는 ‘화’(禍“를 자초한 우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따라서 자해 아닌 상생 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한. 일 간의 갈등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대결국면을 조장하고 반일 감정으로 몰고 가는 일을 벌여서는 절대 안 된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베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싸움은 이제 끝내자. 지금 누가 대한민국을 망하게 만들고 있는지. 방조자는 배신자로서 공범이 될 수 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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