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청소년 조부모 살해사건 원인 놓고 논란 확대

'항우울제에 의한 부작용 때문인가 아니면 전형적인 패륜 범죄인가'

4일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한 소년이 자신의 조부모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소년의 아버지가 화이자의 항우울제 졸로푸트(성분명 설트랄린)의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비운의 주인공은 크리스토퍼 피트맨(15).

그는 당시 12살이던 지난 2001년 조부모의 침실에 들어가 자고있던 조부 조 프랭크 피트맨(66)의 입과 조모인 조이 피트맨(62)의 머리에 각각 총을 발사해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당국은 당시 크리스토퍼가 자신이 친구와 싸운 사실을 조부모가 꾸짖은데 대해 화가 나 총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크리스토퍼의 아버지 조 피트맨이 항우울제 졸로푸트이 부작용으로 인해 그의 아들이 살해해됐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논란에 불이 지펴진 것.

그는 아들이 조부모를 살해하기 전 3주 동안 약을 과도하게 복용했다고 주장했으며 올 초 미 식품의약국(FDA)에도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최근 "아들이 '그날밤 내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그들(조부모)을 살해하라는 어떤 속삭임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썼다"며 크리스토퍼의 일기장을 공개했다.

아울러 살해사건 한달전 크리스토퍼는 플로리다의 한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곳에서 그가 자살충동까지 느꼈다고 피트맨은 주장했다.

이 병원에서 소년은 항우울제 팍실을 복용했다고 진술했지만 약을 처방한 의사는 졸로푸트를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카렌 멘지스(Karen Menzies)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화이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0월 FDA가 항우울제가 청소년의 자살충동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가장 높은 경고인 '블랙박스'에 포장하라고 지시한 사실과 관련해 멘지스는 "항우울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문제를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건 이후 약물 치료로 인해 소년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크리스토퍼가 (치료 때문에)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즉각 그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2001년 1월 이후에 사건이 발생해 본인이 인지한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측은 '의도적으로 살해했을리 없다'고 주변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실제범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화이자도 이 문제를 담당한 존 저스티스(John Justice) 법무관 등 검찰측과 함께 항우울제가 자살충동이나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주장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화이자의 한 대변인은 지난 10월 회사측이 웹사이트에 게재한 문구를 인용해 졸로푸트가 위약과 비교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그 문구는 졸로푸트와 폭력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고 AP는 전했다.

검찰과 회사측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 지난 4월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 법원이 친구 살해 기도 혐의로 구속된 한 남성에 대해 졸로푸트가 원인이 됐다며 무죄를 선언한 사례도 있어 이번 사건의 판결에 따라 미 보건당국과 제약사에는 상당한 여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또 한번 무죄로 판결이 날 경우 항우울제를 판매하는 화이자를 비롯한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자살유발' 문제 뿐만아니라 '폭력성유발' 문제도 새로 고려해야 하는 등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전국형사변호인연합 잭 킹(Jack King)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양측이 배심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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