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 국제문제 연구소(CSIS)가 북한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기지가 가동 중이라며 내놓은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닿는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발사장을 해체하고 더는 발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는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미국 측은 북한이 주요(미사일)발사장의 해체를 제시한 바 있지만 재래식 및 핵탄두 발사를 강화할 수 있는 다른 기지 10여 곳에 대한 개선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SIS는 민간 유성을 통해 분석한 공개되지 않은 북한 미사일 기지는 20곳으로, 이 가운데 최소한 13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미사일 기지는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 개발과 관련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과 발사대폐기를 공언한 바 있지만 중.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설은 건재해 북한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사시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 등 중. 단거리 미사일로 한. 미군 시설과 도시까지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미사일에 핵 또는 화학. 생물학 탄두를 장착 할 수 있고, 사용 땐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 8일 예정되었던 북. 미 뉴욕 고위급 회담이 전격 연기된 뒤 양측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비핵화의 이슈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북핵 협상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와 별도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청와대의 인식은 참으로 황당하다 못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평이다.

그러나 무엇이 그리 급해선지 쫓기듯 전방 부대 철수와 함께 초소까지도 폭파를 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는 전혀 생각지도 않는 것 같다.

아예 도둑놈에게 얼른 훔쳐가라고 대문 빗장을 열어 주는 꼴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당사국인 우리가 북한의 공식입장이 나오기도 전 먼저 나서서 북한의 주장을 대변이라도 하듯, 미국에 반박을 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외신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문처럼 북한의 대변자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문 정권을 보면 북한의 단. 중거리 미사일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어찌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아니라는 말로도 들릴 정도다.

CSIS가 공개한 북한 미사일 기지는 한. 미 정보당국이 이미 상세하게 파악해 군사대비 계획까지 갖추고 있는 시설들이다.

그럼에도 CSIS가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북한을 보는 미국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북한과 이를 지켜보고만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가 한 약속을 지켜야 북한과 주민들 앞에 훨씬 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데 어처구니없게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북한은 미사일 폐기 의무 조항을 담은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 며 “미사일 기지 폐쇄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애써 구국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청와대와는 달리 외교계는 말을 아끼는 것 같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CSIS보고서와 관련한 질문에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의 분석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폐기와 관련해 한. 미간 입장이 다른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언급하지 않았다. 문 정권과는 달리 외신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거대한 사기극’을 시사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조야에선 북. 미 협상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장사꾼 기질 트럼프 대통령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는 “CSIS의 한 관계자가 우리 모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일부(핵.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평화협정을 내주는 나쁜 거래(bad deal)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CSIS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최근 핵. 미사일 관련 비축량을 더 늘리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언론들이 트럼프 협상 방식에 대한 미국 내 불만과 우려가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 문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CSIS보고서는 ‘봐라 북한에 속고 있는 것 아니냐’ 며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설상가상 지난 6일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을 과반을 획득한 민주당의 공세에도 시달려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추거나,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 며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싸잡아 비판했다.

심하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 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분명한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는 정상회담은 안 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척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북한을 감싸기도, 비난하기도 매우 모호한 상황이 되었다.

CSIS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방문했던 곳이다.

2016년 한 해만도 3월과 7~9월에 걸쳐 연달아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세 차례 모두 김정은이 직접 참관했다.

김정은은 2013년 말 “전국을 미사일로 수림(樹林) 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나라가 망하려면 무슨 짓은 못 하겠는 가.

국회의 비준도 없이, 국민의 동의도 없이 초소를 폭파하고, 비행구역을 제한하며 병력을 감축하는 문 정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밥그릇 싸움만 일삼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야당이다.

왜 당당하게 지적을 하지 못하는가. 묻고 싶다. 어쩜 정당이름만 많고 다를 뿐, ‘노파’뿌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야당이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태일 수도 있다.

청와대는 북. 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북한을 맹목적으로 두둔할 게 아니라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시각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유 불문하고 너무 저자세처럼 보여지는 오해를 낳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국민들은 아주 극한 상황에 와있다. 연시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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