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를 맞이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명단 1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책임자 17명(성명불상 4명 포함)의 명단을 공개하며 처벌과 수사를 촉구했다.

이 명단에는 예외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당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 재난 상황에 콘트 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은폐했다는 이유로 참사 책임자로 거론했다.

그러나 이 명단에는 정작 책임져야 할 선박회사와 선주 등의 명단은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세월호 와는 무관함에도 마녀사냥식으로 엮어 매장을 시키려고 작정을 했다.

지금 억울하게 갇혀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도덕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일 뿐인데, 정적(政敵)들로 인해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최고 책임자가 감옥에 들어앉아 있는데, 또 누구를 최고 책임자로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잡아넣어야 속이 시원할 것인가.

좋은 말도 세 번 이상 들으면 싫증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는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 집어넣었으니 그만 끝냈으면 한다. 죽은 자식들도 그런 것을 원치 않고 편히 쉬고 싶어 할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성금을 전했던 많은 국민들마저 과거에 가졌던 동정심이 짜증으로 변했다. 본질이 정치적으로 변질, 왜곡된 선동 분열, 조장으로 정권을 쟁취하고도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다.

전 정권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 이득 볼 것이 무엇이겠는가. 개인목적을 갖고 여행을 가다가 참사를 당한 것뿐이다. 어느 누구도 안전사고를 교사한 사람은 없다. 이건 정치공세다.

때를 맞춰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해상사고를 잊지 않겠다며 광화문 광장에 ‘기억 공간’을 만든 것을 보면서 무척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그 사고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또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사고로 죽은 아이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의 슬픔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어느 사람인들 가슴이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있겠는가.

그러나 세월호 사고가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기억해야 할 사건인가. 친부모가 죽어도 검은 리본 달지도 않는 불효한 세상인데, 어찌하여 노란 리본은 5년이 넘게 달고 다니는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억될 사건들이 많다.

1999년 6월 청소년 수련시설인 ‘씨랜드’의 화재(인솔교사를 포함한 23명 사망)를 비롯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502명 사망) 등을 들 수 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부모, 가족들은 아직도 가슴이 무너질 만큼 아픔을 지니고 있겠지만, 조용히 침묵으로 지내고 있다.

또 하나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천안함 피격, 연평도 해전에서 조국을 지키다 적의 흉탄에 쓰려진 국군이다. 그들도 젊은이였고 또 자식을 비명에 잃은 부모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똑같은 죽음이고 똑같이 자식을 잃었지만, 하나는 여행을 가다 해상에서 일어난 사고고, 또 하나는 북한군의 폭격으로 참변을 당한 국군이다.

해상사고로 죽은 이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오히려 나라를 지키려다 산화한 그들의 죽음을 더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자는 것처럼, 그런 정신이라면, 천안함 피폭,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국군도 잊지 말아야 하고,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기억하며 안보태세를 더욱 강화하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세월호 분향소나 광주 5.18묘소에는 번질나게 다니며 눈도장을 찍던 대통령과 정치꾼, 시민단체들이 정작 참배해야 할 천안함.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추도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정치인들이 발길을 끊었다.

북한의 만행에 대해서도 성토하는 집단이 없었다.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그 호국 영령들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다. 그래서 아쉽고 슬프다.

천안함 피폭이 있던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축구경기 보러 일본엘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첫 해는 베트남을, 둘째 해는 대구로 가면서 추도식에 참석지 않았다.

자기 자식이 그런 참변을 당해도 그리했을까. 무슨 변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 달기를 기피하는 듯한 문 대통령의 어떠한 변명도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러니 문 대통령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세월호 참사(2014년 4월)와 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생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참사에 따른 비극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내용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우리라면, 조금이라도 호국 영령들을 애도하고 생각했었다면, 천안함 피폭, 연평해전 등도 과거 ‘돌아오지 않는 해병’ ‘5인의 해병’ ‘빨간 마후라’ 같은 영화를 제작, 북한의 만행을 밝히며, 반공의식을 고취시켰어야 했다.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수습비용과 세월호 피해 지원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등 총 1878억 1300여만 원을 지급하고 ‘고’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에게 구상금 청구를 했으나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유씨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유씨의 손을 들어 준 상태다.

이외에도 세월호 유가족 측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정부가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에게 제기한 구상금 소송 등 많은 사건이 재판부에 계류 중에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 해상사고에 대한 보상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부가 보상할 수 있는지.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게 상식 아닌가, 더구나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이 대통령도 수사하라고 하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국민들은 지금 종북주의자들에게 유린을 당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에게 국가를 위해 전쟁을 하다가 산화한 유공자보다 더 많은 보상과 예우는 납득이 안 갈 정도다.

천안함 유족들은 정부에서 지급한 보상금을 모두 국가에 헌납하고 좋은 무기를 구입, 다시는 천안함 피폭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 측이 국가에 보상금을 국가에 헌납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강원도 산불화재에도 성금을 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지난 10일 한. 미 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이가 문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미국에 붙던 내게 붙던 확실하게 하라”고 했다. ‘오지랖 넓다’라는 뜻은 ‘무슨 일이든 앞서서 설치고 다니며 간섭한다’ 는 뜻으로 한마디로 말해 모욕적인 언사다.

자신들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문대통령은 저자세 논란과 외교적 갈등을 감수하면서도 특사를 보내려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상태에서는 특사의 의미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우선 준비가 안 된다고 거절할 수도 있고, 특사를 받아도 요구 조건만 강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특사를 보내려고 한다.

다만 북한의 입장을 의식 북한 사정을 감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왜 저리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김정은이의 비유를 맞추려 하는 걸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되고, 문 대통령이 측은한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항간에는 산불화재 조기 진압으로 지지율이 다소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진보좌파세력들이 결집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이 상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급기야는 국민의 힘으로 퇴출될 가능성도 높다. 이 역시 필자의 희망사항이다. 4. 16 참사 5주년을 맞이하면서 KBS 사사건건 사회자의 경우, 편파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또 다른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서해수호의 날’ 추도 행사를 방송하는 아나운서들이 ‘46+1’이 표기된 배지를 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당인 자유민주당 의원들만 배지를 달고 있어 진보. 보수를 구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늘에서 호국 영령들이 보았다면 얼마나 슬퍼했을까.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는 말아야 하는 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듯 그들도 기억해야 하는데, 모든 것은 마음 자세에 달려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아직까지도 슬픔에 젖어있는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감사를 드린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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