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개” “웃기는 것”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설태 낀 혓바닥...”북한이 이달 들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지원 무소속 의원 등을 비난했던 ‘욕설 퍼레이드’에 올라온 표현들이다. 특히 북한의 조국 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겨냥,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 이라며 우리나라 대통령을 능멸하는 욕설을 퍼부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듣기에도 민망하다. 북한의 무례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남북경제 협력을 주창하며 김정은의 대변인 소리까지 들어가면 화해 무드를 조성하려는 문 대통령에게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은 정말 기가 차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일본에 하는 것처럼 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한 마디쯤 하고, 또 국민들도 규탄 시위를 할 법도 한데, 우리 정부는 물론 국민들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2017년 광화문 광장을 뒤 덮었던 촛불 시위대는 다 어디로 갔나?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일곱 차례, 특히 최근 보름 남짓 사이에 다섯 차례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했다. 최근엔 미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 영토를 겨냥한 미사일을 사흘에 한 번 꼴로 쏘아 올렸다. 경제제재를 감수하고 대화 국면을 통해 시간을 벌어가며 필사적으로 개발한 신형무기들을 마치 노마크 찬스나 잡은 것처럼 마음껏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청와대와 군 당국의 태도다. 대응 발사는 물론이고 군 수뇌부 명의의 제대로 된 경고 성명조차 없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섯 차례의 도발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지도 않았다. 대신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재하거나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대응한 것이 전부다. 지난 6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에 출석한 노영민 비서실장이 이를 지적하는 국회의원 질의에 “대통령은 밥도 못 먹느냐” 고 맞고함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무슨 책이라도 잡혔나 모두 꿀 먹은 벙어리에 가깝다. 북한이 청와대를 동물에 비유하거나 지면에 옮기기에 민망할 정도로 욕을 해도 청와대와 군. 정부. 여당은 묵묵부답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모욕은 국민 전체에 대한 모욕인데도 당국은 물론 국민들은 이상 하리 만치 한없는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2016년 11월 당시 야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 생각난다. “상대방의 국가 원수를 막말로 모욕하는 것은 그 나라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같다.” 그런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 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며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 이라고 했다. 북한이 연합훈련을 빌미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서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폄훼한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여전히 ‘평화경제’만을 강조해, 일본에 대한 즉각 대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물론 이러한 문대통령의 언급은 북한 측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남북 간 평화에 기반을 둔 평화구상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뜻이 담겨있을 수도 있지만 유독 북한에 대해 관대함을 보이는 태도가 불만스럽다.

우리 정부는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말 하지 못했다. 미사일이지만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런 호의(?)에도 불구, 북한은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 매여 만 사람의 웃음거리’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라는 조롱을 하는데도, 관대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킨다.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맛을 짓 하지 말라’ ‘평화타령 그만하라’고 콧방귀를 뀐다. 대화를 하드라도 미국과 하지 남한과는 일 없다는 식이다.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이다. ‘떡 줄 사람은 없는데, 김치 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아무도 경험하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문대통령이 이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일본은 식민지 시대의 부채 의식을 벗고, 한국에 경제 제재를 하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핵 공격에 대비한 방어 장비하나 들여오는데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시달리고,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을 침범하면서도 오히려 큰 소리치고, 동맹국을 자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미국을 겨냥 한 것이 아니라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도 아무도 우리를 흔들 수 없다는 것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에게도 전략은 있는 것일까? 문대통령의 의중을 모르겠으니 국민으로선 그저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지경인데, 언제까지 북한을 감싸주며 깨지기 쉬운 유리 그릇처럼 대할 것인가. 거물 간첩 신영복을 존경하고, 부인시켜 윤이상 광(mad)북 인사 묘에 동백나무 심게 하고, 6.25 전쟁 시 우리 국군에게 총부리를 겨눈 김원봉을 국군 창시자라며 훈장을 주고 싶다던, 그리고 국가 전복을 하려던 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은 골라가면서 하는 문 대통령, 자신과 국가를 위해서라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는 지금이야말로 한. 미 관계를 벌려놓고 북. 미 직거래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북한에 뺨 맞고 미국에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일이 현실로 일어날 수도 있다. 북의 이 같은 처사는 북한이 문재인 정권을 우습 게 보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싶으면 그 대가를 치루라는 것이다. 그 대가는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뿐인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물론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거래에 따라 북의 핵보유와 대북제재 해제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이때 문재인대통령은 대북제재해제를 막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그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뭣 주고 뺨 맞는다’는 옛말처럼 어쩌다 문재인대통령이 이 지경에 까지 왔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자’ 고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 실제 상황은 대한민국은 아무나 흔들어대는 나라가 되어 있다. 그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문 대통령 스스로 그 책임을 지고 용단을 내릴 때가 왔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려면 경제가 활력 있게 성장해야 하고, 군사적으로도 강력해야 하며, 능수능란한 외교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최고 지도자가 경제도, 국방도, 외교도, 통일도 수장을 모두 부적격자인 코드인사로 임명하면서 꼬이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깨트렸고, 군대의 기강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군기가 엄정해 항상 불편한 병영에서 병사들의 심리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휴대전화를 허용한 것부터 우리의 현실적인 위협인 북한군을 적이라고 말도 못하는 국방부, 탄도미사일을 쏴대도, 침묵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등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를 믿고 부모형제 단잠을 이룬다.’는 전통은 이미 무너졌다. 병사들과 군 간부들이 요즘 총을 들어야 할 이유가 혼란스러워졌다. 주적(主敵)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가 무너지면 나라도 없어진다는 게 명백한 역사적 교훈이다. 군(軍)만은 엄정한 군기가 살아 있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는 다시금 우리 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침묵해온 국민들을 더 이상 불안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북한과의 대화에만 집착하는 외교안보전략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는 준엄한 태도로 대응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벌어진 틈새를 메꾸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무시당하지 않고 우리의 국가 존엄과 국익을 지켜나갈 수 있다. 북한의 과녁이 한국이란 사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은 북한 김정은을 성토 할 때다. 김정은을 감싸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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