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반목·갈등도 봉합한 채 한 목소리 반대

지난 2017년 8월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와 지금도 언제든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를 품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완화를 위한 법 개정 추진으로 인해 의사는 물론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타 직역과 함께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의료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규제완화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안(이하 프리존법)'이다.

수 년간 여러 차례 논의에도 번번히 좌절됐던 이들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기기 규제 혁신 발언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이 법안 통과를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의약계는 이들 법안이 의료의 산업화와 영리화, 민영화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반목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특히 현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야당 시절 당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규제 풀리면 의료영리화…민주당 당론과 배치"

대한의사협회는 "서발법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등 의료 영리화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대 자본에 국민건강을 팔아넘기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서발법 통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자본과 재벌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주식회사 형태의 초대형 병원과 재벌 병원이 등장하고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 병원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약사사회는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영리의료화 철폐를 외치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배신(?)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서발법과 프리존법 통과저지를 위한 대국회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약사회는 "의료법인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을 용인하는 입법안은 전 정권의 의료민영화 정책 중 가장 논란과 반대가 심했던 사안"이라면서 "모든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정하고 강력히 반대해 왔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가 이 같이 프리존법을 비판하는 것은 약사가 아닌 비전문가들이 약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거대병원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등 민감한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5개 보건의약단체 한 목소리 "반대"

의약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지난 8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보건의료분야를 제외한 서발법을 대표발의했다.

의협과 약사회는 여당이 대표발의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 20일 국회가 계류 중이던 규제프리존법 등 4건을 병합한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이하 지역특화법)'을 통과시키자 5개 의약단체와 함께 시민단체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개 보건의약단체는 "국회는 경제발전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잘못된 시각으로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이 아닌 기업을 대변하는 국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의료에 있어 거대 자본에 의한 의료시장의 교란과 비의료인에 의한 무분별한 의료기기 허용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차별받고 위협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 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지역특화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의약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프리존법이 지역특화법과 같은 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졸속 날치기 통과 시도라며 날을 세웠다.

보건의료 분야 규제 완화에 대한 의약계의 반발은 거세지만, 9월 27일 정부와 의료계가 의-정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면서 문케어 관련 갈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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