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애플 등 대기업 진출…환자중심·의료기관 활성화 등 주목

스티븐 스테인허블(Steven Steinhubl) 박사.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의료분야에서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만으로 의료서비스를 소비자와 의료 제공자 중심의 구조로 재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의료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의 다양한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시스템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크립스 인스티튜트의 스티븐 스테인허블 박사(심장외과의)는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개최된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헬스케어 리이미징'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의료계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전자의료기록이지만 미국에서는 환자를 더 잘 돌보는데 있어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긍정적이지 않다"며 "의료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문제를 의료 분야 밖에서부터 인식하면서 아마존, 애플 등 대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완전히 새로운 의료시스템 구축을 통해 세계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스테인허블 박사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회사가 현재의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들이 성공한다면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 새로운 기술 도입 뒤처져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환자 중심, 의료기관에서의 활성화, 개인맞춤 의료 제공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중심의 시스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혈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지만 단순히 앱이나 기기를 만드는 것만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고, 환자의 행동양식을 주시할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테인허블 박사는 "한 연구에서 셀프 모니터링 기기를 사용한 고혈압 관리를 위해 환자들에게 하루에 혈압을 두번 측정하도록 했으나 참여한 사람들 중 3분의 2는 한번도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다"며 "디지털 기술이 의료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에서 청진기나 혈압계 사용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적용하는데 뒤처져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변화해 가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많은 인공지능 솔루션이 개발되면서 환자의 진단에 실제로 이용되고 있고, 2개월 전 미국 FDA는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공지능을 통한 진단 플랫폼을 승인하는 등 원격진료 분야의 팽창과 맞물려 인공지능의 필요성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다"며 "이 기술들은 의사가 환자를 더 잘 돌보고 더 많은 시간을 대화와 관리에 쏟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스테인허블 박사는 디지털 시대의 의료서비스를 다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이점을 사용해 현재의 의료 매니지먼트와 복지 프로그램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의 다양한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의료계가 뒤처지고 있는 이유이고, 아마존 같은 대기업의 참여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1800년대 증기기관 이후 발전기가 등장했지만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조립라인을 적용하기 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예로 들고 "의료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한 변화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기존의 의료시스템은 자잘한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진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