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혈관은 동맥과 정맥,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면서 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아주 많은 모세혈관과 림프관으로 구성된다.

이 혈관에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이상이 생긴 것이 혈관기형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혈관기형 중 두경부 혈관기형의 종류와 치료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김현정 교수, 이비인후과 김청수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림프관 혈관기형-대부분 2세 이하에서 발견
림프관 기형은 선천성 혈관 병변의 일종으로, 정상적인 림프관 발달이 정맥으로 유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멈추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90% 정도가 2세 이하에서 발견되며, 90% 이상에서 경부 후삼각에 피부와 분리되는 부드러운 분엽성 종괴로 나타난다.

혈관종과 달리 대부분 저절로 퇴화하지 않으며 환자가 성장함에 따라 크기가 같이 증가하고 사춘기, 외상, 감염 등에 의해 크기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크기의 증가는 두경부 골격 변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혈관 기형의 치료는 크게 수술치료와 경화요법과 색전술을 포함한 중재치료가 있다. 과거에는 수술적 제거가 일차적 치료로 여겨졌지만 경계가 불명확하고 주요 구조물에 깊이 침범해 완전 제거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신경 및 혈관손상이 많아 최근 경화요법이 1차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림프관 기형의 경화요법(중재치료)은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가는 바늘을 이용해 림프관 기형 내의 액체를 뽑아내고 피시바닐이나 에탄올 등을 주입해 치료한다. 그러면 림프관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서 병변이 작아지거나 없어진다. 크기가 크거나 내부에 격벽이 많을수록 여러 차례의 치료가 필요하고 완치가 된 것처럼 보이다가 간혹 재발해 다시 치료하기도 한다.

경화치료의 장점은 대부분 입원이 필요하지 않으며, 시술 시 걸리는 시간이 적고 동반되는 통증도 적다. 신경 손상이나 미용 문제가 남지 않아 소아 환자에게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정맥성 혈관기형-사춘기, 임신 전후 크기 증가
주로 말랑말랑한 덩어리와 통증, 외모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다시 부어오르는 특징이 있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커졌다가 저녁에는 약간 작아지기도 한다.

사춘기와 임신 전후에 크기가 급증할 수 있다. 피부나 점막에 가깝게 위치한 경우에는 푸르스름하거나 검붉은 색으로 보일 수 있다.

증상이 없거나 작아서 외모에 문제가 없다면 반드시 치료할 필요가 없지만 외모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구강 점막의 출혈, 호흡곤란 등 증상이 있는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치료에는 경화요법(중재치료)이 쓰인다. 약물에 의해 기형 혈관의 내막이 파괴되고 혈전 형성이 일어나면서 병변이 작아지거나 없어진다. 작을수록 경화요법의 효과가 더 좋지만 병변의 크기에 따라 여러 차례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동정맥 혈관기형-치료에 고도의 전문성 필요
동맥과 정맥 사이에 정상적인 모세혈관이 형성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되는 혈관기형이다. 빠르고 높은 압력의 동맥혈이 정맥으로 빠져나가 동맥과 정맥 모두 확장되고, 만져지는 덩어리가 더 탱탱하고 박동이 느껴진다.

자라면서 주변 혈관을 끌어들여 커지면서 복잡하게 변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인접한 뼈로 파고들어 가거나 심장에 부담을 주어 심부전이 생길 수 있다. 혈관기형 중 치료가 가장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치료에는 색전술이나 경화요법이 쓰인다. 혈관조영술로 동정맥 기형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세도관을 혈관기형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후 여러 종류의 색전 물질로 혈관기형을 막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는 가는 바늘로 혈관기형의 핵(nidus)이나 핵과 바로 인접한 유출정맥을 천자 후 혈관기형 내부에 에탄올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동정맥 혈관기형을 치료한다. 치료가 비교적 어렵고며 한 번에 완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

여러 가지 두경부 낭종의 중재적 치료
두경부에는 혈관기형 외에도 하마종, 아가미틈새낭, 갑상선관낭, 갑상선결절 등의 낭종 질환이 있는데 주로 목에 혹이 생기거나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이런 낭종을 수술로 치료했지만 수술은 전신마취와 흉터를 피할 수 없고 근육 약화, 신경이나 혈관 손상, 감염과 같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중재치료인 경화요법이나 고주파절제술은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할 수 있지만 낭종을 작게 만들고 다시 크지 못하게 함으로써 환자의 증상을 없앨 수 있다.

근래에는 악성(암)이 아닌 갑상선의 양성고형결절을 수술하지 않고 고주파절제술을 이용해 크기를 줄임으로써 미용상의 문제, 연하곤란, 잦은 기침 등 종양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는데 그 효과가 입증됐다.

김현정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두경부 혈관기형이나 낭종에 대한 수술적 완전 절제만이 효과적인 치료법이었지만 중재치료 기술이 발전했고 그 효과가 입증된 지금은 수술에 앞서 일차적으로 중재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방향”이라며 “환자의 나이, 증상, 병변의 위치, 환자가 원하는 목표, 합병증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적용하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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