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의약품·단백질 제제 대체재 가능성…'협력적 경쟁' 역량 요구

생체전자공학 기술에 기반한 '전자 의약품(bioelectronic medicines)'이 약물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자 약'의 접근방식이 전통적인 제약산업과 전혀 달라 향후 요구되는 역량은 경쟁우위가 아닌 타산업과의 협력적 경쟁이 잣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최근 발간한 '최신 ICT 이슈'에 따르면, 최근 'Beyond the Pills(의약품을 넘어)'이라는 기치를 내걸로 의약품 이외 부문에서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제약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약가인하, 신약개발 대상의 고갈, 수익성의 약화 등 제약산업의 내외부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말초 신경계의 이상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조정함으로써 자가면역 질환과 정신 건강을 치료하는 신경 조절(뉴로 모듈레이션, Neuro Modulation) 장치, 소위 '전자 약'은 타 산업의 첨단기술을 응용해 기존 약물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전자 약' 개발은 이미 민간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GSK는 지난 2016년 구글의 자회사 베릴리(Verily)와 합작으로 생체전자공학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한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Galvani Bioelectronics)'를 설립한 바 있다.

갈바니는 한 차례 시술로 효과가 수십 년간 지속되는 내장 형식의 전자약학 기기를 2023년 승인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이는 체내의 신경 신호와 활동 전위의 부조화를 제어하는 것으로 염증성 질환 및 대사계 내분비 계통의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분석팀 최신ICT동향 컬럼리스트 박종훈 집필위원은 "만일 전자 약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고 상용화된다면, 치료의 편리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제약산업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자 약이 대상으로 하는 질환과 바이오로직스의 대상 질환이 거의 겹쳐져 있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의 항체 의약품이나 대사·내분비계 질환의 단백질 제제 대체재로 전자 약을 선택할 경우 수백억 달러의 시장 잠재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DARPA 일렉트릭스 프로젝트 컨셉.
다만 전자 약의 접근방식은 제약사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 방식이 될 수 있고,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어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 기반과 파트너십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일렉트릭스(ElectRX) 프로젝트는 질병 및 생리적 상태를 생물체내(in vivo)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신경조절시스템 디자인과 혁신적 탐지 기술 및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을 내보하는 최소 침습(비침습) 컴포넌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기반은 제조업체들에게는 기존의 바이오로직스 지식과 신기술 기반을 융합시키는 것이 요구되는데 지금까지 교감을 나눠 온 영역과는 다른 학문 분야, 스타트업, 파트너 기업의 선정 및 이들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필요하게 되며, 여기에는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박종훈 위원은 "문제는 제약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유무형 자산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자가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고, 신기술을 수용해 성장을 지속하거나 혹은 혁신 기술에 밀려 도태될 수도 있는 등 다양성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사업을 개척하는데 있어 어느 한 회사가 단독으로 기술 창출과 사업 개발을 하며 가치사슬 전체를 커버하기가 어려운 시대로 접어든 만큼, 앞으로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에는 적자생존의 경쟁이 아닌 협력적 경쟁 능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