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60년대 중. 고등학생 시절 매주 월요일 아침만 되면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나와 조회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교장 선생님이 단상에 오르면 호국단 단장(학생회장)이 단상 앞에서 맨 앞줄 중심에 서 있는 학생을 향해 ‘기준’을 외치면, 손을 들고 ‘기준’이라고 외친 항생을 중심으로 ‘오’와 ‘열’ ‘좌우’ 정렬로 전후 간격을 맞춘다.

자연스럽게 학년별, 학급별로 전교생의 위치가 정해진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에 이어 밴드부의 연주에 맞춰 열병식을 하며 자신들의 교실로 향해 ‘질서’있게 퇴장한다.

질서는 조직에서 최소한의 생활에 기준이다. 지도자가 기준을 외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모여들어 간격을 맞추며 공동체를 위해 자신들이 만든 질서를 지킨다.

우리는 그 질서에 순응하며 한강의 기적도 이뤄낸 국제사회에서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이 안보 질서를 깨부수고 있다. 나라 경제는 최하위 수준에서 허덕이며 수많은 젊은 실직자들이 아우성을 치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북한 김정은에게만 짝사랑의 추파를 던지는 것 같다.

정권을 잡은 지도 어언 2년째, 문 대통령이 고집하는 새로운 질서가 자유의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있다. 자유민주국가의 옛 모습인 보수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대신 촛불 덕에 정권을 잡은 문 정권이 그 강한 힘을 내세워 국민의 뜻과는 달리 억지를 부리고 오직 북한만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치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가치들을 문 대통령이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놓지만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핵심지지자들과 여당은 “그럼 전쟁을 원하느냐?”며 문 정권이 추진하는 북한과의 평화 관계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그들만의 말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과대망상의 20년 정권시대를 꿈꾸는 어리석음으로 공공의 질서가 처참하게 무너져 가고 있다.

예로부터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유언비어’가 창출했다. 언로가 막힌 결과다. 요즘이 바로 그렇다.

언론매체가 정도(正導)를 걷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만 남발한다. 오히려 외신을 통해서 국내 사정, 혹은 대통령의 동향을 알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도 그렇지만 언론매체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며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언로(言路)가 막히게 되니 자연스럽게 무수한 유언비어가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짜 뉴스도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가짜 뉴스는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이 무리 지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가짜 뉴스는 공적인 외양을 띤 소문이다. 특정 기관, 집단, 개인은 영달을 추구하려, 누군가를 음해하려 뜬소문을 만들어 퍼뜨린다.

오늘날 가짜 뉴스가 퍼지는 양상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고 빠르다. 소셜 네트워크로 거리와 시간의 장벽 없이 세계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보다 뛰어난 가짜 정보의 확산성 실제로 가짜 뉴스는 진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널리 퍼진다.

가짜 뉴스 덕(德)으로 지지층의 표심을 굳건히 하고 재미를 톡톡히 본 문 정권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허위조작정보(일명 가짜 뉴스)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이 추진하는 '허위조작정보(가짜 뉴스)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이 좌파 시민단체 등 친여(親與) 진영 내부에서까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까.

대북(對北) 정책이나 세월호 문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주요 이슈마다 여권과 보조를 맞춰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의 단체들마저 "가짜 뉴스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여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박광온 더 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은, 가짜 정보를 '정부기관 등에서 명백하게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보'(법안 2조 제1호)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획일적 잣대로 가짜 정보를 없애자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억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법무부가 '알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안'을 발표한 직후 "정부가 가짜 뉴스를 예방한다는 취지를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이용자의 표현 자유까지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 며 "사회적 합의 없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대책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人權)과 경제 정의, 언론 자유 등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이들은 국가가 직접 가짜 뉴스를 규정하고, 고소•고발 없이도 이른바 인지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조항들이 '악법(惡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민변은 "비(非)언론 기관이 보도를 가장해 허위 정보를 유포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법무부에 대해 "언론 기관이 아닌 행위 주체를 합리적 이유 없이 언론 기관과 차별해 평등권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문재인 정부는 끝날 때까지 '가짜 뉴스'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권력자나 정치인을 말에 의한 '명예훼손' 피해자로 보는 것은 매우 심각한 발상"이라며 "과거 정부에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총집결했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를 다시 구성해서 대응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여당이 추진하는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을 꼬집었다.

잘못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가짜 뉴스를 법적으로 제재한다면 결국은 국민들이 폭발하는 계기를 만들어 스스로 폐멸(廢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반면 정부의 가짜 뉴스 대책 이후 보수 성향 1인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급증하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자승자박이다.

무례하고, 안하무인격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문 정권을 지지하던 층도 분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문 정권이 계속 선전하며, 버틸 수 있을까가 우려된다.

세계 질서 속에서 민주 자유를 지키며 한국의 도약을 꿈꾸던 우리 선조들이 아니었던가.

이제 우리 국민은 좌경세력의 논리가 지배하며 질서를 파괴하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선조들이 이뤄 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까. 자칫, 조상들과 후손들을 대할 면목이 없을까 걱정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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