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조정’ 기반 바이오헬스 거버넌스 위한 부처간 융합 필요 강조

한국 바이오헬스산업이 국민의 건강과 행복,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R&D 연계형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다는 정책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정책 초점을 '스타트업 기업 지원'으로 두고 인프라와 환경 조성에 집중하는 한편, 투자자의 투자와 회수가 가능한 기법을 개벌해 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정부는 위험부담이 높은 초기 투자 단계에 50~80% 정도 출자를 통해 정책적 목표 달성과 산업 기반 성장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하영 서울대학교 산업공학화 교수는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기고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박하영 교수는 "한국 현실과 이제까지의 바이오헬스 연구개발의 역사적 맥락을 감안할 때 혁신생태계를 ‘발견’에서 ‘시장’까지 전 과정에 걸쳐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려면 보건복지부라는 단일 부처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부처 조직을 통폐합해서 중앙집중화 하는 방식으로 혁신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발견에서 시장까지의 글로벌화라는 니즈에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보통신산업(ICT)의 발전 경로와 유사하게 관련 부처 간 ‘경쟁’과 ‘협력’이 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면서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의 혁신성장 정책을 도출하고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융합 저해요소를 해소하며,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바이오헬스 관련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책-R&D 연계형 거버넌스’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하영 교수가 제안한 ‘정책-R&D 연계형 거버넌스’는 ▲대통령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바이오헬스특별위원회’ 설치 ▲과학기술혁신본부 안에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과학기술 기반 혁신성장을 담당할 전략국과 전략국 내에 바이오헬스 전략을 담당할 전략과 설치 ▲범부처 바이오헬스 R&D 전략기획단 설치 등을 기본으로 한다.

박 교수는 "정부 역할을 시대 흐름에 맞게 재설정한다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생태계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거버넌스는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조정’과 ‘협치’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선진국형 거버넌스일 것"이라면서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생태계가 활성화되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책·규제·제도를 통해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헬스케어 산업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바이오헬스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산업 발전에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코리아 바이오헬스의 도전은 산업생태계 활성화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생태계 활성화의 키워드는 전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한 바이오헬스 내수시장이 아닌, 글로벌화와 개방에 있다"면서 "바이오헬스산업이 성공하려면 과학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요건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혁신생태계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으로 ▲가치 기반 혁신 ▲증거 기반 혁신 ▲공유 기반 혁신 ▲소비자 기반 혁신 등 4대 원리에 대한 인식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산업 발전을 위해 '창업활성화'에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면서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정책 초점은 스타트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진국 거대 시장에 진출하는데 필요한 인프라와 환경 조성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연구자가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 활동이 교수 활동의 논문과 같은 비중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인사 기준에 명문화해야 한다"면서 "상장 기술특례 제도를 적극 실행하고, 투자자가 비상장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처음 투자자가 그 다음 투자자에게 자기 주식을 팔거나, M&A 과정 중에 주식을 팔 수 있도록 다양한 회수(exit)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또 "M&A에 대해 세제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혜택을 부여하는 장려책도 요구된다"면서 "거래에 따른 수익 발생 시점과 세금 결정 시기의 불일치 등 M&A에 대한 제약요인이 해소돼야 인수합병이 활성화되고 제품개발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지원은 민간자금이 흐르지 않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하영 교수는 "초기 단계와 초기 기업의 바이오 초기펀드에 정부가 50~80% 정도를 출자함으로써 정책적 목표 달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의 가장 심각한 병목현상은 초기, 즉 기초연구단계의 쓸 만한 발견이 없다는 것이므로, 선진국에서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초기 발견을 미리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 현장의 혁신 역량도 강화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의료현장의 우수 연구 인력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즉 ‘protection time’을 제공하는 것이 보건의료 연구력 증진의 핵심"이라면서 "의과대학과 약학, 생명과학, 공학 등의 타 학문 분야 간의 연구 및 교육 연계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현장 속의 다학제 융합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면서 "현재의 대학 산학협력촉진법은 보건의료 분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과대학이 독립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성장을 위한 요소로 △중국시장의 활용 △의료시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 스마트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하영 교수는 "중국시장의 전략적 활용을 위해 가칭 ‘코리아 바이오헬스 지원센터’를 중국 현지에 설립하여 현지 정보의 수집 및 공유, 법무·계약 자문 및 검토 등 기업이 중국 사업을 실행하기 이전에 거쳐야 하는 다양한 사항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생을 위한 협력 추진도 중요하다. 중국의 지방 정부들과 협력 관계를 조성하고 국내 유망기업과 중국 현지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과 주요 인프라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의료제공체계를 의료기관 간 적절한 기능 분담을 통해 상호협력하고,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결과라는 가치에 따라 보상을 받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료의 질과 가치를 측정하고, 이에 영향을 주는 위험도를 측정하고 보정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바이오헬스는 그 특성상 R&D와 규제의 연계가 절실하다"면서 "상용화를 위한 R&D 사업의 선정 및 평가 과정에 규제기관 담당자가 참여하여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대형 범부처 연구 사업에 규제기관을 참여기관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기술혁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되, 보다 효과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규제과학’의 발전이 요구된다. 인허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피규제자에게 만족할 만한 규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심사인력 확충과 안전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 ‘User fee 제도’ 개편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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