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교수, 뇌경색 예방 효과·출혈 위험성 균형 유지 강조

신장애를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비(非)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 약제 선택은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비판막성 심방세동(NVAF) 환자의 신장애는 심혈관 사건과 출혈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NOAC 제제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전체 NVAF 환자의 20%가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신장애 관련 NOAC 연구는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이 가장 많다"며 "두 약제는 신장 배설 비율이 20~30% 정도, 35% 미만이고 나머지는 간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다른 NOAC과 차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신기능 저하군에서는 주요 출혈의 하나인 뇌출혈이 가장 문제가 되는데, NOAC이 출혈성 뇌출혈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RCT나 RWE를 통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는 현재 시판중인 NOAC 중 신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조절된 용량(15mg, 1일 1회)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을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전향적으로 평가한 유일한 약제이다.

ROCKET-AF 연구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1만 4264명을 대상으로 리바록사반 20mg 1일 1회 또는 와파린 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에 대한 와파린 대비 리바록사반의 비열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된 다기관, 이중맹검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 중등증 신장애 환자(CrCl 30-49 mL/min)를 대상으로 진행된 하위 분석 결과, 리바록사반 15mg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발생률은 연간 100명 당 2.95건으로, 와파린 3.44건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주요 출혈 발생률도 유사했으며, 특히 치명적 출혈 발생률은 0.28 vs 0.74로 리바록사반이 와파린 대비 61% 유의하게 낮았다.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신장애 동반 환자 NOAC 처방 리스크는?

일각에서는 신장애를 동반한 환자의 경우 NOAC 처방 시 리스크가 더 크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 교수는 "NOAC 간 직접 비교 연구는 없지만 아무래도 뇌경색 예방효과가 좋은 약은 출혈 위험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약제 간 신장 배설 비율에 따라서 약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약동학적(PK), 약리학적(PD)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신장에서 배설되는 비율이 적으면 혈중 농도가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뇌경색 예방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출혈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뇌경색 예방 효과와 출혈 위험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했을 때 우리가 목표로 하는 뇌경색 예방 효과와 출혈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증 이상 신장애 환자에서의 NOAC 사용 주목

국내 가이드라인을 보면 크레아티닌 청소율 50mL/min 미만에서 30mL/min 까지를 중등도(Moderate) 신장질환 환자라고 보는데, 이 수준까지는 약제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

중등증 이상인 경우 크레아티닌 청소율 30mL/min 미만에서 15mL/min 까지는 약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약제에서 사용 금기이며, 혈액응고 제10인자 억제제 계열(factor Xa-inhibitor) 약제는 15~30mL/min 미만인 경우 저용량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중증 이상의 신장애 환자는 CrCl 15mL/min 미만인 경우를 말하는데, 이 환자에서는 NOAC 사용이 허가돼 있지 않다.

최 교수는 "그러나 최근에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15mL/min 미만인 경우에서 NOAC 사용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며 "아직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하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임상의가 판단해 용량조절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렐토는 신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2개의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신장 기능이 많이 감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향적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와 한국의 신기능 저하 NVAF 환자를 대상으로 리바록사반의 치료 효과를 보는 대규모 전향적 연구이다.

최 교수는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연구가 발표되면 동양인, 특히 한국인에서 신장애 동반 NVAF 환자를 대상으로 NOAC의 효과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양한 요인 종합 고려 처방

NOAC 약제 선택에 있어서는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경과 등에서는 뇌경색을 겪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순환기내과에서는 1차 예방을 목적으로 NOAC을 사용하다 보니 출혈이 있으면 약제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약제마다 보여주는 RCT, RWE, sub analysis 데이터에 따라서 환자별 처방이 달라지는데, 약제마다 복용 횟수가 다르고 용량간 차이도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하나의 약제만이 장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신기능 저하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배가 되는 비율, 급성 신부전이 오는 경우, GFR(사구체여과율)이 30% 이상 감소되는 비율 등을 본다"며 "리바록사반의 경우 와파린 대비 세 가지 기준 모두에서 와파린 대비 우월하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 다른 약제도 효과가 있었지만, 리바록사반은 세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시켜 신장기능 보호효과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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