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길을 떠나기 전, 두 제자에게 짐을 나누어 주었다. 먼저 가 있을 테니 짐을 잘 챙겨 갖고 오라고 당부를 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두 제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걸음이 똑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A라는 제자는 가볍게 짐을 메고 가는 반면, B라는 제자는 몹시 힘들어하며 뒤처지기 시작했다. A 제자는 하루도 안 걸려 스승에게 도착했지만, B 제자는 하루가 지난 이튿날 겨우 도착했다.

그리고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짐을 벗어 던지며 스승에게 따져 물었다.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왜 저에게만 무거운 짐을 주신 것입니까?” 그러자 스승은 매우 안타까운 표정으로 제자의 볼멘소리에 답했다.“ 짐은 두 사람 모두 똑같은 무게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짐이 아니라 너의 불평이 문제다. 불평할 때마다 짐의 무게는 늘어갔지만, 기쁜 마음으로 짐을 메고 온 네 친구는 무게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앤드류 마리아의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에 등장하는 내용을 옮겨 보았다. 정말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내 손안에 있을 때는 그것의 귀함을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그제 서야, 사람들은 아! 하며 아쉬워한다. 누구라도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이같이 무엇인가를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아쉬워한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싫증이 나고 밉고 이젠 더 이상 자신에게는 없어도 될 것 같은 사람, 더 이상은 쓸모도 없고 없어진다 해도 그다지 아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사람들. 그러나 그들과 이별을 한 후 아쉬워하고 또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귀한 줄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행복지수의 목표를 낮추면 된다. 간단하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불행은 목표를 너무 높게 정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행복의 크기는 성취한 목표의 높낮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만족해하는 마음에 달려있다. 그래서 낮은 목표를 이루고도 크게 만족하면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행복지수의 목표를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욕심을 줄이고 자신의 마음을 비워야 한다. 물론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에 대해 내 뜻대로 할 수 있으며 행복감에 취할 수도 있다.

비워야 할 것을 비우지 못한 허용 때문에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세상사는 일이 고통스럽고 고되어도 지금 우리 너무 힘들어해서는 안 된다.

인생의 성공지수도 이와 마찬가지다. 성공지수의 목표를 너무 높여 잡다 보면 아무래도 불만을 더 나타나게 된다.

일상생활에 대한 행복감이든, 성공지수에 대한 만족감이든, 너무 욕심을 내어 목표를 능력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여 잡다보면 오히려 불만과 불행을 더 느끼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엊그제 신년사를 읽은 것 같은데 벌써 한 분기가 지나갔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았고 후회와 한탄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을지라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날의 새로운 소망이 있기에 이미 흘려보낸 시간들 속에 스스로가 갇혀 살지는 말아야 한다.

사람은 해탈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존재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병들어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 내일 아침 해를 보기를 갈망하는 사람들, 주위를 돌아보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육체가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손과 발이 있고, 소화를 시킬 수 있는 튼튼한 장이 있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축복인 것이다.

비록 보여 지는 것은 없어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성스러운 존재와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 나누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행복이다.

마음에 무게도 행복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는 행복 기준에 따라 무거워질 수도 있고, 가벼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한 발짝 떨어져 멀리서 사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을 적에도 너무 바짝 보면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수가 없듯이 소중한 것들도 너무 가까이 있다 보면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행복도 마찬가지다. 항상 손닿는 곳에 있을 때는 소중한지를 느끼지 못하다가 내 손을 떠나고 나면 그 때서야 후회하고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게 어쩜 우리들의 참모습인지도 모른다.

특히 행복은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마련된 최상의 아름다운 선물이다. 사랑 없이 하는 일은 마음의 무게를 더 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 때가 많다.

두 제자의 짐의 무게는 다 똑같았다. 그러나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무게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은 결국 행복한 사람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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