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세상 "정부 규제완화 정책기조 휘둘려…참여자 권리보장 실현 의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발전 5개년 종합계획(이하 임상시험 종합계획)이 혁신적인 내용없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8일 식약처가 발표한 상시험 종합계획에는 ‘신약개발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과 함께 ▲임상시험 안전관리 체계 확립 ▲임상시험 국제경쟁력 강화 ▲ 환자 치료기회 확대 및 소통체계 구축을 세부목표로 설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강세상)는 16일 논평을 통해 "식약처의 임상시험 종합계획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신약개발역량 강화를 위한 국내제약산업육성을 목표로 추진됐던 임상시험 활성화 계획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하다"며 "임상시험을 산업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추진 및 실행하기 위한 신뢰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세상은 "2000년 초반부터 추진된 임상시험 활성화 정책의 기조는 신약개발을 통한 국내제약산업 발전이었으나, 오히려 기형적으로 다국적제약사 임상시험 유치로 인한 수익증대에 집중하게 되면서 임상시험 유치 및 승인건수 증대로 그 축이 옮겨졌다"며 "이러한 방향성은 임상시험 종합계획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임상시험을 산업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규제완화정책의 내용에서 그 목적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 승인심사는 2000년대 이후 ‘허가 → 승인 → 보고’의 정책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 임상시험승인은 신약품목 허가제도(NDA) 하에서 운영되다가 2002년 임상시험계획 승인제도(IND)로 분리되면서 임상시험 신청 후 승인허가일수를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고 임상시험단계로의 진입이 용이하게 됐다.

건강세상은 "이번 임상시험 종합계획에서는 IND 승인기간의 획기적 단축(30일 → 7일)과 함께 임상시험계획 변경승인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변경승인사항을 보고 대상으로 규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규제완화정책의 기조인 ‘선허용 후규제’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상시험 안전관리체계 확립과 관련해서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언급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정부기관인 식약처의 역할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건강세상은 "임상시험참여자의 권리와 안전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들은 임상시험계획 승인심사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최소한의 내용을 담고 있는 한계가 있다"며 "임상시험참여자가 임상시험 과정 중에 발생한 권리침해 및 피해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다툴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피해보상은 임상시험 참여시 임상시험참여자가 동의한 계약내용 및 임상시험 피해자 보상에 관한 규약에 근거해 피해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식약처의 개입역할은 상당히 축소돼 있고 결과적으로 임상시험참여자와 임상시험책임자 쌍방간의 계약관계에서만 다룰 수 밖에 없다.

식약처가 임상시험참여자의 안전 및 권리보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피해보상 및 권리구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노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SUSAR) 관리체계에 있어서는 모든 안전성 정보에 대해서 보고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망사고 보고시’ 필요에 따라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제한을 두어 기존 임상시험제도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은 "이번 임상시험 종합계획에는 임상시험의 안전성 및 임상시험 참여자 권리보장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내용은 없고 식약처는 무엇을 더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면서 "새롭게 포함된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임상시험참여자 도우미센터, 임상시험정보등록제 이 세 가지는 임상시험참여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진작에 식약처가 했었어야 하는 일들이니 생색낼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성을 책임지고 관리규제를 엄격하게 해야 할 식약처가 오히려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식약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흘러가는 대로 줏대없이 휘둘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식·의약품의 안전성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임성과 그에 맞는 전문성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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